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맹장수술 900만 원’이 한미 FTA 괴담이라고?”

道雨 2011. 11. 8. 17:47

 

 

 

 


     “‘맹장수술 900만 원’이 한미 FTA 괴담이라고?”

[한미 FTA와 의료 민영화·2] 한국 정부, 뻔한 거짓말은 그만!

(프레시안 / 우석균 / 2011-11-0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약값을 대폭 인상하는 협상이라는 글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첫 기고 이후, 그 글에 대한 댓글을 몇 개 읽어 보았다.

아쉽게도 반대 댓글 들 중 대부분은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을 베낀 것이었다.

한마디로 “한미 FTA에서 보건의료 제도는 예외”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관련 기사 : 한미 FTA ‘약값 괴담’? 진실을 알려면 호주를 보라!)

 

그러나 지난번에 다룬 글에서도 밝혔듯이 한미 FTA에서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의약품 제도의 변화다. 그리고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재정 중 30퍼센트가 약값으로 나간다. 한미 FTA 협정문 5장이 “의약품 및 의료기기”인데 보건의료가 예외라니?

 

검찰이 인터넷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 나도는 ‘FTA 괴담’을 “철저히 단속해 사법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만일 검찰이 진정으로 수사를 한다면 가장 먼저 수사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한미 FTA에서 보건의료가 예외’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 정치인과 청와대, 그리고 통상 관료들이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때도 그랬지만, 괴담을 유포하는 자는 바로 정부다.

 

영리병원도 마찬가지다.

영리병원 허용 문제는 몇 년째 한국의 보건의료 제도와 관련한 가장 뜨거운 논쟁 중의 하나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한미 FTA는 영리 병원 허용을 영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의 대한민국의 ‘미래 유보’ 목록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 서비스와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 이 유보 항목은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 의료 기관, 약국…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미래 유보는 44개 항목이 있는데 이는 한국 정부가 정책 결정권을 가지는 항목을 정해놓은 것이다. (물론 이 ‘유보’도 제한이 있다. 보건의료 서비스도 ‘최소 대우 기준’이나 ‘수용·보상’에 대해서는 ‘유보’하지 않아서 ‘투자자-국가 소송(ISD)’ 제도의 대상이 된다.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룰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는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권의 범위가 아니라고 못 박아 놓았다.

 

현재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영리병원이 이미 허용되어 있다. 이 외국인 영리병원은 내국인 진료까지 허용되어 있어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고 또 정부는 이를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입법을 추진 중이다. 한미 FTA는 이 영리병원 허용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해놓은 것이다. 이른바 ‘낙장불입’이다.

 

경제자유구역은 한미 FTA 체결 당시에는 인천, 부산, 광양 세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6개 지역으로 늘어나 대구·경북, 화성 및 평택 등을 포함하게 되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제주도까지 포함하여 사실상 강원도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없는 곳이 없다. 지금 당장 송도에는 삼성물산, 삼성증권과 일본 다이치증권 등이 설립하는 사실상 삼성이 세우는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영리병원을 일단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에서 시험적 성격으로 추진해 보고 그 부작용을 보아 더 확대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해왔다. 영리병원을 실험해보겠다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이 비준되면 일단 한 번 영리병원이 허용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는 이를 되돌릴 수 없게 되는데, 이게 무슨 실험인가?

 

한국의 보건의료 제도가 한미 FTA에서 예외라고? 이렇게 영리 병원이 한미 FTA 협정문에 명시되어 있는데 예외라니? 도대체 누가 거짓 괴담을 퍼뜨리고 있는가?

 

 

▲ 전국 경제자유구역 분포도 ⓒ프레시안

 

잘 알려졌다시피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를 상승시키고 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며, 돈벌이가 되는 서비스만 제공하여 응급실 등의 돈 안 되는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또 도심에 집중되어 지역 편중을 악화시킨다.

이것은 내 주장이 아니라 정부 산하 국책 연구원인 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영리병원은 그 영리병원의 의료비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 다른 병원의 의료비도 증가시킨다(이른바 뱀파이어 효과).

 

한미 FTA가 되면 맹장염 900만 원이라는 말이 ‘괴담’이라고 검찰이 수사를 한단다. 한 번 따져보자.

현재 대학병원 단순 급성맹장염(충수돌기염) 평균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는 병실료를 제외하고 약 150만 원 정도다(본인 부담 의료비는 이 중 20퍼센트인 30만 원에 병실 비용을 더한 비용이다).

 

그런데 경제자유구역의 영리 병원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에서 정한 의료비의 4배 이상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서울의 모 대학병원의 외국인 클리닉이 국민건강보험의 4배를 받는다). “150×4=600만 원”이다. 여기에 병실 비용을 더해야 한다.

영리병원이 대학병원의 특실이나 1인실 병실료보다 싸지는 않을 터이니 병실 비용은 어림잡아 하루 40만 원은 될 것이다. 5일을 입원하면 200만 원이다. 이를 합치면 600+200=800만 원이다.

‘맹장염 900만 원’은 한미 FTA가 비준되면 영구 허용될 경제자유구역 영리 병원에서는 괴담이 아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를 단속하고 구속 수사를 한단 말인가.

 

한미 FTA는 사실상 전국적 영리병원화를 고착화시키는 협정이다. 이미 대구역에 내리면 “대구 메디시티”라는 커다란 광고 간판을 볼 수 있다.

광역 자치 단체 3곳, 즉 인천, 대구, 부산을 포함한 20개 도시에서 영리 병원이 허용되고 이를 되돌릴 수 없다면 이는 매우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 한미 FTA 협정은 영리 병원을 영구화시킴으로써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위험한 협정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그뿐만이 아니다. 한미 FTA는 민영 의료 보험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

한국의 민영 의료보험은 현재 그 규모가 보장성 보험만 최소 연 12조 원 정도로 국민건강보험의 30퍼센트 이상의 거대한 규모다. 전체 가구의 70퍼센트 이상이 하나 이상의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식구 중 한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집안이 거덜나게 되는데 민영 의료보험이라도 들어놓는 것이 상식적인 일일 것이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민영 의료보험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조차도 정부가 운영하는 노인건강보험(Medicare, 메디케어)의 보충 보험인 메디갭(Medigap)에 대해서는 그 공공성을 인정하여 지급률이나 상품 표준화를 규정하고 있다.

메디갭의 경우 보험 상품의 유형을 정하여 다른 보험상품은 아예 팔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집단 가입인 경우에는 지급률을 70퍼센트 즉 100원의 보험료를 받으면 최소한 70원 이상은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은 훨씬 더 엄격하여 표준화나 지급률 규제는 물론 연령별 성별 구분 외에는 보험료나 가입 거절 등의 어떤 차별도 금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예 민영 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없다시피 하다. 이러다 보니 100원의 보험료를 내도 60원을 돌려받는다거나 심지어 40원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로 지급률도 엉망이다. 표준화는 아예 없어 이 보험 상품이 좋은지 저 보험 상품이 좋은지 소비자가 알 길이 없다.

더욱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이거나 장애인들은 아예 가입이 거절되고 보험금 지급 거절도 매우 흔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민영 의료보험에 대해 표준화, 지급률 규제 등 소비자 보호조치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이 비준되면 이러한 민영 의료 보험에 대한 규제나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거나 극히 어려워진다. 한미 FTA는 금융 서비스 협정을 통해 민간 보험 상품에 대한 허용을 포괄적 허용(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보험 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나 신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협정문 13.9). 이른바 ‘건전성 조치’ 외에는 어떤 규제도 가능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한미 FTA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정이 비준되면 현재 폭리를 취하고 있는 민영 의료 보험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는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메트라이프 등의 미국 보험 회사만 이익이 아니다. 당연히 삼성생명과 LIG보험 등 한국 재벌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한국의 보험 회사들에게도 큰 이익이다. 한미 FTA에 대해 미국보험협회(AIA)니 생명보험협회(ACLI) 들이 환영 성명을 낸 이유가 여기에 있고 또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이 한미 FTA 지지 광고로 언론에 도배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보건의료 제도가 한미 FTA 예외라고 정부는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았듯이 약값을 대폭 상승시키고 의료비를 대폭 상승시킬 영리 병원 허용을 영구화하며, 민영 의료 보험 규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한미 FTA다.

도대체 누가 괴담을 유포하는 것인가? 바로 이명박 정부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 (계속)

 

우석균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