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새노조), 와이티엔 노조가 함께 마련한 ‘방송 낙하산 동반퇴임 축하쇼’는 공정방송을 바라는 언론노동자들과 국민의 열망을 한바탕 축제로 승화시킨 자리였다.
낙하산 사장이 아무리 해고와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고발과 가압류 소송으로 위협해도 함께 승리의 길로 가자고 다짐했다.
이 들불을 감히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공정방송 대투쟁은 이명박 정부 이후 쌓일 대로 쌓인 언론인들의 분노와 자성이 폭발한 결과다.
이 대통령은 방송장악을 위해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방송사 사장에 앉혔고, 이들은 ‘윗분’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국민의 알 권리가 제1의 사명인 공영방송의 모습은 실종됐다.
그런데도 이번 파업의 원인 제공자이자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이 대통령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는 얼마 전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방송사가 회사 내 무슨 사정에 의해서 한다면, 대통령이 어느 개별 회사가 파업한다고 할 때마다 언급을 하게 되면, 오히려 간섭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송사 대파업을 회사 내부 문제로 돌리고, 자신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한 후안무치의 전형이었다.
사실 이 대통령은 공영방송을 이 지경으로 만든 직접 당사자인데, 그에게 결자해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새 여권의 중심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정권의 방송장악이 가져온 폐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결국 공정방송 회복은 방송노동자들과 시민의 몫이 됐다.
어제 축하쇼에 나온 가수 이은미씨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억압하는 사람이며, 이보다 더 나쁜 사람은 그걸 지켜보면서 입 닫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리는 싸움에 이제 시민도 나서야 한다.
[ 2012. 3. 17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