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16일 대선 후보 3차 TV 토론이 끝난 직후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불가능한 수사 결과 발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국정원 직원 김모씨(여·28)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이 직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IT 전문가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는 17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 여직원에 대해 경찰이 중간 수사 결과 무혐의라고 발표했다"며 "이건 기술적으로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는 글을 남겼다.
김 교수는 "혐의를 찾았다면 이해할 수 있다. 뭔가 있는 건 찾기 쉬운 일이니깐. 하지만 뭔가가 없다는 걸 이렇게 빨리 확증하는 것은 물리적 시간만 따져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노트북을 방해 받지 않고 손 댈 48시간이 있었다. 목요일 오후에 제출받았으니 복제 작업과 해시값(전자지문) 뜨는데 최소한 6시간 이상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 연루된 김모씨는 민주당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8시간가량 대치하는 등 이틀 동안 자신의 신원을 숨기거나 증거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뒤늦게 노트북을 제출했다.
또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 작업은 원본을 보존하고 사본으로 해야 하므로 복제 작업은 필수"라며 "암호화된 하드 처리가 필요하고 삭제된 영역 복구 작업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경찰 포렌스팀이 목요일 오후부터 최대한 시간을 단축했다고 해도 금요일은 넘겨야 기초 조사 작업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즉 토요일 한나절 뒤져보고 결론을 냈다는 뜻이다"고 비판했다.
'디지털 포렌식' 조사는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전자증거물을 사법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휴대폰, PDA, PC, 서버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디지털수사과정을 말한다.
김 교수는 또한 "인터넷 명예훼손 소송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조사 결론을 내지 않는다"며 "악플 단 증거가 없다면 못 찾은 건지, 삭제된 건지, 말하지 않은 아이디는 없는지 등등 긴 시간에 걸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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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성 교수의 트위터 캡쳐 |
그는 "최열 환경재단 사건에서 검찰 포렌스팀이 보고서를 조작하고, 왕재산사건 법정에서 국정원 포렌스팀이 재판부와 변호인을 기만하는 것을 지켜본 입장에서 새삼스럽지는 않다"며 "하지만 기초 조사 한나절 만에 무혐의라고 간단히 결론을 내는 경찰 포렌스팀의 용기는 매우 부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디지털 증거는 간단히 조작할 수 있다. 때문에 상호검증 없는 포렌식 조사 결과는 법정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민주당 측의 재검증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17일 경찰 조사 발표 시 기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충고도 했다. 그는 경찰에게 "맥어드레스 기록을 통신사에 IP 확인 요청했는가", "포털에게 로그 요청 했는가"를 질문하라고 했다.
그는 "유선, 무선, 와이브로 사용 기록 등에서 네트워크 장비의 물리 주소를 찾을 수 있다"며 "통신사는 과금을 위해 언제 어디서 얼마 동안 인터넷을 썼는지 맥어드레스를 근거로 사용 기록을 남긴다"고 했다.
이어 "이를 통해 IP를 알아낼 수 있고 포털에 영장 제시하고 필요 기간 동안의 웹로그를 받아서 그 IP로 접속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그 IP에서 사용한 아이디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의 글은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 독설닷컴의 고재열 시사인 기자 등이 리트윗 하면서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향신문도 17일 온라인에서 경찰 수사 발표와 관련해 "앞서 경찰은 '김씨 컴퓨터를 분석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씨가 컴퓨터를 임의제출한 지 3일 만에 수사가 끝난 셈"이라며 "경찰은 그러나 김씨의 아이디와 닉네임 등의 자료를 확보하고도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업체로부터 아무런 자료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경향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의 아이피(IP)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윗선(서울지방경찰청)이 ‘오후 11시에 보도자료를 내라’는 지침을 받아 보도자료를 냈다'고 말했다"며 "경찰이 인터넷 카페 등에 김씨가 악성 댓글을 달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확인했어야 할 포털사이트 로그 기록을 전혀 분석하지 않은 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 |
조수경 기자 | jsk@media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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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중간브리핑, 경찰의 무모한 도박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2-12-17)
박근혜가 왜 그토록 양자토론을 피했는지 확인하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자막으로 내보낸 MBN 자막을 보면 문재인 압승이었다.
대부분은 ‘어떻게 박근혜 같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인가?’ 서로에게 반문했다. 물론 일부는 ‘말하기 대회는 아니잖아요’라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으나 박근혜는 말도 못했고, 자신의 생각도 드러내놓지 못했다. 사상 처음 진행된 양자TV토론은 그렇게 끝이 났다.
토론이 끝난 이후 <문재인TV>에 등장한 유시민은 승리를 확신했는지, 13일 이후 여론조사에 대해 ‘(수치를 밝힐 순 없으나) 근소하게 문재인이 역전했다’고 공개했다. 추세도 문재인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만큼, 문재인이 압승할 수 있도록 지지율이 투표로 이어지기를 당부했다.
야권측 평론가들이 ‘축배는 19일 선거 끝나고 하자’며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려는 순간 ‘속보’가 떴다. 선거 막판,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표심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슈가 예상치 않게 터져 나온 것이다.
TV토론이 끝난 시간은 밤 10시. 야권에서 이를 Review하면서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려던 밤 11시 <수서경찰서>에서 중간브리핑 자료를 언론에 송부했다.
밤 11시에 송부하는 중간브리핑 자료, 문재인 관련해 악성 댓글을 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소위 ‘국정원녀’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확인한 결과 댓글을 단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12월 17일(월) 오전 9시에 공식 브리핑을 하겠다고 수서경찰서는 덧붙였다.
박근혜 그토록 ‘국정원女’ 운운했던 까닭
3차 토론회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은 2가지 이슈에서 크게 논쟁(그것을 논쟁이라 할 수 있다면)을 벌였다. 하나는 전교조 관련된 건이었고, 또 하나는 소위 ‘국정원女’의 인권 관련 내용이 그것이었다.
국정원녀 관련해 박근혜는 문재인에게 인권변호사인데 28세 여성을 40여시간 감금하고 인권을 침해했는데 사과할 의향은 없는지를 물었다.
문재인은 이에 대해 강하게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잠금과 감금조차 구분하지 못한 대목을 지적했지만, 박근혜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정원녀 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성폭행범 같이 차로 사고를 내고, 또 40시간이나 감금했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동어반복한 것이다.
문재인의 해박한 법률지식이 발휘되었고 박근혜가 일방적으로 밀린 것으로 종료되었다. 문재인은 박근혜에게 “수사기관(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난 1시간 후에 수서경찰서가 중간브리핑을 내놓았다. 밤 11시에…
밤 11시라는 발표시간이 참 흥미롭다. 서울과 수도권에 보급하는 조중동은 밤 11시 이후에 최종본을 찍는다.
17일(월) 조중동 1면에는 TV토론 내용이 보도될까?
물론 스스로 언론이라 믿기 때문에 당연히 TV토론 내용이 보도될 것이다. 주요 쟁점이었던 ‘국정원녀’ 관련해 박근혜, 문재인의 의견을 달 것이다. 그리고 그 바로 밑에 <경찰, 국정원녀 댓글 단 흔적 발견 못해>라는 제목을, 그래서 실제로는 박근혜에게 도움이 되는 편집의 미학을 발휘하지 않을까.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초박빙이다. 선거 초반만 해도 10% 정도 앞서가던 박근혜가 D-3일 앞두고 동률로 접어들었다.
10곳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이제 문재인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비율이 3~4곳이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올라간다면 문재인이 앞서는 조사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의 리드에 가장 커다랗게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 바로 서울, 경기 즉 수도권이다. 단적으로 15일 문재인, 박근혜는 각각 서울에서 유세를 벌였다. TV토론으로 문재인-박근혜가 유세에 나서지 못했던 16일은 안철수가 서울, 경기에서 유세를 벌였다.
선거를 이틀 남겨둔 17일에도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는 모두 서울과 경기에서 유세를 벌인다. 지금 어느 지역이 중요한지 후보들의 동선이 웅변해주고 있지 않은가.
수서경찰서의 밤 11시 서면브리핑은 17일 수도권에 배달되는 조중동 지면에 착실하게 반영될 것이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이를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민주당의 의견은 미처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밤 11시이기 때문이다.
중립을 가장한 친박 교수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중간발표의 사실성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라면서 중립을 가장한 편들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과연 경찰의 발표는 사실에 어느 정도 부합했나?
국정원녀 사건, 조사는 완벽히 이루어졌는가?
국정원녀 사건은 여러 가지로 미심쩍다.
그곳에서 2년 전부터 거주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나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2번 지냈지만 의류와 살림살이가 거의 없다. 식사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도대체 옷은?
민주당에서는 거주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경찰에 IP를 알려주고 수사에 협조만 했더라면 1시간이면 모두 종료되고 이렇게까지 이슈화되지 않았을 건이 이렇게까지 흘러오게 된 배경도 의심스럽다.
수서경찰서의 중간브리핑을 보노라면 의문은 좀 더 커진다. 이들이 조사한 기기는 국정원녀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이었다.
두 개만 조사하면 다 한 것인가?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처음부터 테스크탑, 노트북, 그리고 USB와 스마트폰까지 조사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국정원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이 ‘스마트폰’이었다.
국정원은 민주당에 스마트폰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데 데스크탑과 노트북만 조사하고는 ‘혐의없음’이라고 공개했다. 스마트폰은? USB는?
경찰은 중간 브리핑 이후에도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더더욱 굳이 밤 11시에 서면 브리핑을 할 이유가 있었을까?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고, 모든 의심 물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이 상황에서 ‘혐의없음’이라고 공표한 것이 만일 사실이 아니라면 문제는 커진다.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수서경찰서장? 경찰청장?
야당에서조차 의심했던 경찰청장의 위험한 도박?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이후 김기용 경찰청장이 임명됐다. 임명된 것을 두고 말들이 나왔다.
먼저, 승진이 너무 빨라 갑작스러웠다.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지 4달만에 치안총감으로 승진했다. 대선을 책임져야 할 자리임을 염두에 둔 것이란, 그래서 박근혜의 의중이 반영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명박은 서울경찰청장인 이강덕을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와의 관계를 의식한 때문인지 민주당의 시각은 곱지 않았다. 언론에 소개된 한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이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유권자들을 의식해 무리하게 밀어붙였을 가능성도 있다. 김 청장이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하지 않고 박근혜 위원장에게 줄을 대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시기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한 밤 11시 공개를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서경찰서장이 결정했다고 보면 순진할 것이다.
경찰청장은 보고를 받았나?
이 대목은 민주당에서 반드시 책임을 추궁해야 할 대목이다. 만일 경찰청장이 중간 브리핑 발표를 승인 혹은 지시했다면 그에 합당한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본질적인 질문, 경찰은 왜 야당에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USB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혐의없음”이라고 공개해 야당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자초하고있는가.
왜 경찰은 사상 초유의 초박빙 대선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든 모양새를 굳이 자초했을까? 새누리당에서 반색하고, 민주당에서 격앙돼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왜 경찰은 대선 이후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굳이 중간결과라는 ‘작두’에 스스로 올랐나.
선거 막판, 국정원을 대신해서 스스로 작두를 타고 있는 경찰에 대해 민주당의 대응이 궁금하다. 불같이 기세를 올리던, 그래서 투표하자마자 결과를 확신하고 안철수는 미국으로 출국하려 했을 정도인 상황에서 이 이슈는 대응하기에 따라서 야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응 시간이 부족하다는 대목, 즉 선거 이후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줄 알았는데, 밤 11시에 전격적으로 발표할 줄 몰랐다는 의외성에 민주당도 놀랐을 것이고, 그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이는 분명 악재일 것이다.
선대본부장 김부겸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정원 측에서 명쾌하게 해명하지 않을 때에는 추가 대응을 하겠다. 민주당이 선거 일주일을 남기고 이 정도로 일을 제기했을 때는 이른바 소문만 가지고 한 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 그 여직원은 우리가 사용하는 고정IP를 쓰지 않았다. 무선IP를 쓰고 있었다”
17일 민주당의 대반격이 무엇일지에 따라서 국정원 사건은 미풍일지, 약풍일지, 중풍일지가 결정될 것이다. 선거가 초 막판이기 때문에 강풍으로까진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도 역전의 노장이기 때문에 의미있는 공세를 펼칠 것이다.
유시민의 말처럼 대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인지, 오히려 박근혜에게 역풍이 불어 젊은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 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투표는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부천사람사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