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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0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통영함의 진수식 모습. 천안함 사건 이후 새로 건조한 최신식 구조함이지만 성능 문제로 아직 취역조차 하지 않았다.<한겨레> |
“어선 바닥에서 내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물속에 있는 고기떼의 존재, 수량, 종류 따위를 알아내는 장치.”
다음 국어사전에 나오는 ‘어군탐지기’에 대한 풀이입니다. 즉, 고기 잡을 때 필요한 장비라는 말입니다. 어군탐지기 필요한 선박은 당연히 고기잡이배입니다. 그런데 이 어군탐지기가 최첨단 군함에 장착되어 있다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바로 통영함입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뒤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 투입 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있던 5월, 통영함 음파탐지기(음탐기·소나)가 참치잡이배 등에 다는 어군탐지기를 개량한 장비로 교체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방사청에서 받은 ‘통영함/소해함 선체고정음탐기 관련 협조회의’ 문서를 보면, 6월25일 통영함 도입 주무부서인 방사청 상륙함사업팀 주관으로 방사청 시험평가2과, 해군본부 통신전자기술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등 18명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고 합니다. 감사원 특별감사로 통영함과 소해함의 음탐기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따위 문제가 드러나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 해군본부 통신전자기술과는 “(현재) 통영함에 설치된 SH90은 어군탐지기로 알려져 있는 장비”라고 했습니다. 즉 군용으로 쓸 수 없다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군수업체인 헤켄코는 통영함과 소해함에 6219만달러(660여억원) 규모의 음탐기 MS3850(5대)을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성능을 충족하지 못해 해군은 통영함 인수를 거부했습니다.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는데 통영함이 투입되지 못했습니다. 군과 방사청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지난 5월에 헤켄코가 방사청 허가를 받아 통영함에 상용 어군탐지기인 SH90을 탑재한 것이라고 <한겨레>는 전했습니다.
해양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군용 음탐기와 어군탐지기는 목적이 전혀 다르다. 어탐기는 하방(아래쪽) 관측이 주용도다. 광범위한 측면이나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 등을 탐지할 필요가 있는 군용 음탐기보다 탐지 범위가 좁고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상용품은 군이 요구하는 구체적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 개량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성준 의원은 “군함인 통영함에 고기를 잡는 어군탐지기를 달게 했다는 것은 안보를 포기한 것이다. 세월호 이후 통영함 투입 논란이 벌어지자,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헤켄코를 도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