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시민단체 고발 4년만에 엘시티 비리 기소
부산지검 "이영복 2조원대 사기 혐의"... 시민단체 "늑장수사, 공수처 고발"
▲ 국내에서 두번째로 높은 101층 건물. "비리와 특혜가 쌓아올린 마천루" 비판을 받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엘시티(LCT)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LCT)의 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을 3년 8개월 만에 재판으로 넘겼다. 시민단체는 "늑장 수사"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 불거진 엘시티 사건은, 허가 과정에서 특혜 논란은 물론, 온갖 불법과 비리로 논란이 됐다. 당시 주범인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70) 청안건설 회장은 수백억 원대 횡령과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를 펼쳤다. 이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줄줄이 수의를 입었다. 현재 이씨는 이러한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부산지검 "이씨 등 5명 불구속 기소"
부산지검 환경·공직범죄전담부는 29일 이씨 등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채무가 있던 이씨는 규정상 보증이 어려워지자, 주식을 가장매매하는 수법으로 보증공사를 속이고, 보증한도 합계 1조9768억 원 상당의 분양보증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가장매매는 다른 사람과 짜고 매매가 이루어진 것처럼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검찰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상복합건물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같은 수법으로 가장매매를 통해 5831억 원 상당의 분양보증을 받는 등, 이씨에게 사기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청안건설 주식을 사들여 보증공사를 기망한 업체 대표 등 4명도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가 관계사나 자회사를 동원하면서도, 자신과 무관한 업체인 것처럼 보증공사를 속여, 2조 원대의 분양보증을 받아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엘시티 운영회사와 관련해 5895억 원을 대출해주고, 채무 2345억 원을 면제한 군인공제회의 전 이사장 A씨 등의 배임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공제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볼 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분양보증을 승인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전 B사장 등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 부분도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는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지난 2016년 11월 12일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번 수사결과 중 엘시티 건은 지난 2017년 5월 부산참여연대,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햇수로 4년 만이다. 두 단체의 김종민, 김재하 대표는 이씨 등을 배임, 사기 혐의 등으로 처벌해 달라며, 부산지검에 19쪽에 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이를 엄벌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또 다른 엘시티가 비리를 발판 삼아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소 결과를 받아든 이들 단체는 '늑장 수사결과'라며 반발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처음부터 비리를 밝혀냈다면 난개발과 특혜 비리로 얼룩진 건물을 지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여러 번의 제어장치가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고, 수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보증과 관련한 배임 혐의 불기소 또한 "특혜를 준 사람들은 빼고 특혜를 받은 사람만 문제라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공수처가 출범하면 엘시티 비리 중 무혐의를 처분한 검사를 가장 먼저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검찰은 <오마이뉴스>에 "최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와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의혹 제기 고발 사건의 경우 사실 확인 과정에서 상당히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성(kimbsv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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