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먹튀’ 론스타와 그 대리인들

道雨 2012. 2. 7. 12:15

 

 

 

            ‘먹튀’ 론스타와 그 대리인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당대 최고 엘리트들이 그럴듯한 논리와 법을 무기로 하여 국가 자산을 투기자본에 넘겼다

 

 

미국계 펀드회사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인수한 뒤 그동안 4조6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드디어 손을 털었다.

1000억 사회공헌 약속도 흐지부지한 채, 막대한 수익에 대한 세금도 내지 않은 채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넘겼다. 4조6000억원은 전국의 26만 국공립대 학생들이 3년 동안 무상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돈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속이 몹시 쓰리다.

 

외환은행 인수 자격 여부조차 의심되었던 론스타가 어떻게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저지르고, 종업원들을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등 사회적 책임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철저히 배당금을 챙겨갈 수 있었을까?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을 팔아치우는 것이 마치 금융 선진화의 길이라는 식으로 떠들던 언론이나 학자들은 오늘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우리가 외국자본에 너무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논설을 또다시 반복한다.

그들이 말하듯이 이제 과연 한국 금융시스템의 문제일까?

 

1910년 일본은 총칼을 들이대면서 조선 각료들을 위협하여 강제병합을 성사시켰다. 이완용 등 현지 대리인들은 그것을 문명화를 위한 시대의 대세라 말했다.

2002년 론스타는 김앤장을 앞세워 한국의 재경부와 금융당국의 최고위층에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 그들은 외환은행 매각을 ‘외자유치’라 표현하였다.

 

조선왕조는 종이 한 장의 서명으로 일본에 넘어갔지만, 국민의 피땀으로 만든 외환은행은 정체불명의 팩스 1장으로 론스타에 넘어갔다.

조선의 각료들은 ‘나라의 힘이 없어 스스로 문명개화할 수 없다’는 명분하에 나라를 팔아넘겼지만, 2003년 론스타의 현지 대리인들, 김앤장, 금감위, 외환은행장, 재경부 최고위층 관리들과 보수언론들은 멀쩡한 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하고, ‘외자유치’ 안 하면 곧 망한다고 협박하고, 금융 선진화라는 그럴듯한 명분하에 위에서 바람잡고 아래서는 비밀리에 회동해서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외환은행을 팔아치웠다.

 

과거 조선의 각료들은 일본의 총칼이 두려워 굴복을 했지만, 오늘날 국내 대리인들은 스스로 앞장서서 법과 절차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공공자산을 팔아넘겼고, 론스타가 주가조작 등 용납할 수 없는 금융범죄를 벌여도 면죄부를 주었으며, 9년여 동안 온갖 논리와 법 지식을 동원하여 그들이 돈을 챙겨서 떠날 수 있도록 충실히 봉사했다.

그래서 외환은행 노조는 이 모든 일이 “대한민국 법과 원칙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말한다.

 

외환은행 매각 당시 이들 현지 대리인들이 많은 돈을 챙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번의 론스타가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넘기며 거둔 수익의 일정 부분도 바로 국내 대리자들과 투자자들, 즉 ‘검은 머리의 외국인’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선진 금융기법 도입, 동북아 금융허브 등 그들이 그렇게 귀가 아프게 떠들었던 거짓말의 성찬을 지금 떠올려 무엇하랴?

 

분명한 사실은 과거나 오늘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 국가의 공복들이 그럴듯한 논리와 법을 무기로 하여 국가 자산을 투기자본에 팔아넘겼고, 그 대가로 막대한 사적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이다.

 

오늘 그들은 또다시 ‘미래의 경쟁력’을 들먹이며 인천공항을 매각하겠다고 하고, 효율성 운운하면서 케이티엑스 매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옛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있지만 그들은 지난 9년 동안 과연 이 일과 관련해서 한 게 무엇인가?

그들이 과연 앞으로도 반복될 이 국내 법률자문회사-국가관료들의 국민 배신 행각을 막을 의지와 힘이 있을까?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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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 투자금 6천억, '검은머리 외국인' 돈"

임영호 "5개 버뮤다 유령회사 돈은 정권실세 뭉칫돈인듯"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6일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납입한 투자금 1조3천833억원 중 6천350억원이 국내자금, 즉 '검은머리 외국인'의 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임 의원은 이날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 2시간 전에 임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론스타의 '주식 초과보유 승인 변경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임 의원은 "론스타는 2003년 9월26일 금융감독위원회의 인수 승인 사흘 뒤인 29일 5개사를 투자자로 추가하고 이들 5개사는 하루 뒤인 30일 주금 납입을 완료했다"며 "이 5개사는 금감위 승인후 버뮤다에 급조해 설립한 자본금 0원의 유령회사로 6천350억원을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범국본은 이와 관련, "이는 신분 노출을 우려한 한국계 투자자들이 다른 자금과 섞이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정권실세 차원의 뭉칫돈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 등은 외환은행 인수자금 환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자금으로 송금한 23개 건수 중 14개 환전 전표가 없다는 것.

임 의원은 "김앤장이 2005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인수자금 환전 관련 문건에 따르면 환전건수는 총 23건인데 환전전표는 도이치방크 9장 뿐이며, 나머지는 외국환매입증명서 1장과 은행확인서 1장만 있다"며 "이는 증빙서류로서 충분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론스타는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후 버뮤다에서 비정상적 방법으로 우회투자를 했고, 그 결과 한국계 투자자들의 조세포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국세청도 조세범처벌법에 의거, 선제적으로 나서 한국계 투자자를 규명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며 검찰과 국세청의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 박태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