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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도, 행사도 ‘대학원생 도움’…나경원 ‘엄마 찬스’ 논란 가열

道雨 2020. 10. 19. 10:45

논문도, 행사도 ‘대학원생 도움’…나경원 ‘엄마 찬스’ 논란 가열

서울대 진실위 결정문 보니
서울대 연구실 사용 외에도
논문 초고 대학원생이 검토
엑스포도 대학원생이 참가
“이게 엄마찬스 아니면 뭐”
나경원 “엄마 맘으로 한 일”

제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다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 서울대에 아들 김아무개씨의 과학경진대회 참석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가운데, 나 전 의원이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엄마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올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엄마 찬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 결정문’을 통해, 당시 미국 고등학생이었던 김씨가 받았던 남다른 혜택(?) 등이 드러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통해 지난 16일 확인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 결정문’을 보면, 서울대는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포스터에 김씨가 제4저자로 표기된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라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김씨는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할 때 데이터 검증을 도와줬으나, 이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 작업이다. 그 외 다른 기여는 없다”며 “저자로 포함될 정도의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실위는 “논문이 아니라 1쪽 분량의 포스터이고 단순 데이터 검증 작업을 했다고 보인다”면서도, 위반의 정도는 경미하다고 밝혔다.

또 진실위는 나 전 의원의 부탁으로 김씨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진실위는 “김씨가 작성한 연구노트, 김씨와 윤아무개 서울대 의대 교수 사이 오간 이메일과 면담결과 등을 종합하면, 윤 교수가 김씨 어머니(나 전 의원)로부터 김씨 엑스포(미국 고교생 대상 경진대회) 참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하였다”고 설명했다.

서동용 의원은 “엄마 찬스가 아니였다면 아들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연구물에 부당하게 공동저자로 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과 윤 교수는 서울대학교 82학번 동기생으로, 윤 교수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 친분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 나 전 의원의 아들 초고를 대학원생에게 검토하도록 했다는 내용과, 엑스포에 대학원생이 대신 참석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 서울대 진실위 결정문.

 

여기까지가 알려진 사실인데, 서울대 진실위 결정문을 자세히 보면, 김씨가 받았던 편의가 남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한 점 외에도, 김씨의 초고를 윤 교수가 김아무개 교수에게 검토 요청하자, 이를 다시 김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지시해, 대학원생이 포스터를 검토하고 작성을 거들었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이다.

“김ㅇㅇ는 초고를 작성한 후 2014. 12. 말 피조사자 윤ㅇㅇ에게 보내 검토를 요청하였고, 피조사자 유ㅇㅇ의 요청으로 피조사자 김ㅇㅇ이 이를 2015. 1. 초에 ㅇㅇㅇ에게 전달하여 검토하도록 하였다. 엑스포 포스터 작성은 ㅇㅇㅇ가 도왔다.”

 

이 과정에서 김씨 대신 서울대 대학원생이 발표자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사실도 결정문에 적시돼 있다.

결정문에는 “김ㅇㅇ의 사정으로 학회 참석이 어려워지자, 당시 대학원 신입생인 ㅇㅇㅇ이 대신 포스터 내용을 정리한 후, 발표자로 학회에 참석하였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특혜와 비리를 넘어,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 서울대가 나경원씨 집안 입시컨설팅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전 과정이 특혜가 아니고 엄마찬스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당시 박근혜 정권 실세 정치인의 위세가 아니면 우리나라 국민, 우리나라 고등학생 누가 그걸 할 수 있겠냐”고 했다.

또 “그런 불공정과 특혜를 통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지금도 적반하장으로 자기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자다가도 분노가 솟는다”고 덧붙였다.

 

앞선 16일,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엄마 찬스’라는 비난은 번지수부터 틀렸다. 아들이 연구실을 사용한 2014년 여름 저는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라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은 또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유독 관심이 많던 아이가 과학경진대회에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말했고, 문과 출신의 뭐가 뭔지도 모르는 저는 엄마로서 뭘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며 “아이의 답은 ‘지도 선생님이 없어서…’였다.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 지인을 통해 도움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의 해명에 대해 젊은 세대들은 반응은 싸늘하다. “조국 딸 아빠찬스도, 추미애 아들 나경원 아들 엄마 찬스도 맞다” “아는 사람이면 국립대인 서울대 실험실 빌려주냐” “조국이나 나경원이나 추미애나… 직위 이용해서 자식에게 혜택주는 나쁜 짓 한 거다” “조국한테는 분노하더니 왜 저런 사건에 가만히 있냐"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나경원 씨. 자녀 청탁의 본질이 바로 ‘엄마(부모)로서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입니다. 아니, 판사까지 하고, 남편이 판사인 양반이, 자신의 비리를 감정에 호소하는 식으로 합리화하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당신은 지금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부모와 안 해주는 부모를 동시에 두번 죽이는 겁니다”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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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66264.html?_fr=mt2#csidx7fcf1396670ec9b9a1386312a183a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