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연예인을 박정희 때처럼 ‘권력의 노리개’ 취급한 정권

道雨 2012. 4. 5. 10:58

 

 

 

윤도현 김제동

[곽병찬 칼럼] 그들의 끝나지 않은 노래

조선조 연산군은 궁녀만으로 성이 차지 않자 전국 각지에 채홍사를 보내 기생들을 징발했다. 기녀만으론 재미가 없자 채청사를 두어 사대부 집 처자까지 강탈했다. 붙들려 온 여인은 1300여명에 이르렀다.

채홍사는 연산군의 황음과 학정을 상징하지만, 그의 시대에만 특별한 건 아니다. 왕조와 다름없는 독재체제 아래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라면 연예인을 관기 취급 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독재정권에서 채홍사 구실을 한 건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의전과였다. 박정희가 피살되던 밤에도 중정 의전과가 징발한 가수와 여대생이 술시중을 들고 있었다. 생전 육영수씨는 남편의 이런 문란함 탓에 적잖이 속을 끓였다고 한다. 의전과는 방한한 외국 유력 인사들에게도 여인을 붙여줬다. 원하는 여인을 선택하도록 준비된 사진첩을 내밀었다. 가봉의 봉고 대통령은 그 때문인지 뜬금없이 방한하곤 했다.

이렇게 권력이 연예인을 노리개로 삼는 사이, 시중에선 성을 외화벌이에 이용했다. 당시 일본인 기생관광이 얼마나 심했던지, 여대생들은 김포공항에서 반대데모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국무총리 김종필은 “성매매도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이라며 이죽거렸다. 이승만 정권 때는 ‘우방군의 사기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군부대 주변에 위안소를 설치했다.

연예인을 노리개로 삼는 데는 정보기관의 사찰과 관제방송이 동원됐다. 정보기관은 일거수일투족 살펴 꼬투리를 잡았고, 방송은 밥줄이나 다름없는 티브이 출연과 음악 프로그램으로 통제했다. 권력의 수청을 거부하려면, 연예계를 떠날 각오를 해야 했다. 정권은 가끔 연예인 대마초 사건 따위를 터뜨려 군기를 잡았다. 그런 까닭에 연예인들은 권력에게 웃음, 노래 혹은 몸을 파는 해어화가 되어야 했다. 겉으로는 웃지만, 분장 속에선 눈물을 거둘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들이 권력의 노리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민주정부의 출현과 함께였다. 물론 그 자리를 일부 자본이 차지하긴 했다. 장자연씨 사건에서 보았듯 기획사는 돈을 앞세워 소속 연예인을 노예처럼 부렸다. 정권·언론·재계 실력자에게 이들의 웃음과 성을 상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의 직접 통제는 힘들었다. 이것을 역전시키려 한 게 바로 이 정권이었다. 사유화된 권력은 연예인을 뒷조사하고 협박했으며, 정권에 예속된 방송은 방송 퇴출 등으로 연예인들을 길들이려 했다.

반발은 불가피했다. 방송 이외의 무대가 적잖이 는 까닭도 있지만, 연예인들 자신이 노류장화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개념 연예인, 소셜테이너 등으로 특별취급 할 일은 아니다. 이들은 그저 권력과 인기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을 따름이었다. 일종의 인간선언이다. 한 수구언론은 ‘(이들이) 본업을 벗어나,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게 자신의 본래 영역인지 정치활동을 자신의 이미지 띄우는 수단으로 삼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개탄했다. 정신나간 건 그들이다. 왕조의 채홍사처럼 연예인을 노류장화로 여기니 어찌 이해할까.

칠레의 ‘노래하다 죽기로 한 사람’ 빅토르 하라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란 진정한 의미의 창조자여야 한다. 그 위대한 소통능력 때문에 예술가는 게릴라만큼이나 위험한 존재여야 한다.”

그런 이들을 여기에 꼽아본다. 김제동, 밴드 카피머신, 이한철 밴드, 공지영, 강풀, 김미화, 강산에, 디제이 디오시, 이적, 이승환(‘방송파업 콘서트’), 와이비(윤도현 밴드), 김C-뜨거운 감자, 안녕바다, 옥상달빛, 엑시즈, 이스턴 사이드킥, 루싸이트 토끼(‘개념찬 콘서트 바람(풍)’), 갤럭시 익스프레스, 바이 바이 배드맨, 비둘기 우유, 파블로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웨이크 업!-투표해 락!’),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지원하는 이효리, ‘가카, 그만 내려오시죠’라고 내지른 윤건 등 아주 많다.

 

사찰로 말미암은 불면의 밤을 김제동처럼 약으로 달래지는 말자. 대신 노래하자.

 

“… 여기서 모든 것이 스러지고/ 모든 것이 시작되네/ 용감했던 노래는/ 언제나 새로운 노래”(하라의 ‘마니페스토(선언)’)

 

하라는 끝까지 노래하다가, 기타 치던 손이 짓이겨진 채 사살당했다.

곽병찬 논설위원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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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와의 인터뷰서 심경 고백

“(사찰을 했다면) 빨리 그 내용을 알려달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경찰에 자신 등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한 방송인 김제동씨의 호소다.

그는 지난 3일 파업중인 <문화방송>(MBC)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사찰을 하신 분이 계시다면, 혹시 나온 게 있다면 (그 내용을) 알려달라. 저는 민정씨하고는 연애할 수 있지만, 민정수석하고는 (연애)할 마음이 없다. 빨리 얘기를 해달라. 털면 다 나옵니다 식으로 하지 말고 털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협박이나 외압, 이런 게 겁나는 게 아니고, (사찰 문건에) 이름만 있고, 내용이 없다. 제일 무서운 건 그거다. 알아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사찰을 당했다 생각하면) 자꾸 움츠러든다. 혼자서 온갖 검열을 다 해보게 된다.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나는 빨갱이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좌파 연예인의 기준은 뭔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그 자체가 심각한 검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0년 5월께 국가정보원 직원이 두차례 찾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사회를 보지 말라고 회유한 사실을 당시 공개하지 않은 것은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국정원 직원이 찾아오면 억압이나 무거운 무게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들도 있다”며 “(내가) 이 정도로 억압이나 탄압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면 쪼잔하고 찌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유명 연예인이기에)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힘조차 없는 사람들한테 국정원 직원이 찾아가 ‘그런 일 하지 마십쇼’ 그러면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4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사찰 공포로 약 없이는 잠들지 못한다’는 공지영씨의 전언에 대해 “무대에 오르는 건 늘 조금씩 떨린다. 그러나 상시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미국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토크콘서트 참석을 위해 5일 출국해 10일 귀국한다. 문화방송 노조와의 인터뷰 등에 응한 것은 자신이 국내에 없는 사이 의혹과 논란을 키우기보다 솔직하게 털어놓고 가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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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기획 김영준씨

김영준씨 “윤도현 하차 KBS 해명, 사실과 달라”
“계속 하자던 제작진이 며칠뒤 돌연 하차 통보”

“아마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하지 못했더라면 윤도현은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와이비(윤도현밴드)와 방송인 김제동씨, 가수 정태춘·박은옥씨 부부 등이 속해 있는 다음기획의 김영준(50) 대표는 연예계 매니지먼트만 20년 동안 해온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지난 이명박 정부 4년을 ‘고난의 시절’이었다고 했다. “정태춘씨의 경우 참여정부 때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이나 이라크전 참전 반대 1인시위 등에 참여했어도 생계 압박 등은 없었는데, 이 정권에선 ‘밥줄’이 끊기더군요.”

지난 3일 저녁 만난 김 대표가 윤씨 얘기를 새삼스레 거론한 까닭은, 이날 <한국방송>(KBS)이 배포한 보도자료 때문이다. 한국방송은 이 자료에서 2008년 한국방송 2텔레비전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프로그램 <윤도현의 뮤직쇼> 진행자 교체와 관련해 “정치적 측면과 무관하다”며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했고 “프로그램 개편 때 윤도현씨가 50여일간의 휴가를 요청하는 등 본인 동의에 따라 진행자를 교체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수 윤도현
그러나 김 대표의 얘기는 달랐다. 애초 자신이 제작진에게 가을 개편을 앞두고 하차 의사를 전달했던 것은 맞는데, 당시엔 제작진이 한사코 말렸다는 것이다. “당시 담당 시피(CP·책임피디)가 나를 불러서 ‘제작본부장 지시 사항’이라고 하면서 ‘불만사항 있으면 말해보라. 잘해보자.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활동 자제해주면 좋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그래서 윤도현도 계속 진행을 맡기로 했었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가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녹화 당일 시피가 나를 부르더니 하차 통보를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됐다. 하차 통보 당시엔 후임 엠시(MC)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일상적인 엠시 교체가 아니며, 제작진의 자율적인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자신과 김제동씨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지인 등을 통해 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얼마 전 한 지인이 김제동을 걱정하면서 국정원 관계자가 한 말을 전해주었다. ‘브이아이피(VIP)가 김제동으로 인해 걱정이 있다.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윤도현씨의 <러브레터> 하차와 관련한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당시 담당 책임피디였던 현 케이비에스엔(KBS N) 이기원 편성기획 이사는 “윤씨 하차는 사쪽 지시가 아니라 우리(제작진)가 자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새노조는 4일 성명에서 “윤씨의 하차는 피디 등 제작진과 상의 없이 당시 예능국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새노조 쪽은 “이는 당시 연출자인 류아무개 피디한테 지난 3일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소속 연예인들이 연거푸 수난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사재를 털어 20~30대에게 투표를 권하는 ‘개념찬 콘서트 바람’의 기획과 진행에 앞장서고 있다. 김제동씨와 소속사 뮤지션, 인디밴드 안녕바다·옥상달빛 등이 참여하는 콘서트로 이미 4개 도시에서 공연을 했으며, 올해 12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젊은층에게 ‘너희들의 문제도 정치적 과제 실현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밌는 방식으로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20~30대가 투표를 많이 하면 우리 정치 문화를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고요.” 총선 전 마지막 공연은 7일 저녁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진행된다. 공연료는 ‘후불제’로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내는 방식이다. 콘서트에 앞서 언론사 파업 돕기 벼룩시장도 열린다.

박현정 남지은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