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사법주권 양보'를 외치는 이상한 입법부

道雨 2011. 11. 10. 18:43

 

 

 

 

   '사법주권 양보'를 외치는 이상한 입법부

[김민웅 칼럼] 투자자를 위해 국민은 죽어라?

 

 
투자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정당

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는 지난 9일 "투자자를 위한 사법 주권 양보"라는 발언을 했다. 이 당의 대표 홍준표도 옆에서 거들었다.

기괴한 일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주요 구성원이 그 입법의 기간을 흔드는 일을 "투자자를 위한"이라는 말 하나로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이 말은 이들이 누구를 위해 그동안 입법 활동을 해왔는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통령 이명박이 "기업 프렌들리"라고 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공익을 해치지 않는 투자자는 어디에서나 보호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법 주권까지 흔들면서 이루어질 일은 결코 아니다. 사법 주권의 개념 속에는 국민의 공적 이해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서 있다.

그러니 이들의 말은 무엇이겠는가?

국가의 주권과 공익, 그리고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고라도 돈 많은 투자자들을 위해 견뎌내자?

바로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기본 원칙 아닌가?

자본이 모든 것을 지휘하고 지침을 내리는 체제가 지금 모순과 위기를 겪고 있는데, 그걸 보다 더 분명하게 이 땅에 세우는 노력을 더 열심히 하겠다?


"위헌 행위자"로 고발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무수한 위기의 근본에는 자본이 권력과 동맹 체제를 맺고 뿜어내는 탐욕과 횡포가 있지 않는가? 따라서 한나라당 대표라는 이들이 토해내고 있는 사법주권 양보 운운은 이 동맹체제의 최대 걸림돌 제거 작업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법 주권은 누구에게 속해 있는가? 국민에게 있다. 그 사법 주권을 훼손하는 것은 헌법적 차원의 결정이다. 그러니 사법주권 양보를 하겠다는 것은, 말하자면 자기들 마음대로 개헌하겠다는 것과 똑 같은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위헌 행위자"로 고발되어야 한다. 그런 고발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헌법 위반자로 지목되어야 한다.

사법 주권의 포기는 모든 것의 포기다.

미군 범죄를 처단하는 사법체계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현실에서는 미군 범죄자 특별 보호법 내지 확산장치가 되고 있는 주둔군 지위 관련법이라는 SOFA 개정도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주제다. 그런 차에 사법 주권 포기를 통해 국제적 무역 분쟁해결을 해볼 수 있다고?

묻자, 사법 주권에 대한 본질적 논란을 일단 제껴 놓더라도,

 

첫째,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에 들 막대한 돈을 당신들은 가지고 있는가? 그 돈이 누구 돈인가? 그 돈 써도 되냐고 물어본 적 있는가?

둘째, 이런 문제가 터지면 대응할 수 있는 전문 법률 역량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대통령 연설문도 미국 업체에 맡기고 있는 집권세력 아닌가? 분쟁 해결 전문 미국 로 펌에 맡기실 생각은 아니시겠지.

셋째, 미국은 한국이 법 고치는 거 봐서 그 다음 자기들 법 조절하겠다는 협정문, 어찌 생각하시는가?

 

물러나라

사법주권의 뿌리는 입법이다. 사법주권 양보 또는 포기는 입법주권의 포기다
. 입법 주권 포기를 하는 자가 국민의 대표가 될 수는 없다.

혹 대의 민주주의를 운운하면서 국회의 권위와 국민적 대표성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고 우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입법주권을 지켜내는 전제 위에 서 있는 원칙이다. 이게 무너지는 순간, 그 정치인은 국민적 대표성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입법부 기관이 될 자격을 상실한다.

그러니 결론은 간단하지 않는가? 물러나라. 당장. 그 자리에 있을 자격과 염치가 없지 않은가? 물러난 다음, 사법 주권 양보를 외치시든지 포기를 하라고 야당에 압박을 넣으시든지 알아서 하시라. 그건 자유니까.

한나라당 스스로 ISDS가 사법주권 양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이상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 "사법주권 포기당"이 여당의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나라의 비극 아닌가?

 

사법 주권 포기당에 맞선 민란과 의병

한미 FTA 반대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건 이 나라 주권과 민생의 우선적 방어기초한 한-미 관계의 올바른 수립을 위한 21세기의 출발점이다. 그 기초를 빼놓고 하는 일체의 국제협정과 약속은 모두 국민에 대한 기만이고 이 나라 미래의 탈취다.

우리가 반대하고 있는 것은 자본의 이익을 상전으로 모시는 주권 약탈과 민생 포기이지, 공정하고 자유로운 개방적 국제 경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이 점 호도하지 마라.

관군이 나라를 망하게 하려들면, 민란과 의병이 일어서게 되어 있다. 한미 FTA 반대 집회는 바로 이 민란과 의병의 결사체다.

한미 FTA 반대론자인데, 졸지에 찬성론자로 오보의 유탄을 억울하게 맞았던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늘 이렇게 말한다. "관군이 나라를 구한 적이 있나요? 의병이지."

의병들이 거사를 일으키는 날, 권력의 견(犬)이 된 관군과 썩은 조정은 더 이상 역사의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다.

하늘을 이미 보아버린 사람들은 그 머리에 검은 쇠 항아리를 덮어씌운다 한들, 그걸 하늘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은 이렇게 말한다.

"나의 길을 가련다."

한글 창제가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동아시아 전체의 질서에 대한 거대한 역적모의로 몰릴 수 있는 현실에서, 그의 용기 있는 선택은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늘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사법 주권 포기 논리에서는 한글 창제의 발상 같은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밥벌이에 좋으면 주권을 잃고라도 좋은 거 아니냐는 강변은 식민지 노예로 살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사법주권 포기당의 조국이 어디인지 알겠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