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 원정대의 영웅 이아손 이야기
빼앗긴 왕위를 되찾기 위해
당대 최고의 영웅이었던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등을 아르고호에 태우고, 황금 양가죽을 찾아 원정을 떠났던 영웅이 있었다. 그는 바로 테살리아의 도시 이올코스의 왕이었던 아이손의 아들 이아손이다.
원래 이아손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될 것이었으나, 그가 너무 어릴 때 아버지의 몸이 쇠약해져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에 아이손 왕은 이아손이 크면 다시 왕위를 돌려줘야 한다는 조건을 담보로, 이아손의 숙부인 펠리아스에게 임시로 왕위를 물려주었으며, 이아손은 당시 최고의 선생이었던 켄타우로스 케이론 에게 맡겨져 자라게 되었다.
케이론에 의해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이아손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드디어 숙부인 펠리아스를 찾아갔다. 그러나 한번 왕위에 오른 펠리아스가 순순히 그 자리를 내어줄 리 만무했다.
한참 머리를 굴리던 펠리아스는 다음과 같이 이아손에게 제안했다.
"콜키스의 황금 양피를 가져오면 왕권을 돌려주겠다."
사실 황금 양피는 먼 동방에 있는 콜키스라는 곳의 '아레스(전쟁의 신)숲' 에 있는 보물로, 괴물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간자는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는 소문이 자자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아손은 당시 최고의 용사 교육을 받았기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반드시 황금 양피를 가져오겠습니다."
아르고 원정대 의 모험
이아손은 황금 양피를 가져오기 위해, 자기와 함께 원정을 떠날 50여명에 달하는그리스의 영웅들을 불러 모았다. 이때 모인 영웅들 중에는 당대 최고의 영웅 헤라클레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당시 최고의 목수였던 아르고스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아손은 그를 시켜 오십 명을 태울 수 있는 큰 배를 만들게 했다. 왜냐하면 콜키스로 가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배가 완성되자 그 배를 만든 아르고스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호'라 이름 붙였다.
이렇게 하여 원정을 떠나 항해를 시작한 아르고호는, 어느 날 '알크폰네소스'란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마침 이곳의 왕이 아르고 원정대를 보고 매우 반겨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이때 헤라클레스만 홀로 배를 지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팔이 여섯 개 달린 괴물이 덮쳐왔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최고 영웅답게 침착히 그 괴물을 물리쳤다.
원정대는 또 '비티니아'라는 해안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헤라클레스는 신들의 부름을 받아 더 이상 아르고 원정대에 합류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마침 기간 테스들이 제우스 신을 공격하였는데, 반드시 신이 아닌 인간이 있어야 기간테스를 이길 수 있다는 신탁 때문에 헤라클레스가 선택된 것이다. (제우스 참조)
아르고 원정대는 헤라클레스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 양피를 구하기 위해 계속해서 길을 떠났다. 이후로도 여러 곳에서 갖가지 모험을 겪으며 다다른 곳은 '트라키아'라는 항구였다.
이곳에서 이아손은 앞을 못 보는 장님 피네우스를 만났다. 그런데 그는 얼마나 굶었던지 뼈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는데, 이는 그 섬에 살고 있는 '하르피아이'라는 괴물 새 때문이었다. 그 괴물 새는 피네우스의 식사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음식을 모두 먹어 치워버리는 것이었다.
이아손은 이 노인이 불쌍해 보여 식사 시간에 나타난 괴물 새를 쫓아버린 후 날개 달린 영웅(제테스)을 시켜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멀리 보내버렸다. 그러자 노인은 매우 고마워하며 말했다.
"사실 난 예언자요. 내가 콜키스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주겠소."
사실 그때까지 콜키스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해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있던 이아손이었다. 이아손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으며, 이 노인 예언자가 가르쳐준 대로 다시 길을 떠났다.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왕비 네펠레 사이에는 프릭소스와 헬레라는 아들과 딸이 있었다. 아타마스는 후에 이노라는 여자를 후처로 맞아들이는데, 이노는 전처의 자식들을 해칠 계략을 꾸몄다.
그 사실을 안 왕비 네펠레는 제우스 신에게 빌었고,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키소말로스라는 이름의 날개달린 '황금의 양'을 건네주었다.
황금양은 프릭소스와 헬레를 태우고 먼 나라 콜키스로 보내지는데, 도중에 딸 헬레는 바다에 빠져죽고 만다.
이때 헬레가 빠져죽은 바다를 '헬레스폰토스', 즉 '헬레의 바다'로 부른다.
콜키스에 무사히 도착한 프릭소스는 이 황금 양을 제우스 신에게 바치고, 그 양의 황금 양피는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에게 선물로 준다.
아이에테스는 이 황금 양피를 전쟁의 신 아레스의 숲에 모셔 두고, 결코 잠드는 일이 없는 불을 내뿜는 용으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
헤라클레스가 아르고 원정대에서 떨어지게 된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유로는 항해 중에 원정대원들은 노젓기 시합을 하다가 노가 부러지는 바람에 어느 육지에 도달한다. 헤라클레스는 동성 애인이자 친구인 힐라스에게 마실 물을 떠오라고 시키고, 자신은 새로운 노를 만들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그 후 힐라스가 실종되었고, 그는 친구를 버릴 수 없어서 결국 원정을 포기하고, 아르고호 원정대는 콜키스로 떠나게 된다.
끝내 힐라스는 찾지 못했고, 헤라클레스는 폴리페모스라는 영웅과 함께 그 땅에 남아, 폴리페모스를 도와 '키오스'라는 도시를 지었다고 한다.
드디어 콜키스에 도착하다
콜키스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험한 곳을 통과해야 했다. 이곳은 움직이는 두 개의 커다란 바위섬으로 되어 있었는데, 만약 두 바위섬이 부딪칠 때 이곳을 통과하면 그대로 박살이 날 판이었다.
그러나 이아손은 침착하게 예언자 노인이 시킨 대로 먼저 비둘기 한 마리를 날려 보냈다.
그러자 두 바위섬이 움직이더니 꽝 하고 부딪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두 바위섬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틈을 타 아르고호는 힘껏 노를 저었다. 섬 사이를 거의 통과할 무렵, 두 바위섬은 다시 아르고호를 향해 돌진해왔다. 위기일발의 순간, 아르고호는 가까스로 통과하였다. 그리고 위기 뒤에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내 콜키스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오랜 고생 끝에 찾게 된 콜키스였기에 이아손의 마음은 급했다. 그는 즉시 이곳의 왕 아이에테스를 찾아가 자신이 여기에 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자 아이에테스 왕은 흠칫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
사실 아이에테스 왕은 황금 양피를 잃으면 자신이 왕위에서 쫓겨난다는 신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순순히 이아손에게 황금 양피를 내어줄 리 없었다. 결국 아이에테스 왕도 다른 왕들처럼 이아손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너 혼자서 입에서 불을 내뿜는 황소에게 쟁기를 매주고, 거기에 카드모스 왕이 퇴치한 용의 이빨을 뿌려준다면 황금 양피를 내주겠다."
입에서 불을 내뿜는 황소에게 쟁기를 매주는 것도 쉽지 않지만, 카드모스 왕이 퇴치한 용의 이빨을 뿌리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용의 이빨을 뿌릴 때, 그 자리에서 많은 무사들이 튀어나와 이빨을 뿌린 사람에게 공격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두 가지 다 만만치 않았지만 이아손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드디어 황금 양피를 얻다
황소와 대결하기 전날 밤 이아손은 내일 일이 걱정되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가 이아손이 자고 있는 방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콜키스 왕의 딸 메데이아였다. 그녀는 이아손을 보는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으슥한 밤 이아손이 자고 있는 방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자신과 지금 당장 결혼해 주면 내일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유혹한다. 그녀는 사실 예언의 능력을 가진 마술사이기도 했다. 당연히 황금 양피가 목적인 이아손이 이를 거절할 리 없었다. 이아손은 메데이아의 손에 이끌려 헤카테(마법의 여신) 신전으로 가 결혼식을 올렸다. 자신의 목적을 이룬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불에 타지 않는 약과 마법의 돌을 주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아왔다. 아이에테스 왕과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에서 불을 뿜는 황소가 튀어나왔다. 이아손은 황소에게로 다가갔으나 전혀 뜨겁지 않았다. 메데이아가 준 불에 타지 않는 약을 몸에 발랐기 때문이었다. 이아손이 흥분하여 날뛰던 황소의 등을 어루만지자, 황소는 얌전해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아손은 황소에게 쟁기를 매었다.
다음은 카드모스 왕이 퇴치한 용의 이빨을 뿌리는 일이었다. 이아손이 조심스럽게 용의 이빨을 뿌리자, 정말로 땅속에서 수많은 무사들이 튀어나와 이아손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이아손이 마법의 돌을 그들 한가운데로 던졌다. 그랬더니 무사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우는 게 아닌가! 결국 무사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다 모두 죽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이아손은 임무를 완수했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외쳐댔다.
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던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이아손에게 황금 양피를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황금 양피를 잃으면 자신이 왕위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신탁 때문이었다. 결국 아이에테스는 그날 밤에 자고 있는 이아손을 덮쳐 죽이기로 계획을 짰다.
그러나 마술사였던 메데이아가 이를 곧 눈치 채고, 얼른 자고 있는 이아손을 깨워 황금 양피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괴물이 으르렁거리며 지키고 있었다.
"이 약을 괴물에게 뿌리세요."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건네준 마법의 약을 괴물에게 뿌렸고, 괴물은 곧 얌전해지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하여 이아손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황금 양피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리고 재빨리 메데이아와 원정대원들을 배에 태우고, 몰래 콜키스를 떠났다. 아이에테스 왕은 뒤늦게 이아손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차리고 분통을 터트렸다.
"메데이아가 나를 배신하다니!"
아이에테스 왕은 자신의 아들 압시르토스(메데이아의 남동생)를 시켜 맹추격전을 펼치도록 했다. 압시르토스가 이끄는 추격 함대는 어느덧 아르고호 뒤꽁무니까지 따라왔다.
위기의 순간, 메데이아는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한다. 동생에게 항복하는 척하다가 오히려 동생을 납치한 것이다. 이렇게 끌려온 압시르토스를 이아손은 토막 내어 바다에 던졌다.
이아손은 테살리아의 왕자로 숙부 펠리아스로부터 부친의 왕국을 되찾기 위하여 유명한 영웅들로 구성된 아르고 원정대를 이끌고 모험의 항해를 한다. 황금 양피를 찾으러 콜키스에 온 영웅 이아손을 사랑한게 된 콜키스 왕의 딸이며 마녀인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피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메데이아는 조국과 아버지인 아이에테스 왕을 배신하고 황금 양피와 함께 이아손과 그리스로 도망가지만, 이후 이아손이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하려 하자,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난 자신의 아들과 글라우케를 죽이고 아테네로 도망간다.
메데이아를 배신하는 이아손의 비극
이렇게 하여 아르고 원정대는 황금 양피를 들고, 콜키스를 탈출하여 고향 이올코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황금 양피를 가지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숙부 펠리아스는 딴청을 부렸다. 게다가 그가 아버지 아이손까지 죽였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복수를 결심한다.
이번에도 메데이아가 나섰다.
그녀는 펠리아스의 딸들에게 아버지를 젊게 만드는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늙은 양을 토막 내어 끓는 물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꺼냈었더니 늙은 양이 어린 양으로 변해 있었다.
이를 본 펠레아스의 딸들은 즉시 아버지를 끓는 물에 넣었다. 펠리아스는 그 길로 즉사하고 말았다.
이 일로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이웃나라 코린토스로 추방당했다. 이곳에서 이아손은 메데이아와의 사이에 아이도 낳으며, 10년 동안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어느 날, 이아손이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하기 위해 메데이아를 내쫓는 일이 발생한다.
이 일로 메데이아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이성을 잃고, 처참한 복수의 참극을 벌인다. 그녀는 공주를 불에 태워 죽여 버렸으며, 이아손의 자식들까지 모두 죽인 후, 날개가 달린 뱀이 끄는 수레를 타고 도망쳤다.
이후로 그녀는 아테네로 건너가, 그곳의 왕 아이게우스(테세우스의 아버지)의 아내가 된다. (테세우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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