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독일, 환경보호 강화했더니 ISD 철퇴

道雨 2011. 11. 11. 13:17

 

 

 

 

        독일, 환경보호 강화했더니 ISD 철퇴

 

 

"환경정책은 석기시대로" 거센 반발

석탄발전소 환경규제로 스웨덴 기업 소송 ... 이후 분쟁합의, 2012년부터 운영

 

 

 

'핵 폐기' 선언 탓에 스웨덴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로부터 투자자-국가 소송(ISD)에 직면한 독일이 2009년 함부르크 시정부의 석탄발전소 환경 규제로 인해 같은 기업으로부터 ISD 소송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0년 바텐팔은 독일 정부와 분쟁을 끝냈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바텐팔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독일에서는 환경 규제에 대한 강화된 법을 시행하는 게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반발했다. 함부르크 시정부 관계자는 "환경 정책이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복리를 위한 환경보호 정책이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독일의 사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둔 한국에 큰 시사점을 준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한미FTA 발효 이후, 기후 변화에 대비한 정당한 환경 정책임에도 외국인 투자자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면, 배상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바텐팔에 배상을 한 독일 정부는 함부르크 시정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ISD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서울시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으로 환경 규제 강화... 투자자는 반발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에 따르면, 바텐팔이 독일 함부르크에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마련한 것은 2004년의 일이다. 이 계획은 도시 인근의 낡은 석탄발전소를 최대한 빨리 폐쇄하고, 지역난방을 확대하려 했던 함부르크 시정부의 협조를 얻어 마련됐다. 당시 시정부는 중도우파인 기독교민주당(CDU, 이하 기민당)이 집권하고 있었다.

 

당시 기민당 정치인들은 현대식 석탄발전소도 기후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뒤인 2006년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학을 다룬 '스턴 보고서'와 지구 온난화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유엔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정치인들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반면, 바텐팔은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에 대해 암묵적인 승인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 가스배출 관리법과 수질관리법에 따른 요건을 충족시켰고, 시정부도 우호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바텐팔은 2007년 22억 유로(약 3조3759억 원)를 투자해 1600메가와트급 석탄발전소를 세우기로 확정했다.

 

2008년 시의회 선거에서 석탄발전소가 정치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바텐팔의 계획은 꼬였다. 녹색당은 "석탄은 기후를 죽인다"는 모토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앞서 기민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같은 당의 올레 폰 보이스트 함부르크 시장을 연방 기후변화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터라, 함부르크의 기민당은 대놓고 석탄발전소를 찬성할 수 없었다.

 

선거 이후 기민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구성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선거 이후 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킬 충분한 수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녹색당 소속의 환경법학자인 크리스티안 마스가 함부르크 도시개발환경국의 고위 공무원이 된 것이다. 그는 석탄발전소 환경규제 재점검에 나섰다.

 

결국 시정부는 독일 정부와 함께 석탄발전소 환경 규제를 강화했다. 바텐팔은 석탄발전소가 인근 엘베 강에 생태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도록, 냉각수의 사용과 높은 온도에서의 방출을 제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또한 석탄을 때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안전하게 저장시키는 최신 기술을 도입해야 했다.

 

 

스웨덴 기업, 거액 배상받아... "환경 정책, 석기시대로 간다"

 

하지만 바텐팔은 함부르크 시정부와 독일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막대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고 반발했다. 이 회사는 특히 엘베 강에서 끌어올리는 냉각수의 양을 제한하는 시 정부의 규제에 대해 "발전소의 발전용량을 45% 감소시키고, 여름에 최대 몇 주 동안 발전소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행정법원에 함부르크 시정부를 제소했다.

 

결국 바텐팔은 2009년 4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독일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 에너지 헌장 조약(Energy Charter Treaty)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큰 손해를 입었다며 14억 유로(약 2조1497억 원)와 그 이자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독일 정치인들은 격분했다. 미하엘 뮐러 당시 독일 환경부 차관은 "어떻게 독일과 유럽연합의 법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비판받을 수 있느냐,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함부르크 도시개발환경국 대변인인 폴커 두만은 "(독일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면) 환경 정책이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독일 외무부 관계자들은 "독일이 어떻게 투자자들로부터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느냐", "독일이 갑자기 피고석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짐바브웨와 같은 나라 옆에 앉게 됐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환경단체들도 바텐팔의 소송에 거세게 반발했다. 그린피스의 전문가인 카르스텐 스미드는 "EU의 환경보호 규제가 국제중재기관에 의해 사이드라인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린피스는 바텐팔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환경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지루한 공방이 오간 후, 2010년 8월 바텐팔과 독일 정부는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바텐팔이 소송을 철회한 것이다.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텐팔이 막대한 배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발전소는 2012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이해영 교수는 "분쟁 합의는 곧 제소자의 일부 승소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해영 교수 "정당한 환경보호정책이라도 ISD 소송 대상"

 

이해영 교수는 "간접 수용(외국인 투자자가 물리적 피해가 아닌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도 보상을 하는 것)으로 인해 독일 정부는 배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미FTA에도 포함돼 있는 간접 수용은 ISD 소송의 대표적인 조항인 만큼, 정당한 환경보호정책이라도 투자자가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국민세금으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독일 정부는 함부르크 시정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한미FTA 발효 이후 서울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결코 ISD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패소하게 되면 큰 재정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