시사, 상식

참 나쁜 시장의 저급한 관제투표

道雨 2011. 8. 22. 13:42

 

 

 

         참 나쁜 시장의 저급한 관제투표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효로 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투표율이 33.3%에 미달하면 주민투표는 무효가 된다. 오 시장은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한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것은 그를 뽑아준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이다.

 

오 시장은 얼마 전 뜬금없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다음 단계로 시장직 사퇴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나 다를까 투표 이틀 전에 그렇게 한 것은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는 정략으로, 자작 인질극이나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정책투표지 시장직 신임투표가 아니라며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처음부터 오 시장의 각본과 지원에 의해 주민 동원 형태로 추진됐다.

시작이 그랬다 해도 일단 투표 과정에 들어갔다면 시장은 공정관리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심판 노릇을 자처하면서 실제로는 한쪽 편에서 투표를 선동하고 겁박하는 것은 부도덕할 뿐 아니라 적법하지 않다.

 

 

오 시장은 복지포퓰리즘과 싸우지 않고는 참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어렵다며, 양심의 목소리를 끝끝내 외면할 수 없다고 눈물까지 흘렸지만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복지 확대는 시대적 요청이요 과제로 이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계에 있다. 그런 흐름에 역행해 무상급식을 과녁으로 삼은 것부터가 패착이다.

 

우리 헌법은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운 대부분의 시의회 의원, 구청장 후보들이 당선됐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부분의 지방 시·도조차 다 아이들 무상급식을 해주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00%인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등에 큰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굳이 아이들 밥은 못 먹이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주민투표란 대의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의사표현을 해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서울시의 첫 주민투표는 오 시장의 오기와 고집불통이 빚은 관제투표로 본질이 왜곡됐다. 투표 참여의 의의를 찾기 어렵다.

 

오 시장이 시의회와 시민들의 뜻을 거슬러 주민투표를 발의한 때부터 식물시장이 됐으니 시장직 사퇴 의사가 딱히 새로울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