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17일 구속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온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김 전 기획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12시18분 발부했다.


검찰은 그동안 보안을 유지하며 이명박 청와대의 특활비 상납 수사에 총력전을 펴왔다. 수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말 맞추기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인 만큼 기초수사를 탄탄하게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김 전 기획관이 혐의사실을 전면부인했는데도 법원이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의 이런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그동안 비공개로 이명박 청와대 특수활동비 상납에 관여한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뿐 아니라, 김 전 기획관에게 직접 돈을 건넨 국정원 기조실 예산관 등을 조사해, 김 전 기획관에게 총 4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전 실장은 2008년 5월 국정원 특활비가 김 전 기획관에게 상납된 뒤 청와대에서 또 돈을 요구해오자, 직접 이 전 대통령을 면담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자꾸 갖다 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2010년 김 전 기획관은 개의치않고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을 추가로 상납 받았다. 국정원으로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한 셈이다.

그런 만큼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 없이 특활비를 몰래 받았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서 “이 전 대통령 재산을 대통령보다 더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2009년 9월 청와대는 대통령실 훈령까지 개정해 총무비서관을 수석급인 총무기획관으로 바꿔 ‘위인설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6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연 뒤, 밤 10시49분 “업무상횡령 부분에 관해 혐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김 전 비서관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민간인 사찰’ 폭로자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돈을 전달받은 건 맞다”면서도,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