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국정원 증거조작 재판, 이번엔 카톡 조작 논란

道雨 2014. 7. 9. 12:33

 

 

 국정원 증거조작 재판, 이번엔 카톡 조작 논란

메시지 받은 사람은 있는데 보낸 사람은 없어... 휴대전화 감정 요청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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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증거조작사건 재판에서 카톡 조작 의혹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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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증거조작사건' 재판에서 새로운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메시지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피고인 김원하(61)씨는 자신이 쓰지 않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또 다른 피고인 김보현(48)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 쪽에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거듭 메시지 작성 자체를 부인하자 검찰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제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2014년 2월 19일 오전 7시 47분에 김원하씨가 김 과장에게 보냈다는 내용이다. 김 과장의 변호인은 그 증빙자료로 김 과장 휴대전화에서 대화창을 갈무리한 사진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김원하씨가 증거조작을 주도했고 우리는 위조인 줄 전혀 몰랐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어제 뉴스를 보니 검찰에서 (증거조작사건) 조사에 착수했다는데 시간 끌지 말고 자진출두하는 것이 정답 같네요. '모든 것은 저 1인의 소행이며 그 책임은 달갑게 받겠다. 나의 행동은 유가강(국정원 증거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의 중국식 이름)에 대한 분노, 또 그자가 북과 내통하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은 선생님(김 과장)이 저한테 자문해서 알게 됐지만 청탁이나 동조는 없었다'는 등으로 논의해보세요."

발신자 불분명한 카카오톡... "얼마든지 조작 가능, 감정해야"

김 과장의 변호인은 또 그날 오후 10시쯤 김원하씨가 '허룽시 공안국 공무원들이 불법기록 발급으로 조사를 받았다, 중국이 엄격한 단속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김씨 휴대전화 감정 결과 확인됐다면서 그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있던 2월 28일, 김 과장에게 "허룽시 공안국 서류는 몰라도 싼허변방검사참 회신 건은 (검찰에게) 취득 경위를 당당히 말할 수 있다"고 카톡을 보내려다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는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내 휴대전화로 이런 걸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월 19일 당시 중국에 있었는데, 그때 쓴 휴대전화는 한국에서 사용하던 것과 다르며 한글 자판을 쓸 수 없었다고 했다. 한글 메시지를 보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또 "2월 28일에는 김 과장 등 국정원 직원 여럿과 호텔에 함께 있었다"며 "다 같이 침대에 앉아 있는데 왜 (메시지를) 보내냐"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몰래 쓴 것이냐'는 물음에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김원하씨 변호인은 "(카카오톡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며, 재판부에 김 과장의 휴대전화를 감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월 19일자 메시지는 같은 내용이 김씨 휴대전화에선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검찰 역시 "변호사들이 조작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술적으로 위조가 가능하다"며, "협조해주신다면 휴대전화를 제출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의 변호인은 김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자신들이 제시한 김씨 프로필에 나오는 가족사진, 휴대전화 번호가 맞다는 김씨의 대답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조작 의혹 해소를 위해 김 과장의 휴대전화를 감정하자는 김원하쪽 제안에는 반대했다. "(휴대전화에) 여러 가지 기밀도 담겨 있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일단 휴대전화 감정 여부에 관한 의견 등을 검토해보기로 했다.

'증거조작' 피해자 유우성 "의견진술 기회달라"

이날 법정에는 이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가 자신의 변호인들과 함께 나타났다. 하지만 자신의 간첩 혐의를 꾸며내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긴 어려웠다. 자살 시도로 뒤늦게 불구속 기소된 권세영(51) 과장 등 피고인 4명이 국정원 직원인 점을 감안, 이들이 피고인 신분인데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법정과 방청석 사이에 차폐막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잠깐의 기회는 주어졌다. 재판부는 유씨와 변호인단을 앞으로 불러, 이들이 6월 25일 낸 피해자 진술신청서와 관련해 의견을 물었다. 그의 변호인단은 신청서에서 "피고인들은 유우성에 대한 판결을 조작하기 위해 증거를 위조했다"며, "유우성은 피고인들로 인해 법률상 불이익이 발생할 위험에 처했던 피해자"라고 했다. 이날도 "특히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유씨는 그동안 피고인들의 처벌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유씨의 의견 진술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우수 부장판사는 "변호인들까지 의견을 밝히고 나면 적절한 시기에 (진술) 기회를 부여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증거조작사건 3차 공판은 7월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박소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