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그릇된 강자 vs 옳은 약자, MBC노조와 강정마을

道雨 2012. 3. 6. 18:43

 

 

 

그릇된 강자 vs 옳은 약자, MBC노조와 강정마을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2-03-06)


 

MBC 김재철 사장은 파업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노조 집행부 1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29일에는 박성호 기자회장을 해고하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사측의 ‘칼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MBC노조의 힘겨운 싸움

노조 측도 사측에 적극 맞서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두 차례에 걸쳐 제기했고, 이를 토대로 김재철 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MBC직원들에게 힘겨운 싸움이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드라마PD, 해외특파원, 라디오본부 비조합원 등이 파업 참가와 지지의사를 밝혀 파업 참가자가 확산되고 있지만 사측은 대체인력 채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파업이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MBC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무한도전’을 제외하면 결방 사례를 찾을 수 없다. 경력기자, 뉴스편집PD, 프리랜서 앵커 등을 계약직으로 충원하면서 일부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사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칼자루’는 김재철이 쥐고 있다. 인사권과 회사 업무 전역에 걸친 권한 등 그가 꺼낼 카드는 아직 많다. 반면 현재까지 노조가 확보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김재철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 하지만, 이것으로 김재철의 손에서 칼자루를 빼앗는 건 역부족으로 보인다.


‘법인카드 의혹’으로 김재철 ‘칼자루’ 빼앗는 건 역부족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품, 명품 가방 등을 구입하고 호텔 스파와 여성 피부관리실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등 ‘수상한’ 카드 사용 내역이 수두룩하지만 현재로서는 ‘정황’일 뿐 사적인 사용의 결정적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김재철이 어떻게 변명하느냐에 따라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법인카드이란 게 사용한도만 정해진 일종의 ‘활동지원비’ 성격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여성 피부관리실에서 카드를 사용한 것도 ‘접대’ 성격이었다고 교묘하게 둘러댄다면 노조뿐 아니라 검찰도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박성호 기자는 “각오하고 예상했던 일이다”며 “나와 같이 부당하게 해고되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싸워서 MBC가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당당히 싸워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와 김재철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측의 주장은 옳다. 하지만 옳은 것이 그른 것에 밀리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그른 강자’가 힘으로 ‘옳은 약자’를 꺾으려 할 경우 옳은 것과 그른 것의 위치는 뒤바뀌고 만다. 박 기자의 다짐대로 되려면 한동안 힘겨운 싸움이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그른 강자’가 ‘옳은 약자’를 꺾는 또 다른 현장, 제주 강정마을

약자가 강자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곳이 또 있다. 제주 강정마을이다.

해군은 6일 강정마을과 강정해안의 ‘상징’인 구럼비 바위 발파를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뉴스타파>가 ‘강정사태’를 심층 탐사보도한 ‘강정특집’을 방송했다. 지상파 3사 모두 하지 못한 대단한 일을 해냈다.

<뉴스타파>의 카메라에 잡힌 강정마을은 ‘불법 천지’였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부당하게 제지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등, 주민들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정도로 경찰의 횡포는 상식의 선을 넘은 상태였다.

주민을 격하게 밀어붙이는 경찰에게 취재 카메라가 접근하자 취지를 방해하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경찰은 기자에게 육두문자 욕설을 퍼부었다. ‘구럼비’ 바위 접근을 원천 봉쇄해 놓고 평화 운동가나 시민단체 뿐 아니라 주민 출입까지 철저하게 막는 경찰의 위세 앞에 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반대하는 주민과 운동가들의 목을 조르고 땅에 눕혀 제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주먹세례를 퍼부어도, 구럼비로 가려는 운동가를 해군이 가로막고 바닷물을 먹여 생명을 위협해도, 서슬 퍼런 공권력 앞에 약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반 없었다. 그저 가슴을 치는 일 뿐이었다.


“일상화된 국가의 폭력이 난무하는 곳”

손주를 등에 업은 동네 할머니가 마을주민을 체포해 가려는 경찰에 맞서 우람한 경찰의 등을 연약한 손으로 치며 “그만 두라”고 소리를 치는 장면에서 약자의 무력함과 비애가 그대로 묻어났다. <뉴스타파>는 마을 주민은 물론 종교인과 활동가, 외국인을 포함해 2월 27일까지 329명이 연행되거나 체포됐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의 노종면 앵커는 “막강한 힘을 가진 군과 경찰의 불법과 폭력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며 강정마을의 현실을 “일상화된 국가의 폭력”이 난무하는 곳이라고 묘사했다. 또 강정마을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의 트윗에 이렇게 표현했다.

“강정에서 단 사흘 동안 만난 공권력의 실체에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참자 참자’ 마음 다독이며 취재했지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강정에서 만난 공권력은 5공 부역자보다 일제 부역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권력이 ‘그릇된 강자’가 돼 ‘옳은 약자’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불행한 사회는 없다. ‘옳고 선량한 강자’가 돼서 약자인 국민의 버팀목이 돼 주는 공권력, 이게 바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사회다.

‘잘못된 사장’이 자신의 권력과 힘을 빌어 ‘약자인 직원’의 정당한 목소리를 억압하는 조직, 이런 MBC 사장 횡포가 권력의 비호에서 비롯됐다니 이것 또한 국민을 크게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MBC와 강정해안의 주인은 김재철과 공권력 아닌 ‘국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찬성 측과 의견이 다를 뿐 틀린 게 없다.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를 마치 잘못된 짓을 하는 불한당 취급하는 공권력이 문제다.  

MBC노조의 주장에도 틀린 게 없다. 단지 김재철의 입장과 맞지 않을 뿐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정방송이 되겠다는 노조의 주장에서 ‘그른 점’은 하나도 발견되지 않는다.

MBC의 주인은 김재철이나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다.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의 주인은 공권력이 아니라 마을주민과 국민들이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

강정마을에 ‘그릇된 공권력’이 당장 사라져야 한다.
‘그릇된 사장 김재철’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MBC를 떠나기 바란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