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어느 육갑(六甲)살이가 삶의 흔적을 남기며

道雨 2017. 7. 25. 15:48





어느 육갑(六甲)살이가 삶의 흔적을 남기며



甲子, 乙丑, 丙寅, 丁卯, ... 丙申, 丁酉, 戊戌, ... 壬戌, 癸亥, ...


이렇게 육십갑자(六十甲子)는 갑자(甲子)에서 시작이 되고, 중간의 과정을 거쳐, 계해(癸亥)라는 끝이 있는데, 끝이 있다고 완전한 끝맺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이었던 갑자(甲子)로 되돌아가서 반복된다.


우주의 섭리에 따라, 하루도, 또 한 해도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듯이, 육십갑자 또한 반복된다고 하여 하등 이상할 것이 없겠다고, 5운6기(五運六氣)적인 동양철학적 개념으로 생각해본다.


이 중 이번의 내 생애의 시작은 정유년(丁酉年)이었는데, 올해(2017년) 다시 정유년을 맞이했으니, 나 또한 처음으로 돌아온 셈 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환갑(還甲)이고 회갑(回甲)인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오긴 했으되, 처음과는 다른 점이 꽤 있다고 할 것이다.

처음에 핏덩이로 태어나, 상당한 기간을 부모와 가정의 보호 속에 살아왔고, 그 이후의 삶도 사회와 국가로부터의 도움, 또 조상의 음덕에 힘입어 살아온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와 주변의 여건을 고려하되,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의지와 신념, 또는 가치관으로 살고 싶고, 또 그렇게 살 수 있는 삶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연 속에는 하루살이도 있고, 한해살이도 있다.

나는 조심스럽게 사람이 육십갑자살이(육갑살이 : 六十甲子는 줄여서 六甲라고 하고, 60년을 뜻한다)라고 생각해본다.


평균 수명이 80세에 가까운 시대에 너무 줄여 잡는 것 아니냐고 질책할지도 모르겠으나,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로 비유한 옛 선인들(특히 동양 사람들)의 뜻에 견줘보고, 또 옛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생각한다면, 영 얼토당토한 말은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환갑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왔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늘어난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친구들의 환갑기념여행, 환갑기념 식사모임 등에 대해 들어왔지만, 환갑이라는 인생의 한 부분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근래에 몇 명의 지인들로부터 책을 선물 받았다. 그 중에는 시집도 있고, 종교에 관한 명상적인 자료들을 모아둔 것도 있고, 자신의 삶의 흔적을 적은 책도 있다.

환갑이나, 칠순 등을 기념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것들이다.


지인들로부터 받은 책을 보곤, 불현듯 나도 용기를 내어 이들의 흉내를 내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모아 두었던 약간의 자료들을 정리하여, 환갑을 맞은 기념으로 이렇게 두 권(道雨의 辯, 낙엽의 꿈)의 책을 내게 되었다. 비록 두 권으로 나뉘어졌지만, 모두가 하나의 글로 생각해도 무방한, 내 삶의 흔적이다.


내 자신이 견고한 사상의 등뼈를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남에게 내세울 만한 글은 쓰질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신변잡기로 내 블로그(태극기사)에 모아둔 글(블로그북이 2권 있다)들을 위주로 엮었다.


삼독(三毒)에 빠져 허우적대던 삶, 온갖 칠정(七情)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의 인생, 그런 속에서 눈물과 슬픔, 또 때로는 웃음과 기쁨, 아쉬움으로 보낸 나날들이 참 많았다. 

  

육갑살이가 한 주기 지난, 지금부터의 삶은 나에게 주어진 덤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이웃과 사회를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바램을 간직하고자 한다.


오늘의 나의 삶이 있게끔 해 주신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평생의 동반자이자 벗인 아내 김현숙과, 큰 탈 없이 자랑스럽게 자란 아들 공진, 범진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17(丁酉)년 7월 25일

                   

                                                                                        태극기사 도우(道雨) 오 봉 렬 씀


* 이 글은 저의 환갑기념 책(道雨의 辯, 낙엽의 꿈)의 머리말로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