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경찰 수사관들도 처음엔 열심히 찾았다. 국정원 직원 '셀프 추천'에

道雨 2013. 8. 2. 12:09

 

 

 

 

경찰은 3일 간 잠도 못자고, 옷도 못 갈아 입었다. "단체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이라도 (사자)"라며 농담도 건넨다. "집에 가고 싶다" "자고 싶다"는 말이 수차례 나온다. 스스로 "우리가 이렇게 공정하게 냉정하게 열정적으로 했는지 세상 사람들이 믿어줄까"라고 묻기까지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들은 밤샘 작업 끝에 김아무개(29)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확인했다. '한건'했다면서 "고기를 사달라"고 하거나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또 "엄청나게 나오는 구나" "노다지다 노다지"라고 감탄했다. 이 모든 대화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일 공개한 127시간 38분 분량의 녹취록 전문에 나와 있다. 이미 일부 내용이 지난 6월 검찰의 수사발표와 지난 7월 25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전문은 처음 나왔다.

민주당이 지난해 12월 12일 김씨를 고발하자, 김씨는 그 다음날인 13일 자신의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서울 수서경찰서에 임의 제출했다. 수서경찰서는 같은 날 서울경찰청에 디지털 증거분석을 의뢰했다. 서울청 분석관 11명은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디지털증거분석 3실과 4실에서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한 방에 보낼 수 있다' 자신하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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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뿌리치는 국정원 직원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4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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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개된 녹취록에서 경찰이 그 수고를 얼마나 물거품으로 만들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경찰 말대로 '열정적'으로 분석했지만, 이번 녹취록에서는 그들의 부끄러운 맨 얼굴이 공개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게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개입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처음으로 아이디(ID)를 발견하자 서로 격려했다. "파이팅"을 외치며 "한 방에 보낼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베스트 게시글을 만들기 위해 '셀프 추천'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은 삭제해 달라고 신고해, '밀어내기'를 했다는 것도 확인했다.

[2012년 12월 14일 오후 5시 45분]

분석관1 : "파이팅 너에 달렸다. 난 하나 분명히 이거 찾아줬어."
분석관2 : "좋은걸 찾으셨네요. 한방에 보낼 수 있는 건데."

[2012년 12월 14일 오후 9시 53분] 

분석관1 : "MB를 까는 글이 있어. 삭제를 신고해. 삭제를 해달라고. 그런 일을 하는 거지. 지금 여당쪽에 좋지 않은 글쓴 애들 있지. 걔네들 신고해서 다 삭제시켜 버린거야. 그 일 하고 있는거야."

[2012년 12월 14일 오후 11시 32분]

분석관1 : "베스트글이 만약 선동글이다. 그러면 그게 베스트로 올라가서 메인에 올라가는 것에 방지하기 위해 반대 10회 이상.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런 것을 싹 정리해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석관2 : "베오베 게시판 있네."
분석관1 : "그래서 반드시 반대가 필요하다. 밀어내기."

[2012년 12월 16일 오전 1시 23분]

분석관1: "자기가 글 쓰고 자기가 추천하네요. '숲속의 참치'가 글을 쓰고 '진짜진짜라면'이 추천해요."
('숲속의참치'와 '진짜진짜라면'은 모두 김씨의 아이디 - 기자 주)

분석관2 : "크크크(웃음)"

증거 없다고 보도?... 경찰 "더 큰 게 있지"

한 분석관이 문재인이 당선될 수 없는 이유를 국정원 직원 아이디인 '토탈리콜'이 추천했다고 하자 다른 분석관이 "이거 많이 추천해, 별일이다 진짜"라며 "그나마 (대선 후보 지지·비방에) 제일 가까운 걸 찾았다"고 말했다.

분석관들은 다수의 아이디를 여러 명이 돌려가며 썼다는 추정도 내놓는다. 12월 16일 오후 6시 21분께 3분석실의 한 분석관은 "근데 또 하나 추정했던 게 있다"며 "그 다수의 아이디를 과연 얘 혼자 쓴 거냐, 이게 전부 다 얘네 아이디면 돌려가며 쓴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분석관은 "우리말대로 우리도 같은 팀"이라며 "저런 일을 받았다면 한명 잡혔다고 안 하고 그런 거 아니다"고 말했다.

김씨가 여러 누리집에 같은 글을 4번 이상 올렸다는 것도 경찰은 확인했다. 한 분석관은 "보배드림에 '나도한마디'가 해외순방 관련해서"라고 말하자 다른 분석관은 "어 이거 저기(오유)서 봤는데 '나도한마디' 맞는 거 같아, 왜냐면 오유에서도 같은 글 봤거든, 얘는 같은 글을 네 번이나 올렸어 똑같은 글을"이라고 말했다. 또 언론보도에서 경찰 수사 결과, 증거가 없다고 보도되자 "더 큰 게 있다"며 말했다.

[2012년 12월 15일 오전 4시 46분]

분석관1 : "기사에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고?"
분석관2 : "언제 나왔어요?"
분석관3 : "증거 없다? 더 큰 게 있지."
분석관4 : "동아일보 한 시간 전에? 기사가 있었는데?"

분석관들은 대화 내용이 문제가 될 것을 의식하기도 했다. 대화 도중 CCTV 볼륨을 줄이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12월 14일 오후 11시 30분께, 3분석실의 CCTV 영상에서 한 분석관이 "우리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잖아요, 좌파니 우파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라고 말하고 나서 뜸을 들인 뒤 "볼륨을"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는 "위에 마이크 (볼륨을) 죽였거든요"라고 전한다. 조사실에 대한 CCTV녹화를 의식한 것이지만, 그 말까지도 생생하게 녹음됐다.

국정원 증거인멸 방관한 경찰, '증거 없다' 기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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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대선기간 '국정원 정치개입' 확인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이 18일 오후 지난해 대선기간 발생한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과 공범인 일반인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개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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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경찰과 마주친 12월 11일, 그가 증거를 은폐한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의 수사협조에도 문을 굳게 잠그고 있던 김씨는 그 시간 자신의 컴퓨터에서 범죄 혐의를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2012년 12월 14일 오후 6시 51분]

분석관1 : "인터넷 히스토리를 봤는데, 11일 날 그 사건 있는데 다 지웠어요. 컴플레인 식으로 다 지웠어요. 11일은 의미가 없어요."

다른 대화에서는 분석관이 "하여간 지웠다는 사실만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며 "지웠다, 게시판 글 지운 흔적을 발견을 했다, 그렇게 정리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화에서 한 분석관은 "가장 마지막에 지운 게 12월 11일"이라고도 말했다.

또 실시간으로 댓글이 삭제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김씨가 노트북을 이미 제출했는데도 댓글이 삭제되고 있다는 것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다른 직원들을 동원해 광범위한 증거 인멸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경찰은 국정원의 증거 인멸을 방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4시께의 대화 내용이다.

분석관1 : "자도 돼요?"
분석관2 : "지금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대체로) 댓글을 삭제하는 편이더라고요."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이광석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장(현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은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전날 밤 11시 기습적으로 중간수사결과 보고서를 내자 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서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서장과 배석했던 한 분석관도 "비난이나 지지 관련 글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때는 대선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 127시간 38분, 총 340쪽 분량의 녹취록은 아래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소 많은 분량이지만 <오마이뉴스>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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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댓글 달고 추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전문 최초공개] '국정원 선거 개입' 경찰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127시간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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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7월 29일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 분석관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지난해 12월16일 새벽 폐쇄회로(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고 있다. 댓글의 흔적을 발견한 분석관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이 영상이 찍힌 날은 서울경찰청이 '댓글이 없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 16일이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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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6일 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29)씨의 개인 컴퓨터(노트북·데스크톱)를 조사하던 경찰 분석관들은 김씨의 대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다량 확보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공개된 당시 디지털증거분석실 자체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12월 15일 오전 4시 2분부터 9분 사이]

분석관1 : "주임님, 닉네임이 나왔네요."
(분석관 두 명 박수)
분석관1 : "피곤하죠? 한 시간이면 끝나겠죠? 이거 봐요."
분석관2 : "음… 우리가 찾았네. 일단은 이 사람이 쓴다는 부분이 나왔네."
분석관1 : "고기 사주세요."
분석관2 : "국정원이 책임… 지우지 말라고… 다 있어… 일단 이 자료부터."
분석관1 : "이거는 수사팀에다 구두로 넘겨주자. 있는 거가 중요하니까. 팩트만 넘기고 판단은 거기서 하게 합시다. 우리가 판단하지 맙시다."

"대박 노다지를 발견했다", "요 사이트, 요 사이트 이것은 주로 국정원 것이고", "안 되죠, 이것이 나갔다가는 국정원 큰일 나는 거죠" 등 김씨의 대선 개입 흔적을 찾아낸 분석관들의 흥분된 대화도 오갔다.

국정원 직원이 선거 또는 정치에 어떤 방식과 유형으로 개입했는지도 소상히 드러났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를 ▲ 야당에 유리한 글의 삭제 요청을 한다 ▲ 여당에 유리한 글, 야당에 불리한 글에 댓글, 게시글을 작성한다 ▲ 오늘의 유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등록되지 않도록 방해하거나 반대한다 ▲ 직접 게시글을 올리고 아이디를 바꿔 댓글, 추천한다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실제 16일 새벽 분석관들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 "게시글 올리고 자기가 또 자기 거 댓글 달고 추천하고..."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16일 밤부터 분석실 분위기가 급반전된다. 허위 보도자료를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렇게 써 갈겨, 써 갈겨", "다 삭제", "문제가 된다", "발설하면 안 된다", "갈아 버려" 등 삭제를 지시하거나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발견된 것이다. 이상규 의원이 지난 7월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경찰청 기관보고에서 한 분석관이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판에 잠이 와요, 지금"이라고 말하는 발언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밤 11시경 경찰은 서둘러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부분적으로나마 공개된 당시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상규 의원은 "CCTV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증거는 뚜렷하다"며 "이제는 국정원과 경찰의 단독 플레이가 아닌 컨트롤 타워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새누리당 대선 캠프와의 연관성에 집중해서 엄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날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CD 72장, 127시간 38분 분량)에 대한 녹취록 전문(340쪽 분량)을 공개했다. 당시 서울청은 디지털증거분석실 3실과 4실에 11명의 분석인원을 배치해서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오늘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경찰이 '농담이었다, 편집되고 짜깁기 되었다'는 식의 오만불손한 표현을 쓰면서 자신들의 은폐, 축소사실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경찰이 수사 분석 과정에서 이미 국정원의 개입부터 일개 직원의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것까지 잘 알고 있었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재판중이라는 이유로 (김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 이미징 파일 제출을 하고 있지 않은데, 이미 검찰의 디지털 증거 감식은 여러 차례에 걸쳐 조작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반드시 이미징 파일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청 디지털증거분석관들의 작업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인 12월 16일 보도자료를 작성하던 한 분석관이 "굳이 (댓글 자료를) 공개를 해야 하나"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의혹을 남기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의혹은 더욱 확산됐고, 국민의 알권리는 사라졌다.

다소 분량이 많기는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오마이뉴스>는 언론사 최초로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실 CCTV 동영상 녹취록(340쪽 분량) 전문을 모두 공개한다. (녹취록은 첨부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최경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