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1개 사이버팀당 월 1,600여개 글 작성... 확인된 건 빙산의 일각"

道雨 2013. 8. 27. 11:08

 

 

 

    국정원 직원들, "댓글 작업, 불법이었다."

 

 

심리전단 직원들 검찰서 진술
‘은폐 자체가 위법 인정’ 지적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의 변호인은 26일 공판에서 “북한 및 종북세력에 대응한 사이버 활동은 국정원의 고유 업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이 인터넷 댓글 등의 작업을 한 것은 잘못”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행자’는 불법성을 시인하는데 ‘지시자’는 발뺌하고 있는 셈이다.

 

원 전 원장 쪽 이동명 변호사가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한 취지는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국정원의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원 전 원장의 지시 여부 및 인과관계를 논의할 필요도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원 전 원장이 지시했다는 관련성도 부인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 김하영(29)씨가 지난해 12월 발각된 뒤, 조직적으로 국정원이 댓글 등을 삭제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원 전 원장 쪽 주장은 ‘자기모순’에 가까운 궤변이다.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라면 은폐할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업무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게 맞다.

 

국정원이 은밀하게 작업한 사이버 활동을 시종일관 은폐하려 한 것 자체가 위법한 행위라는 의식이 있었던 정황이라는 점에서 원 전 원장 쪽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변호인 주장대로 ‘정당한 활동’이라면 원장으로서 당연히 지시를 내릴 의무가 있음에도 지시를 내리지 않은 꼴이 된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대치한 상황에서 복구 불가능한 방법으로 자신의 노트북에 담긴 187개의 파일을 삭제했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인터넷사이트 댓글 의혹 사건 발생 직후 자신들이 인터넷에 작성한 글을 광범위하게 없앴다. 포털 등 주요 인터넷사이트에선 다수의 아이디가 탈퇴했다.

인터넷사이트는 물론 트위터에 가입할 때도 외부 일반인 조력자들을 동원해 차명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9~12월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글에 대한 찬반 클릭 가운데 유독 10월 한달 동안 클릭수가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는 오유 운영자에 의해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이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원 전 원장이 국정원법에 엄격히 규정된 국내 직무 관련 범위를 넘어서 북한이 아닌 우리 국민을 상대로 대북심리전을 했다며 사례를 들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0월21일 전 부서장 회의에서 “인터넷 종북좌파 세력을 다 잡아 우리가 청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법상 북한의 선동에 대응한 국내 보안정보 수집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방송통신위원회 및 국방부, 수사기관(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에 전달하는 게 적법하다. 그럼에도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쳐 정치·선거 개입을 하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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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사이버팀당 월 1,600여개  글 작성... 확인된 건 빙산의 일각"

 

검찰이 재판정서 밝힌 심리전단 활동

“4개팀서 포털사이트 분담해 활동
외부조력자에 월280만~420만원”

원세훈쪽 변호인 ‘의도성’ 부인
“댓글사건 뒤에야 비로소 알아”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사건 첫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사이버팀 1개팀이 한달 1200~1600개 정도의 게시글·댓글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가 삭제된 상태여서, 수사로 찾아낸 게시글·댓글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국정원이 민간인 외부 조력자에게 매달 평균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 대형포털·중소포털 등 전담팀 두고 활동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수사로 밝혀낸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 내역을 상세히 공개했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심리전단 소속 사이버팀은 4개였다. 1팀은 총괄기획을 맡았고, 2팀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국내 대형포털을, 3팀은 ‘오늘의 유머’, ‘일간베스트저장소’, ‘보배드림’, ‘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중소포털을 맡았다. 5팀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담당했다.

2·3·5팀은 4~7명씩으로 구성된 네 파트로 다시 나뉘었다. 이들 12개 파트에 소속된 팀원들은 매일 하달되는 주요 이슈에 관한 논지에 따라 게시글을 작성하고 사이트의 특이동향을 파트장을 통해 팀장에게 보고했다.

이들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다.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압수한 문서에는 ‘사이버 이슈 선점 및 대응 절차’가 명시돼 있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를 중심으로 인터넷 사이트별로 그날의 이슈 대응 및 논리가 하달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지시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슈’로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 치밀한 흔적 지우기

 

팀원 1명이 매일 작성한 게시글·댓글 수는 3~4개로, 사이버팀 하나가 날마다 작성한 게시글·댓글은 60~80개에 이르렀다. 사이버팀 1개팀이 한달 1200~1600개 정도의 게시글·댓글을 작성한 셈이다.

하지만 국정원 사이버팀들은 치밀하게 활동 흔적을 지웠기 때문에, 수사를 통해 이들 게시글·댓글의 전모를 밝힐 수 없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은 (사이트 가입에 활용한) 해외 이메일 주소, 아이디 등을 수시로 삭제 후 폐쇄했고 매년 12월 마지막 주에는 다 없애고 재개설했다.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데 사용한) 스마트폰 활동 내역도 1주일 단위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에 연결할 때마다 아이피를 바꾸기 위해 주로 커피숍에서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한 뒤 활동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후 4개월 지나 사건을 송치받았다. (이미 국정원 직원 아이디가) 탈퇴했거나, 로그기록 보존 기간인 3개월이 지나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정원 직원의) 차명 아이디를 추가 확보하고, 압수한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각 인터넷 회원정보와 대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댓글 활동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 외부 조력자에 매달 200만~450만원

 

국정원이 외부 조력자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이날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이들에게 매일 상부에서 지시하는 주요 이슈에 관한 논지를 제공했다. 이들과 함께 게시글을 올리고 찬반 클릭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아이디 개설 때 실명이 필요하면 이들의 이름을 빌렸다. 검찰은 “2011년 12월부터 1년간 외부 조력자 활용 사안을 발견했는데, 내부보고를 거쳐 매달 200만~45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평균 매달 300만원을 지급한 꼴”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와 함께 일한 외부 조력자 이아무개씨의 경우 29차례에 걸쳐 4900여만원이 현금지급기를 통해 입금됐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원 전 원장은 직원들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알지 못했다. 직원들이 글쓰기, 댓글 달기, 찬·반 클릭 등의 활동을 했다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사실은 지난해 12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됐다. 피고인은 범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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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은 정당한 업무" 강변하면서... 국정원, 수사에는 철저히 비협조

 

 

검찰 “자료제출·출석 거부하고
압수수색때 서버 등 접근 막아”

국가정보원은 심리전단의 인터넷 게시글·댓글 활동이 정당한 업무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수사 과정에서는 사이버 활동에 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의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출석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로 일관했고, 검찰 송치 후에도 심리전단 명단과 아이디, 게시글 활동 내역 등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국정원의 감찰 자료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증거로 제출한 지난 4월30일 국정원 압수수색 결과 보고를 보면,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국정원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려고 심리전단 사무실 2502호에 들어가니, 국정원 쪽은 “심리전단 사무실은 지정된 자리가 없다”고 했다. 개인업무 자료가 전혀 없고 검정 파일철로 된 심리전단 업무 관련 자료가 극히 일부 있었다. 이마저도 핵심 부분은 ○○○으로 처리하거나 수정 테이프로 지워져 있었다.

국정원 직원들의 노트북은 모두 암호가 걸려 있어, 검찰은 ‘암호를 풀어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검찰은 심리전단 사무실에 비치된 자료가 빈약하자 증거 파기 및 비협조에 대해서 항의하고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검찰이 계속 항의했는데도 국정원은 ‘국가기밀이거나 폐기해서 제출할 수 없다’며 맞섰다. 검찰은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국정원 직원들과 대치하다가 밤 10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했다.

검찰은 “컴퓨터 서버의 경우 정보기관의 특성을 감안해 국정원 직원 입회하에 이 사건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자료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접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원 전 원장의 주장대로 북한 사이버 요원 추적이 주요 업무라면 대북심리전 관련 정보를 국가보안법 수사 부서로 넘겨 후속 조처를 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국정원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검찰은 “국정원 기조실과 감찰실도 압수수색했는데, 각종 업무보고 자료 및 사건 발생 뒤 진상 확인 자료를 요구하자 문화체육관광부 로마자 표기 자료 등 엉뚱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공무상 비밀’이라며 메인 컴퓨터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미 이정연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