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거 전 인터넷언론사에 후보자 칼럼 게재 제한, 헌법 위배”
공직선거 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선거 90일 전부터 인터넷 언론사에 싣지 못하게 한 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칼럼 게재 시기에 제한을 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언론 자유, 국민의 알권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8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언론사에 대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공직선거 후보자 명의의 칼럼 게재를 제한한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 조항(제8조2항)이 재판관 6 대 3 결정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녹색당의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2014년 12월~2016년 1월 ㅎ인터넷언론사에 칼럼을 게재했다. 이후 20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는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인터넷언론사에 올라온 하 위원장 칼럼이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보도 협조 요청’을 ㅎ언론사에 보냈다.
하 위원장은 칼럼 게재를 중단했지만, 관련 규정인 공직선거법(제8조의5제6항)과 인터넷선거보도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8조2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16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인터넷선거보도 심의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인터넷 언론사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후보자 명의의 칼럼을 게재해선 안 된다’고 돼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이 “선거보도가 불공정한지 구체적으로 판단하지도 않고 불공정 보도로 간주해, 선거에 영향 없는 보도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이 조항이 정하고 있는 일률적 규제가 매우 광범위한 인터넷 언론사의 개념과 결합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거에 임박했을 때 칼럼을 게재해 선거 운동에 탈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선거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막을 다른 조항들이 마련돼있어 문제 없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3명의 재판관(이선애·이종석·이영진)은 반대 의견을 냈다. 세 재판관은 “선거가 임박한, 민감한 시기에 특정 후보자의 칼럼이 인터넷 언론에 올라올 경우 광고 효과를 누리게 돼, 후보자 사이에 기회가 불균등해진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의무를 정해둔 공직선거법에 대한 하 위원장의 청구는 각하했다.
헌재의 위헌 판단의 효력은 판단 당일부터 발생한다. 현행법상 인터넷 언론사가 아닌 신문이나 방송의 경우,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공직선거 후보자 명의의 칼럼이나 출연이 예외 경우를 제외하고 불가능하게 돼있다. 다만, 이날 헌재 판단으로 신문사가 인터넷에 게재하는 인터넷판 칼럼은 허용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8915.html?_fr=mt2#csidx5c53e09392d61b5b1c33d5ff9cff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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