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중국은 밥이 아니다

道雨 2012. 1. 16. 11:13

 

 

 

               중국은 밥이 아니다 

 

한-중 FTA의 영향과 파급력은 한-미 협정의 몇 배에 이른다. 치밀한 검증이 절실한 까닭이다

 

 

» 정남기 경제부장
국내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한 시기는 1960~1970년대다. 그러나 알고 보면 2000년대도 그에 못지않은 성장을 이뤄냈다. 2000년 3327억달러였던 수출입 규모가 2011년 1조809억달러에 달했으니 정말 눈부신 성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해서만은 아니다. 알고 보면 중국이란 큰 성장동력이 있었다.

중국 수출 증가가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2008년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버팀목이 됐다. 실제로 중국으로의 수출은 2000년 184억달러에서 지난해 1342억달러로 7.3배나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에 이른다. 미국의 갑절이 넘는다.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 활성화를 외치면서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중국 효과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르고 있지만 기존 협정의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올인’하는 모습이 왠지 위험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대중 무역의존도 심화다. 현재 24%에 이르는 대중 수출 비중은 조만간 30%를 넘어설 기세다. 우리가 중국 경제권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다.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면 중국의 수출입 정책에 국내 경제가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에서 봤던 것처럼 국내 경제의 목줄을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회의 땅인 것 못지않게 리스크도 존재한다.

세계경제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를 시작으로 2008년 미국, 2010년 유럽으로 옮겨가면서 수시로 위기를 발생시키고 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부실 국영기업, 부풀려진 부동산 가격, 거품 붕괴의 충격을 감당해야 할 금융회사들이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중국 거품이 꺼질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인 국내 경제는 메가톤급 충격파를 감당해야 한다.

 

중국을 쉽게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도 문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한-미 협정에 반대했던 진보적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다.

혹시 우리가 기술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안이한’ 사고가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한가지 알아둘 게 있다.

지난해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0년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국내 상품은 74개다. 반면 중국 제품은 1239개에 이른다. 고급기술 분야만 따져도 중국은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에서 우리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수출품은 자동차 부품, 디스플레이 등 소수 품목에 집중돼 있다. 반대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은 훨씬 다양하다. 교역 확대로 얻은 이득은 몇몇 대기업에 집중되고 내수시장을 맡고 있는 중견, 중소기업들은 밀려드는 중국 제품으로 피해를 보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까지 없앤다면 중소 제조업은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다.

 

물론 정부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의 한-중 자유무역협정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농산물 등 민감품목에 대한 양보를 반드시 얻어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농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 제조업이다. 이들은 국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성장률이 아니라 국민의 복리 향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부터 치밀하게 검증하는 게 순서다.

한-중 협정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한-미 협정의 몇 배에 이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남기 경제부장 jnam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