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VIP 보고’ 제목 문건 공개…불법사찰 ‘MB 직보’ 정황

道雨 2012. 7. 19. 11:06

 

 

 

‘VIP 보고’ 제목 문건 공개…불법사찰 ‘MB 직보’ 정황

 

 

    “이인규 교체 필요” 지원관실 동향까지 MB에 보고 정황

 

 

재판서 공개된 'VIP 보고' 문건 의미
진경락 등 수작업…5부 만들어
이영호·최종석 등에도 전달 추정
청와대 지시로 인터넷 옥죄기
'그간 추진실적' 문건도 확인돼

18일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재판에서 드러난 '091112공직윤리지원관 거취 관련 VIP(브이아이피) 보고' 문건은, 비록 제목만 노출됐지만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인사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앞서 민간인 사찰 재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에서는 비선 보고 라인을 '공직윤리지원관실→비에이치(BH·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로 명시한 바 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브이아이피 보고' 문건은 지원관실의 중요 사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신문 스크랩과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연필로 주석까지 달면서 촘촘하게 작성한 이 문건은, 지원관실 직원들 4명이 수작업으로 복제본을 만들어 모두 5부가 마련됐다고 한다. 지원관실 보고 라인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정상화하자는 이인규 전 지원관을 교체하자는 내용의 문건이 이 대통령 외에 4명에게 보고된 셈이다.

문건은 작성자인 진 전 과장과 최고 '윗선'인 이 대통령 외에 비선 지휘자였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전 행정관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날 재판에서는 지원관실이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여론을 옥죄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문건도 공개됐다.

'그간의 추진실적'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는 "인터넷 브이아이피 비방글 확산방지 체계를 구축"했다며 △비에이치(BH)는 처리 지침 시달 △경찰청은 사법처리 △방통위는 게시글 삭제 및 사이트 폐쇄 등 정부기관별 대응 체계를 지원관실이 총괄했다고 자평했다. 인터넷상의 비판 여론 옥죄기가 청와대의 지시로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뜻한다.

촛불집회의 배후를 돈 문제로 연결시키는 이 대통령과 이영호 전 비서관의 '닮은꼴' 철학도 확인됐다.

2008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촛불집회 상황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이 "1만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격노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이 '이영호 전 비서관이 촛불집회의 배후 자금을 밝혀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 있느냐'고 묻자, 진 전 과장은 "기억은 안 나는데 내 메모에는 있다"고 답했다.

또 '이 전 비서관이 평소 사회 현상의 배후를 돈 문제로 많이 해석했느냐'는 물음에 "그런 쪽으로 원인 분석을 자주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뜻을 지원관실을 통해 온몸으로 구현한 셈이다.

진 전 과장의 2008년 8월5일치 '해야 할 일' 메모에서는 "민주노총 돈줄 확인"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진 전 과장은 "이영호 비서관은 박영준 국무차장을 '형님'이라고 말하면서 보고하기도 했다"며 "어떨 때는 '이인규나 네가 형님한테 직접 보고해라'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진 전 과장은 또 이 전 비서관이 김종익 전 케이비한마음 대표를 처벌하라고 강하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올린 김씨를 "구속시키라"고 하명했다는 것이다.

 

김씨 사건 경과는 2008년 10월1일과 2009년 3월10일에 '윗선'으로 보고됐는데, 보고 대상은 이비(EB·이 전 비서관의 별명)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으로 추정되는 '민정2'로 적시돼 있다.

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전에 알고 방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었던 조성욱 대전지검장은 "그런 보고를 지원관실에서 받은 적이 없다. 보고를 받았으면 그렇게 하라고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태규 박태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