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중진이 제안한 ‘방송사 낙하산 금지법’
“지난 청와대 홍보수석들이 뭘 했는지 잘 안다. 입맛 안 맞는 보도를 빼고 왜곡시키며 (대통령) 신임을 받았다.”
“방송을 국민의 것으로 돌려주는 게 맞을진대, 오히려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공정성 문제를 극대화시킨 것이 문화방송 파업이다.”
어제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 집회에서 영상으로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말이다.
야당 의원의 말이겠거니 하고 지나치기 쉽지만, 발언 당사자는 각각 새누리당의 정두언 의원과 남경필 의원이다.
집권 여당 안에서조차 정권과 방송의 유착이 낳은 폐해를 혹독하게 비판할 지경에 이른 것이 대한민국 방송의 현주소다. 오죽하면 4선의 여당 중진인 남 의원이 권력 측근은 공영방송 임원과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올 수 없도록 자격제한을 두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당 비상대책위에 제안했을까.
문화방송 노조와 <한국방송> 새노조, <와이티엔> 노조 등 세 방송사의 구성원들은 지난 7일 공동투쟁위를 구성하고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재철(문화방송), 김인규(한국방송), 배석규(와이티엔) 사장을 퇴출시키고, 공정방송을 복원하려는 치열한 몸부림이다.
주요 방송사 노동자들이 사장 퇴진을 목표로 함께 싸우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국가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노조도 지난 13일부터 박정찬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 사장이 정권의 입김 속에 임명된 뒤 해당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민주성이 사라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권력에 부담을 줄 기사는 외면당했고, 할 말을 하는 프로그램은 아예 폐지됐다.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많은 방송인들은 마이크를 잃었다.
그 결과로 이들 방송사는 언론의 제1사명인 권력감시 기능을 상실한 ‘죽은 언론’이 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들 방송이 제자리로 돌아갈 길은 ‘낙하산 사장’이 물러나는 것 말고는 없다. 아울러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방송사에 보내는 것을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남 의원이 내놓은 방송사 낙하산 금지법도 그런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법안은 정당에 가입한 뒤 탈당하고 3년이 되지 않았거나, 대선후보의 선거대책기구에서 활동하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등의 임원과 방송통신위원장이 될 수 없도록 했다.
18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당장 처리가 어렵다면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가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2012. 2. 1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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