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더러운 에너지, 바이오연료

道雨 2012. 2. 14. 16:18

 

 

 

          더러운 에너지, 바이오연료 
 EU, 바이오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화석연료보다 많은 것 알고도 재생 에너지 계획 세워 밀림 파괴, 식량 부족 불러
         
» ‘사라지는 지구의 허파.’ 하늘에서 본 브라질 마투그로수주의 아마존 열대우림. 바이오연료 생산용 작물을 재배하려고 대부분 농지로 개간됐다. 섬처럼 남은 밀림도 조만간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될지 모른다. <한겨레21> 윤운식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를 불렀다. 기후변화가 몰고 올 파국을 피해야 했다.

대안은 뻔했다.

수력·풍력·조력·태양력 등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 활용도를 높여야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인류가 머리를 모은 끝에 ‘청정에너지’로 선택한 게 이른바 ‘바이오에너지’였다. 콩이며 기름야자 따위 인간이 생산한 작물을 통해 얻을 수 있으니 재생이 가능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화석연료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보르네오섬 사라왁주 밀림 35% 파괴

 

2009년 4월 유럽연합(EU)은 오는 2020년까지 전체 수송용 에너지의 10%를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재생 가능 에너지 훈령’(EU-RED)을 공식 채택했다. 그 핵심이 바이오연료였다.

시작은 창대했다.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화석연료 의존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노라던 야심찬 약속은 갈수록 공허해졌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졌음에도, 바이오연료의 ‘유해성’ 논란은 초기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진 탓이다. 크게 두 가지가 문제였다.

 

첫째, 식량을 생산하던 드넓은 농토가 바이오연료용 작물 재배로 돌려졌다. 수요·공급의 단순한 법칙에 따라 식량값은 폭등했다. 잘사는 나라의 ‘쾌적한 삶’을 위해 못사는 나라에선 먹고사는 문제가 더욱 고단해졌다.

 

둘째, ‘장’이 서자 ‘장꾼’이 나대기 시작했다. 바이오연료용 작물 재배를 위해 대규모 농지 개간 사업이 앞다퉈 벌어졌다. 세계 도처에서, 막대한 면적의 산림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각국 환경단체들이 너나없이 비판의 날을 세운 것도 이 무렵부터다.

 

 

안팎의 비난에도 EU는 침묵을 지켰다. “좀더 깨끗한 ‘2세대 바이오연료’를 개발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새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1년을 기준으로 바이오연료 생산용으로 EU 각국이 수입한 팜유 등은 약 21%나 급증한 242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지난 1월27일 EU 정책정보 포털 사이트인 <유랙티브>가 공개한 내부 자료를 보면, EU 집행위원회는 애초부터 바이오연료가 ‘청정’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랙티브>가 공개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른바 ‘간접적 토지전용’(ILUC)에 따른 영향까지 합산했을 때 바이오연료가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훨씬 높다고 보고 있다.

ILUC는 쉽게 풀어 ‘바이오연료 생산용 작물 재배를 위해 산림과 열대우림을 개간하는 행위’를 뜻한다.

무슨 말인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지난해 2월1일 환경단체인 ‘습지 인터내셔널’(WI)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말레이시아는 전세계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팜유의 40%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한 대규모 농장 대부분은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의 밀림에 집중돼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남짓 동안 이곳 열대우림 100만ha 가운데 35만3천ha가량이 팜유 생산용 기름야자 재배를 위해 농지로 개간됐다. 이 단체는 “팜유 생산이 줄어들지 않으면, 향후 10년 안에 이 일대 열대우림이 전부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팜유는 원유보다 훨씬 더럽다

 

지난해 10월 EU가 통과시킨 ‘연료 품질에 관한 훈령(안)’을 보면, 1W의 전력을 1초간 소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1J)를 생산하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원유 87.5g △타르샌드 107g △액화석탄은 172g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연료는 어떨까?

ILUC의 영향을 고려한 바이오연료 생산용 기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해바리기유 86g △콩기름 103g △팜유 105g 등이다.

바이오연료용 해바라기유는 원유만큼, 팜유는 타르샌드만큼이나 ‘더러운’ 에너지란 얘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