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막후실세' 정윤회, 문고리 3인방의 '보고' 받았다. <세계일보> 청와대 감찰 문건 공개

道雨 2014. 11. 28. 12:18

 

 

'막후실세' 정윤회, 문고리 3인방의 '보고' 받았다

<세계일보> 청와대 감찰 문건 공개... '비선라인' 실체 드러나나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문고리 3인방'(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정윤회(59)씨를 정기적으로 만나 청와대 내부 및 정부 동향을 보고했다는 내부 감찰 문건이 나왔다.

사실상 정씨를 꼭지점으로 하는 '비선라인'의 실체가 일부 드러난 셈이다. 특히 정씨가 이들을 이용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을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져 여권 내 권력투쟁 속살이 드러났다.

28일 치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 1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김기춘 교체설'의 출발점이 어딘지 파악한 결과물이다.

감찰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문고리 3인방'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고리 3인방' 외에도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외부 인사 4명 등이 참석했다.

"김기춘 사퇴 분위기 조성하라"... 김기춘과 권력암투 벌였나

기사 관련 사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1억 원대 헬스장비 구입과 관련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스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특히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 한 송년모임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를 지시했다. '문고리 3인방' 등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하라고 한 것이다.

감찰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당시 모임에서 "(박 대통령의 자문 원로그룹인 7인회의) 최병렬이 VIP(박 대통령)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지만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김기춘 실장의 거취 문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 감찰 문건에서 "정씨가 '문고리 3인방' 등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VIP의 국정 운영과 BH(청와대)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라고 명시했다.

이는 정씨가 박근혜 정부의 '막후 실세'임을 방증한 것이기도 하다. '민간인'인 정씨가 '왕실장'이라 칭해지는 박근혜 정부의 2인자인 김 실장의 거취 문제를 청와대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와 '문고리 3인방'은 1998년 박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당시 보좌관·비서관 등으로 함께 일했고, 정씨가 이들을 직접 인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는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 지시로 경찰 출신 A경정이 작성했고, 김 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찰 보고서 제출 한 달 만에 관련된 사람들은 청와대에서 나가야 했다. A경정은 원대 복귀했고 조 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비선라인' 줄곧 부인했던 청와대... 박지원 "이제 사실 부인 못할 것"

앞서도 정씨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박영선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비선 조직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종종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사실상 확인됐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난 6월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 "외부 인사 개입 등 비선이 움직이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말이 세간에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기서 '만만회'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의 마지막 이름자를 따서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 7월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한 인터뷰에서 "(문고리 3인방과) 접촉이 없다, 인간적인 정의(情誼)로 보면 이들이 나에게 연락하는 게 도리인데…, 나는 섭섭하다"라면서 '비선 라인'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만만회' 의혹 등을 보도한 <시사저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당시 정씨는 "만만회는 박지원 의원이 붙인 이름일 뿐 실체 있는 모임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보수단체인 '새마음포럼'이 같은 사유로 박 의원을 고발하자, 즉각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이 같은 감찰 사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당시 정씨에 대한 감찰 사실과 함께 감찰을 지시했던 조 전 비서관을 좌천시켰다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통상적인 인사였다"라고 밝혔다. 특히 "사실이 아닌 기사에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비선 실세' 의혹 정윤회 억대 비리, 감찰 중단?).

한편, '만만회' 의혹을 제기했던 박지원 의원은 이날(28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세계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정윤회의 국정개입은 사실이다, 이러한 감찰 보고서를 입수했다면 (정씨 등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검찰은 과연 '만만회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가, 청와대도 이를 묵인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이경태 ]

 

*****************************************************************************************************

 

 

  2천년전 '십상시의 난', 그리고 지금 청와대

'집권 2년차' 한국호, 위기의 블랙홀로 빨려들 수도

 

 

"드디어 '정윤회 폭탄'이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매달 두차례 '3인방'을 비롯한 이른바 '십상시'와 함께 모임을 갖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제거 등을 도모했다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내부 감찰보고서가 <세계일보>를 통해 보도된 직후 여권 인사가 한 탄식이다.

청와대는 문제의 감찰보고서가 청와대 문건인 것은 맞으나, 내용은 허위 찌라시 수준이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으나, 야당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파문은 이미 막을 수 없는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3인방' 등 '십상시' 문제는 지난 대선때부터 야당 등에 의해 거론된 의혹이었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마타도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박근혜 정권 출범후 계속되는 '인사 참사' 때마다 "비선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권력 암투설까지 나오더니 급기야 청와대 내부문건이 외부에 공개되기에 이른 것이다.

'십상시'로 거론되는 3인방 등은 십상시란 표현 자체에 격분한다. 십상시는 2천년전 후한 영제(靈帝)시절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10명의 환관들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 십상시는 영제가 어린 나이로 황제가 된 뒤 온갖 전횡을 부려 한나라를 멸망케 한 역신이기에, 십상시란 표현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한 케이블 방송에서는 <조조>라는 중국 대하역사 드라마가 방영중이다. 최근 여기에서 '십상시의 난'이 생생히 그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황제였던 영제가 십상시의 부패와 전횡을 잘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주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영제는 황후의 오빠인 대장군 하진으로 대표되는 외척과, 원소로 대표되는 사대부 권력 사이에서 환관들을 자신의 친위세력으로 키워 권력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관들은 이같은 역학관계를 이용해 부지런히 백성을 수탈해 자신의 부를 불렸다. 하지만 대단히 약았다. 백성들의 원성이 드높자, 조조 등 사대부가 환관의 부패를 질타하는 상소를 영제에게 올렸다. 그러자 환관이 영제에게 다가가 이렇게 해명했다. 영제에게 호사로운 새 황궁을 지어 바치기 위한 불가피한 편법이었다고. 이같은 위기상황을 대비해 수탈한 부의 일부를 공사비로 쓰는 보험을 들어놓았던 것이다. 영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환관들을 감쌌다.

그러다가 영제가 병들어 죽자, 영제 외척인 대장군 하진이 자신의 조카를 차기 황제로 세우는 과정에 십상시와 정면 충돌했다. 십상시는 이에 음모를 꾸며 하진을 궁으로 불러들여 암살했고, 이를 빌미로 사대부 권력인 원소와 조조가 궁으로 쳐들어와 십상시 등 환관 2천여명을 모두 죽이는 '십상시의 난'이 벌어진다. 이를 기점으로 후한은 사실상 붕괴되고, 조조 등이 각자 나라를 세우면서 패권다툼을 벌인다. 그후 역사는 소설 <삼국지>에 잘 그려져 있다.

이렇듯 십상시는 '망국'의 상징이자, 군주의 '무능'을 상징한다. 따라서 불과 집권 2년차에 '십상시' 운운하는 사태가 발발했다는 것은 심각해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은 맞으나 내용이 찌라시 수준에 불과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청와대가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닌 것이다.

청와대는 보도를 한 <세계일보>와 문건 유출자를 고발하기로 했으나, 그런 식으로 대응하다간 <산케이>에 법적 대응을 하면서 사태가 국제적 파문으로 발전한 것처럼 '제2의 산케이' 사태가 될 뿐이다.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문제의 문건 등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의혹만 증폭될 게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측도 청와대의 고소 경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비공식적으로는 상당한 분량의 대대적 후속 보도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공은 박 대통령에 넘어갔다. 집권후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 일이야말로 집권후 최대 위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집권 말기도 아닌 2년차에 이런 사태가 발발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각계의 우려도 대단하다. 가뜩이나 경제가 급속히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 권력 중심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국정 마비'가 발생한다면 위기의 한국호는 정말 어떤 블랙홀로 빨려들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특단'이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태견 기자

 

 

**********************************************************************************************************

 

 

 

    악취 풍기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올해 초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감찰을 벌였으며, 정씨와 청와대 실세인 ‘비서 3인방’이 자주 회동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던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청와대는 보고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지만,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선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비선에 의한 국정 농단과 물밑 암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언론에 공개된 청와대 보고서 내용을 읽어보면, 21세기 대한민국 청와대에서 흡사 중세 왕조의 비밀스런 궁중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고 최태민 목사 사위였던 정윤회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에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도 ‘숨은 실세’란 소문이 끊이지 않던 인물이다. 그런 정윤회씨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비서 3인방’으로부터 청와대 내부 동향과 정국 동향을 보고받고,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설을 퍼뜨리라고 지시하는 등, 막후에서 국정운영과 인사에 개입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실제로 그런 모임이 존재하고 그 모임을 통해 정윤회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했는지는 앞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이런 의혹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최근엔 정윤회씨가 다닌다는 역술인 집이 문전성시라는 소문도 정치권에 파다하게 돌았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란 한마디로 의혹 제기를 무시하거나 ‘법적 대응’으로 위협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감찰 보고서를 올린 공직기강비서관실 비서관과 행정관이 공교롭게도 그 직후에 청와대 밖으로 인사조처된 걸로 보면, 그 진상을 밝히는 작업을 청와대에 맡길 수는 없다. 필요하면 국회 차원에서 조사를 하거나 검찰 수사를 해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청와대가 궁중 암투의 본산처럼 비치게 된 책임은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어떤 회의를 통해 어떻게 결정하고, 누구를 만나 대화하고, 현안은 누구와 상의하는지 등등이 이 정권에선 모두 베일에 가려 있다.

전직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가운데엔 “재임 중 대통령에게 직접 대면 보고를 하거나 전화로 현안을 상의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이 매일 청와대 집무실에 나오기는 하는 건지, 참모들과 수시로 회의를 하기는 하는 건지조차 알 수가 없다.

권력이란 게 아무리 비밀스런 속성을 지녔다고 해도, 지금의 청와대는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 정윤회씨를 둘러싼 의혹과 감찰조사 파문은 박 대통령의 극단적인 신비주의가 불러온 필연적 결과물이다.

 

과거 모든 정권이 측근 비리나 비선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그중에서도 이번 사안은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폐쇄적인 권력일수록 쉽게 썩고, 썩어도 그 냄새가 밖으로 쉽게 퍼지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비선에 의존하고 모든 걸 비밀로 감추는 박 대통령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정윤회 감찰 파문’과 같은 일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누가 이런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했나’를 추궁하기보다, 스스로의 국정운영 방식을 되돌아보고, 철저히 바꿔야 한다. 투명함과 공식성을 대통령 활동의 제1원칙으로 삼아야 사태의 악화를 피할 수 있다.


[ 2014. 11. 29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