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그들의 새누리는 확신을 강요하는 나라

道雨 2012. 2. 17. 14:28

 

 

 

    그들의 새누리는 확신을 강요하는 나라 
 천안함 북한 공격 ‘확신’ 강요한 새누리당 주연,
안이한 민주당 조연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부결 참극

 

 

 

새누리당의 색깔론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의 무능이 빚어낸 참극이었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1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찬성 115명, 반대 129명, 기권 8명)됐다.

여론 다양성 보장을 목적으로 한‘야당 몫’의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 선출이 여당 반대로 무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7월8일 조대현 헌재 재판관 퇴임 이후 발생한 헌재 재판관 공석 사태는 총선 이후 늦으면 6~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은 인권변호사라 싫지만

»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 뉴시스

사태의 책임은 새누리당에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된 뒤 당 이름과 상징 색깔까지 바꾸는 등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구태는 바뀌지 않았다.

이번 일로 새누리당의 수구 이미지는 더 확실히 각인됐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여전히 한나라당이고,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나 초록은 동색”이라고 퍼부었다.

새누리당에서도 “박 위원장이 보수표 결집을 위해 방관함으로써 (부결을) 유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번 일은 총선에서 감표가 될 멍청한 짓”(서울 지역의 한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6월28일 조용환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되짚어보자.

이은재 의원(당시 한나라당), “천안함·연평도(사건)를 분명히 북한에서 한 것이 맞지요”.

조 후보자, “정부에서 그렇게 발표를 했고, 저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선영 의원(자유선진당), “천안함 폭침은 누가 한 겁니까. 본인의 확신을 말씀해주세요”.


조 후보자, “제가 아는 어떤 북한의 문제, 우리 정부에 대한 어떤 신뢰성, 그것을 통해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확신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은 ‘확신’이라는 말을 놓고 억지를 부렸다. 수십 년간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그가 마음에 안 든다는 속내는 물론 밝히지 않았다. 헌재에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한 헌법 취지는 이런 저열한 색깔론을 넘지 못했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본회의 표결에 임한 민주당은 이번 부결 사태의 ‘주연급 조연’이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양승태 대법원장 인준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처리한 이후 ‘새누리당도 대승적으로 처리해주겠지’라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지난해 12월31일 본회의 예산안 처리나 대법관 임명동의안 처리 등과 연계할 기회도 포기했다. 이날 갑자기 조 후보자 선출안 상정을 결정하면서 새누리당에 대해 별다른 설득 작업도 하지 않았다.

 

강금실, “민주당 정체성은 뭐냐”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2월9일 트위터에 “어이없다. 19대 국회 가서 (조 후보자 선출안 투표를) 하자고 했거늘, 민주당 첫 작품이 겨우 이것이냐. 전략·전술도 없는 나이브함. 새누리 완전 극우. 어디 두고 보자”고 썼다.

“국민에게 버림받은 새누리 정치인들에게 조용환을 먹이로 바치다니. 민주당 정체성은 뭐냐”고도 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월10일 최고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다수 쿠데타”라면서도 “(민주당이) 원내 대책에서 구멍이 뚫려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