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이어도를 분쟁지역으로 내몰지 말라

道雨 2012. 3. 13. 11:43

 

 

 

이어도를 분쟁지역으로 내몰려고 안달인 자들

 

 

이어도 관할권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성격상 분쟁 당사국 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영토 문제인데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제주 강정에 건설중인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맞물려 있는 탓이다.

 

한국의 최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떨어진 지점에 있는 수중 암초인 이어도의 관할권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유엔해양법이 발효한 1994년부터이다.

해양법은 해안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를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어도는 두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이 겹치는 부분에 들어 있다.

이런 경우 양쪽이 합의해 경계선을 정해야 하는데, 아직 두 나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 이어도 문제의 본질이다.

 

지난 3일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의 일부’라고 주장한 류츠구이 중국 국가해양국장의 발언도 기본적으로 이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만 그가 “국가해양국은 중국 관할 해역에 대해 정기적인 권익보호 차원의 순찰과 법집행을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정기순찰 대상 해역에는 이어도가 포함된다”고 말한 부분은 주시할 대목이다.

중국이 기존의 의례적인 관할권 주장을 넘어, 이전보다 관할권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가적인 법·제도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외교당국은 중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토 문제는 법률 차원을 떠나 해당국 국민의 감정과 역사, 문화,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므로 민감하기 짝이 없다.

사안의 폭발성이 매우 크므로 엄중하지만 냉정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이 있는 언론의 책임은 누구보다 막중하다.

 

이런 점에서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들의 이어도 보도 태도는 무책임·선동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이어도 관할권 주장을 영토 야심으로 규정하고, 이를 제어하려면 해군력이 필요한데 좌파들이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을 보니 이어도를 중국에 갖다 바치려는 것 아니냐는 흉포한 논리를 전개한다.

마치 일본 에도막부 시대에 금지된 기독교 신자를 가려내기 위해 그리스도가 그려진 그림판을 밟고 지나가게 하는 ‘후미에’ 작전을 보는 것 같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이어도는 절대 일대일 조응관계가 아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어도를 앞세워 기지 찬반을 압박하는 태도는 애국심을 이용한 정치공세이자 협박이다.

 

[ 2012. 3. 13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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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구세력, 다시 안보장사 나섰나

 

 

 

4·11 총선을 앞두고 안보 프레임을 부각시켜 선거를 이념전으로 전환시키려는 수구세력들의 움직임이 전면화된 느낌이다.

 

지난주 안보장관회의 이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했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복수를 거론하며 적 도발 때 10배까지 대응사격을 하라는 등 전례없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수구언론 역시 탈북자 문제에 이어 강정해군기지 문제를 야권 공격의 소재로 삼기 위해 여념이 없다.

지난 주말 ‘중국, “이어도는 중국의 관할 해역”’이란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리로 올린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신문은 중국 해양국장이 3일 <신화통신>과 한 인터뷰를 뒤늦게 발견해 키웠다.

며칠 늦었더라도 보도가치가 있다면 기사를 쓸 순 있다. 문제는 별로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란 점이다.

 

중국이 이어도(중국이름 쑤옌자오)를 자신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되는 암초라고 주장한 것은 여러 해 됐고, 이 지역 정찰활동은 이미 2005년부터 벌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3000t급 순찰함 하이젠 50호가 이어도와 가거초 부근 해역에서도 순찰활동을 벌인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중국 해양국장의 발언은 이런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를 모를 리 없는 <조선일보>가 뒤늦게 이를 1면 머리로 올린 데는 분명 다른 의도가 있다.

그 의도는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좌파의 무책임성을 비난하는 틀로 짜인 지면배치에서 확인된다.

‘항모를 가진 중국이 이어도 분쟁을 유도해 제주 앞바다까지 노린다’며 위기감을 증폭시킨 뒤, 강정기지가 건설되면 이어도 분쟁 때 우리가 10시간이나 먼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며 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곤 화살을 강정기지 반대자들에게 돌렸다. ‘이어도 영유권 떼쓰는 중국에는 침묵하면서 제주기지와 관련없는 미국은 비판’하는 이상한 좌파라는 것이다.

 

기지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강정기지는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대표는 건설 중단을 요구한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김지윤씨가 해적기지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안보에 무책임한 좌파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똑 참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하지만 좌파를 공격하기 위해 이어도 문제를 강정기지와 연결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중국은 일찍부터 강정기지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부인해 왔다. 이제 <조선일보> 보도로 정부가 거짓말한 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이어도 문제에서 물러서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강정기지의 존재가 안보를 튼튼히 하기보다는 이어도를 분쟁지역화하면서 해상갈등을 증폭시키고 이 지역을 군비증강의 악순환에 빠뜨릴 소지가 커졌다.

안보를 정략에 이용하는 수구세력이 말로는 국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론 국익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도는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어 분쟁지역화하는 것이 하등 이익이 될 게 없다.

 

강정기지 사태가 지금 같은 갈등상황으로 비화하게 된 근원적 책임 역시 ‘이상한 좌파’들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반대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정부와 군에 있다.

 

정부와 군은 비민주적인 입지 선정, 자연생태계 훼손, 기지 목적에 대한 일관성 없는 발언과 설계상의 오류에 대한 호도 등으로 스스로 반대진영을 결집시켰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주도 국회조차 올해 기지예산 전액을 삭감했겠는가.

 

이를 외면한 채 안보 프레임으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안으로는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증폭시켜 갈등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밖으로는 대외정책에서 운신의 폭을 제한할 뿐 아니라 대외관계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거 독재 시대엔 수구세력이 선거 때마다 안보장사를 통해 큰 이득을 봤다.

하지만 이젠 수구세력의 안보장사에 넘어갈 정도로 우리 국민들이 어리석지 않고 주변국들도 녹록하지 않다.

시효가 지난 낡은 프레임에 매달리다간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 있다.

 

권태선 편집인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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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해군기지, '이어도 보호' 위해 필요하다고?

보수진영, '안보' 내세워 반대세력에 색깔 공세

새누리당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명분으로 중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 보호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어도 보호에 대한 해법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안보'를 앞세워 민주적 절차 결여와 환경파괴를 함께 지적하는 기지 건설 반대 진영을 색깔론으로 몰아가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어도는 분명히 대한민국 영토에 포함된 우리의 관할로 독도와 마찬가지로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대한민국 영역 내에 있다"며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주 해군기지의 조속한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서 "제주 해군기지 사업은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국책사업으로, 여야가 국방과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중국에 이어도를 빼앗기는 것이 괜찮다는 말이냐"며 "분쟁 발생시 해군이 목포부산보다는 제주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세력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가"라며 "안보위기 때 생명을 지켜준 군인이 북한군인지, 중국군인지 아니면 당신들이 해적이라고 조롱하는 대한민국 해군인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기지 건설 반대 세력을 비난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공세는 지난 3일 류츠구이(劉賜貴) 중국 국가해양국장(장관급)이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의 관할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힌 것을 국내 언론이 지난 주말 뒤늦게 보도한 가운데 나왔다.

하지만 류 국장의 발언이 이미 2005년부터 시작됐던 중국의 이어도 정찰활동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인지, 이어도 문제를 새롭게 분쟁화하려는 의도인지 외교당국이 파악에 나선 가운데,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반(反) 안보세력'이라는 색깔 공세가 먼저 나온 것은 '정치용'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어도 보호를 위해 제주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반론이 제기된다.

정욱식 평화네크워크 대표는 지난 7일 <프레시안>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건설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가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유권 분쟁이 아닌 EEZ 획정 문제를 놓고 외교적 갈등을 빚는 수역에 한국 해군 함정이 드나들 경우 오히려 분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강용석, '이어도' 발언으로 심상정 비판 또 '헛발질')

 

/김봉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