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씨 대북송금 공소기각 확정...공소권 남용 인정 첫 사례
간첩조작 피해자 유씨, 대북송금 기소유예 처분됐다가 다시 기소..."위법" 판단
* '간첩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간첩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기각으로 판결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된 최초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유씨는 2005∼2009년 총 25억원을 북한에 불법으로 송금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씨의 대북 송금 혐의를 수사했다가, 유씨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초범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5월 이미 기소유예 처분했던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유씨를 기소했다. 이는 유씨가 2013년 별도의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가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도 징계를 받은 이후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했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과거의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할 사정이 없었던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의 공소 제기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공소기각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 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이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이므로, 이 부분 공소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씨는 재북 화교 출신이면서도 탈북민이라고 속여 '탈북자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에 취업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700만원을 확정받았다. 이 혐의는 1∼3심 모두 같은 판단을 받았다.
한편 유씨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아 탈북자 정보를 북측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2013년 2월 구속기소 됐으나,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4년 2월 국정원의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국정원 직원들이 중국 국적인 협조자와 공모해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고, 유씨는 2015년 간첩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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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성 기소’에 대법 첫 제동, 검찰 부끄럽지도 않나
* ‘서울시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간첩 혐의를 받은 유우성씨가 2014년 4월14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수사결과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법부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을 확정한 첫 사례라고 한다.
유씨의 혐의는 검찰이 앞서 기소유예 처분했던 것으로, 뒤늦게 다시 기소할 때부터 ‘보복성 기소’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 가 제 허물을 더욱 크게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 기각으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14년 서울중앙지검이 탈북자의 대북 송금을 주선해주는, 이른바 ‘프로돈’ 사업을 벌여 북한으로 돈을 밀반출한 혐의로 유씨를 기소한 사건이, 7년 만에 사법적으로 확정됐다.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이미 2010년 수사를 벌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바 있다. 대법원은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다시 기소할 의미 있는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의 뒤늦은 기소는 단순한 공소권 남용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유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탈북자 정보를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2013년 2월 구속기소됐으나, 2015년 대법원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던 2014년 2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도 조작된 증거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검찰이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건 그 직후였다. 유씨가 재북 화교 출신이면서도 탈북민이라고 속여 ‘탈북자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깨알 같은 혐의까지 추가했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재탕 기소’를 했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전향적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사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판단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공소권 사용에 스스로 엄격했기 때문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번 사건의 경우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과반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사법부의 더욱 적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 2021. 10. 15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15216.html#csidxf4c13d67deae4129b15febbcf56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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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되었다
유우성은 2004년 탈북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2010년 검찰은 유우성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뒤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2013년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유우성을 간첩으로 보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 국정원은 유우성의 동생을 국정원 산하 합신센터에 수개월간 독방 구금하면서 불법수사했고, 유우성이 북한에 출입했다는 내용의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서 검사에게 건넸으며, 검사는 위조된 공문서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다. 위조 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고, 유우성의 간첩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다. 2014년 5월 초 공판 관여 검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그로부터 8일 뒤인 5월9일 검찰은 유우성에 대해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사죄는 없었다.
모든 재판이 어렵지만 형사재판은 특히 더 어렵다. 강한 공권력, 즉 수사권과 기소권이 행사되기에 사법은 피고인, 피해자, 변호인, 참고인 등 참여자들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공권력을 통제해야 한다. 동시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형사사법적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재판 환경(법관 수 부족, 많은 재판, 신속한 처리)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멘붕’이다. 많은 사건들을 빠르게 다루면서 충실한 재판도 하라니.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의구심이 드는 순간, 우선순위를 정하고 취사선택을 하게 된다.
절차는 포기하더라도 실체는 건지자. 공권력 통제가 웬 말이냐. ‘실수 누락 없고 최신 대법원 판결을 제대로 반영하는 재판’만 잘해도 감지덕지다.
문제는 이 생각이 틀린데다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진실은 항상 독립되어 존재하는 관계가 아니다. 판결에 드러난 사실은 실체적 진실 그 자체가 아니다. 수사를 거쳐 재판에서 현출된 주장 및 증거들을 대상으로 판사가 재구성한 사실이다. 주장 및 증거의 형성 과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재판에서 인정되는 사실이 실체적 진실에 최대한 부합하기 위해서는 주장 및 증거 형성 절차가 오염되지 않아야 한다. 고문을 통해 진실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고문 때문에 거짓을 말한 예도 수없이 많다. 전자의 가능성을 위해 후자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한편,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곧바로 형사사법적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다. 공권력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그럴 권한이 없다. 범죄임이 확실하다고 해도 검경이 자의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 공권력의 행사가 통제되지 않으면 시민은 지배받게 된다.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이다.
따라서 형사재판은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진실이 충돌하는 공간이 아니라, 절차적 정의가 준수된 상태에서 최대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수사권과 공소권은 적법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사법은 이를 통제해야 한다. 그런데 실천이 너무 어렵다.
특히 검찰의 공소권 행사는 매우 통제하기 어렵다. 1990년대부터 하급심에서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간혹 시도되었다. 대법원은 공소권 남용 가능성을 긍정하면서도 이를 실제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학계도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근거로 검찰의 기소재량을 폭넓게 해석했다. 공소권 남용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법문도 외국처럼 사전심사하는 제도도 없다. 유죄임에도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처벌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할 사건들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직무를 일부 포기했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검찰의 유우성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죄 기소에 대해,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검찰이 2010년 기소유예 처분을 한 이후로 유의미한 사정변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다시 기소한 것은 의도적이고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2021년 10월14일 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최초의 공소권 남용 사례다.
다만,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간 법원의 적절한 통제가 부재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수사권 및 공소권에 대한 사법통제에 소극적이었던 나 같은 판사 때문에 검찰은 유우성을 재기소할 수 있었다.
그 공소권 남용은 다른 하급심에서 통제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이끌어냈다. 다행이고 죄스럽다.
류영재ㅣ대구지방법원 판사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5484.html?_fr=mt0#csidx27aa41223f0f185849e4493a9d11a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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