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후쿠시마 비극 보고도 원전사고 숨길 생각 하다니

道雨 2012. 3. 16. 12:26

 

 

 

후쿠시마 비극 보고도 원전사고 숨길 생각 하다니

일본 후쿠시마의 참상을 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인가?

 

부산광역시 기장면 고리 원전 1호기가 지난달 한때 12분간 전원이 끊기고 비상발전기마저 가동하지 않아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러나 이 사고보다 더 놀라운 일은 현장 소장 등 관계자들이 사고 사실을 숨기는 바람에 감독 당국도 한달 넘게 몰랐다는 점이다. 음식점에서 사고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 부산시의회 의원이 확인에 나서면서 비로소 진상이 알려지게 됐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시의원이 듣지 못했더라면 사고는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다.

 

원전의 전원 중단은 중대 사고로서 안전조처를 하고 곧바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은 사고 한달이 넘은 지난 11일 새로 부임한 발전소장에게서 처음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한수원은 사고 당시의 발전소장이 원전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지난달 9일 밤에 일어났는데, 그날 마침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이 원전에 절대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되며 문제가 발생하면 작업자는 물론 책임자까지 엄벌하겠다는 안전대책을 발표한 까닭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1주년을 맞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데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무턱대고 ‘고장 제로’를 만들라고 몰아붙인 무리수가 당일 현장에서 사고를 지켜본 직원이 수십명 됐지만 한달 넘게 비밀에 부쳐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낳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본부장과 소장이 정기인사라고는 하지만 우연찮게도 동시에 바뀌었다. 관련자 모두가 한통속이 돼 사고를 은폐·축소하는 일에 가담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사고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끝끝내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고 강변했다.

바로 이런 태도 때문에 국민들이 원전 안전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규정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관리 책임이 있는 한수원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원전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든 감독당국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원전 확대와 원전 수출 등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에 원전 사고 발생은 큰 걸림돌이다. 그러므로 사고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만든 원자력안전위원회마저 친원전 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지 않았던가.

 

따라서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를 파헤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묻지마 정책목표, 그리고 특정 세력의 이해와 비밀주의의 고리를 끊어야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자명해졌다.

 

특히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2007년에 끝나고 2017년까지 재가동에 들어간 노후 원전이다. 부산권 주민 수백만명의 안전을 위해서도 원전 재가동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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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 정전 사고 당시 3중 전력망 모두 작동 안해

은폐 기간 동안 외신 기자 불러다 '원전 안전' 홍보도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사고 당시 기존 한국전력의 외부 전원, 비상발전기, 수동식 비상교류발전기 등 3중 전력공급망이 모두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칫하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노심 용융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비상 사태였다.

또 사고 당시 문병위 전 고리제1발전소장이 직접 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고리1호 원자력발전소는 정전 사고를 은폐하던 한달의 기간 동안 외국 언론사 취재진을 초청해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을 알리는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원전의 근본적인 사고 위험과 관리자들의 은폐·비밀주의, 거짓 홍보까지 원자력 발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3중 전력공급망' 모두 작동 안해…대처 시간도 안전 매뉴얼 넘겨

고리 1호기에는 외부 전력선 2개와 내부 비상디젤발전기 1기를 묶은 전력공급 시스템이 2개 있다. 한수원은 1호기 점검과 함께 전력공급 시스템 하나를 멈추고, 남은 하나의 시스템 중 외부 전력선 1개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다 시설 점검 중 용역업체인 한빛파워의 조작 실수로 연결 차단기를 작동시키면서 외부 1 전력선이 끊겼다. 당시 작업자는 6년간 원전 점검 업무를 해온 숙련공이었으나 이같은 실수를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작동해야 할 비상발전기는 고장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며칠 전 한수원이 점검하고 '성능 양호' 판단을 내렸음에도 가동이 되지 않은 것. 수동 비상교류발전기는 가동에 10분 이상 걸린다는 이유로 아무도 작동시키지 않았다.

결국 한수원은 사고 발생 12분 만에 외부 전력선을 복구했으나 이는 '10분 이내'로 규정한 한수원 내부 매뉴얼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사고 은폐하는 동안 외신 불러 "한국 원전 안전" 홍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정전 사고를 은폐하는 동안 고리1호 원자력발전소 측은 외국언론사 취재진을 초청,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을 알리는 행사를 실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취재진을 초청해 지난 1일 고리 원전 1호기를 방문케 한 것이다.

고리원전 관계자들은 해외 취재진들을 대상으로 "지은 지 30년이 지났지만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우리나라 원전의 우수성을 설명했다. 고리 원전 측이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세계적인 거짓말을 한 셈.

이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4일 맨해튼 유엔 본부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 안보 문제와 더불어 원자력 안전 문제도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터진 지 25년 만인 지난해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해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큰 경각심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고리 제1발전소장 "내가 은폐 결정…윗선 지시는 없었다"

한편 사고 당시 책임자였던 문병위 전 고리 제1발전소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에서 "(사고은폐는) 내가 결정했으며 윗선 지시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주제어실에 있었던 간부들에게 '오늘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며 밝히기도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를 은폐하고 보고의무를 지키지 않은 한수원 관계자들을 형사고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사고 이후 위기관리실장에 임명했던 문 전 고리 제1발전소장을 보직해임했다.

 

/채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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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 "고리1호기 비상디젤발전기 지금도 작동 안돼"

【서울=뉴시스】송윤세 기자 =

 

지난달 고리 1호기 전원 상실 사고로 작동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가 현재도 가동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9일 고리 1호기의 발전소의 전원이 12분간 상실됐던 사건과 관련, 당시 작동되지 않았던 비상디젤발전기가 비상디젤발전기의 기동을 위해 공기를 공급하는 '솔레노이드밸브'의 고장으로 지금도 복구되지 않았다고 16일 밝혔다.

 

 

안전위는 사건 당시 기동되지 않은 비상디젤발전기가 현재도 기동되는지 성능시험을 15일 수행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전위는 앞으로 동 비상디젤발전기와 나머지 1대의 비상디젤발전기에 대한 성능 등을 철저히 확인할 방침이다.

안전위 측은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원전 현장 종사자의 인적오류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문화 강화방안과 비상디젤발전기 등 전력계통의 안전성 강화강안, 원전 정지시에도 안전상황을 24시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안전위는 전원상실 사건에 대해 한수원으로부터 보고받은 당일인 지난 12일 고리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시킨 후 13일부터 현장조사단을 고리 원전에 파견하여 현재 조사중이다.

현장조사단은 안전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 23명으로 구성됐으며 전원상실 사건에 대한 보고 은폐 경위와 고리 1호기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전력공급계통을 조사하고 있다.

knat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