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판사 속인 검사에게 면죄부 준 ‘철면피’ 검찰

道雨 2014. 4. 17. 12:00

 

 

 

  판사 속인 검사에게 면죄부 준 ‘철면피’ 검찰

 

 

 

국가정보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을 담당했던 이시원, 이문성 검사가 14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한 줄 전혀 몰랐다”는 검사들의 변명을 검찰이 곧이곧대로 받아준 것이다.

수사의 주재자이자 통제자인 검사가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놀아났다고 스스로 무능을 인정한 셈이니, 검사로서는 최대의 치욕이다.

하지만 두 검사의 공판 과정을 보면 국정원에 속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판사를 속였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이 문서를 전달하기 전 외교 경로를 통해 문서를 요청했다가, 중국 쪽으로부터 “발급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 두 달 뒤 국정원이 조작해 만든 기록을 재판부에 내면서 “공식적으로 받았다. 공문도 있다”고 말했다. 문서 발급을 거부당했는데도 마치 대검 요청에 따라 중국 기관이 정식으로 발급해준 것처럼 교묘하게 말을 꾸민 것이다.

 

거짓말이 들통나자 검사가 한 변명은 “헷갈렸다. 착각했다”가 고작이다. 이런 식으로 의도적으로 재판부를 속였으리라 의심되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이문성 검사는 지난해 1심 공판에 참여하기 직전까지 국정원 대공수사국에서 수사지도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대공수사국 수사지도관은 국정원의 간첩사건 관련 증거와 의견서 등을 검토하고, 검찰 송치 전에 자문하는 자리다. 누가 봐도 국정원과 한배를 타고 사건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설사 검사들이 몰랐다고 하더라도 사안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우리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사에게 형사사법의 정의를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국가기관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국정원법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는 국정원 직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두 검사를 감찰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직무 위반 또는 태만 정도로 징계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가볍게 처리할 일이 아니다. 검찰은 검찰개혁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 2014. 4. 17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