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위기의 윤석열 : ‘고발 사주 의혹’, 디지털 증거는 검찰을 가리킨다

道雨 2021. 10. 15. 18:35

‘고발 사주 의혹’, 디지털 증거는 검찰을 가리킨다

 

세 차례 전환점을 지나며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증거가 없었다면 정치 공방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검찰 관여가 확인되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 첫 보도 이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캠프, 국민의힘 등은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김웅 의원은 “공익신고다”라는 당초의 주장을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바꾼 뒤 침묵했다.

‘손준성 보냄’의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현 대구고등검찰청 인권보호관)는 수차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라는 입장문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만남(8월11일)이 알려지면서,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은 ‘제보 사주’라고 맞불을 놓았다.

 

‘고발 사주’와 ‘제보 사주’ 프레임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수사가 시작됐다. 〈뉴스버스〉 보도 이후 대검 감찰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공수처 수사3부가 각각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기관들은 디지털 증거 확보에 나섰다.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출한 휴대전화와 USB가 결정적인 물증이었다. 여기에 최초 전달자가 계속 기록되는 텔레그램의 고유 기능도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이런 디지털 증거가 없었다면 고발 사주 의혹은 정치 공방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10월7일 현재 고발 사주 의혹은 세 차례 전환점을 지나며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의 ‘1차 전환점’은 포렌식 결과가 밖으로 알려진 9월 셋째 주다.

조성은씨가 지난해 4월3일 오전 10시12분(지○○ 페이스북 캡처 사진), 오후 1시47분(지○○ 판결문 3건), 오후 4시19분(고발장)에 각각 내려받은 파일 생성 기록이 확인되었다. 해당 파일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웅 후보가 조성은씨에게 보낸 ‘4월8일 최강욱 고발장’도 역시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같은 디지털 포렌식의 결과로, “4월3일에 일어난 일이 4월3일 고발장에 들어가 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9월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라는 파일 조작설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조성은씨가 받은 고발장과 첨부자료가 조작되지 않은 게 확인되면서, 고발장 작성과 첨부자료 수집에 관여한 이들로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검사 9명을 투입해 대검 감찰부 감찰 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수사에 속도를 냈다.

 

수사정보2담당관 꼭 찍어 압수수색한 이유

 

지난 9월30일 공공수사1부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은 ‘2차 전환점’을 지났다. 공공수사1부는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공개 의결을 거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최강욱 의원 등이 고소한 사건에 대하여, 고소장 접수 직후부터 검사 9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하여, 대검 진상조사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하고, 디지털 포렌식, 관련자 소환조사 등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수사한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되어, 오늘(9월30일) 공수처에 이첩하였습니다. 그 밖의 피고소인들도 중복 수사 방지 등을 고려하여 함께 이첩하였습니다. 향후 공수처에서 추가로 요청하는 사항에 대하여 검찰은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검찰 수사로 적어도 고발 사주 의혹에 현직 검사들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물론 이날도 손준성 검사는 종전 입장 그대로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2차 전환점을 지나며 손 검사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지난 9월28일 공수처 수사3부는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근무한 검사 두 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4월 당시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실 산하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한 성 아무개 검사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파견됐던 임 아무개 검사다.

공수처가 성 검사와 임 검사를 특정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이를 법원이 발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성 검사는 지난해 4월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이었다.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직할이다. 공수처는 왜 수사정보2담당관을 꼭 찍어 압수수색한 것일까?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전신은 범죄정보기획관실, 흔히 ‘범정’으로 불렸다. 범죄정보기획관 아래로 범죄정보1·2담당관으로 나뉘어 평검사 3~4명이 배치되었다. 1담당관과 2담당관실에 각각 배치된 베테랑 수사관 수십 명이 정보를 수집해왔다. 기존 범죄정보1담당관은 각종 범죄 정보를, 2담당관은 정관계나 언론계 등 동향 정보를 파악했다. 말이 동향 정보이지 정치인 등에 대한 사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문무일 검찰총장이 범정을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했다. 수사정보2담당관이 수사 정보를 수집·관리하면, 수사정보1담당관이 이를 검증·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동향 정보 수집 폐해를 막기 위한 개편이었다. 그럼에도 정보 파악이라는 고유 기능은 수사정보2담당관실에 남아 있었다. 이 정보 파악 기능의 책임자가 바로 성 아무개 검사였다. 공수처는 수사정보2담당관 측이 문제의 고발장에 담긴 정보를 수집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3일 조성은씨에게 전달된 고발장에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제보자 X’로 알려진 지○○씨에 대한 정보다. 지난해 3월31일 MBC는 ‘채널A 사건’을 보도하며 제보자인 지○○씨를 A라고 불렀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해 4월3일까지 MBC는 채널A 사건 제보자 신원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채널A 측도 이철 당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측근이라고 소개받고 취재한 지씨가 제보자 X인 줄 몰랐다. 채널A가 자체적으로 꾸려 발표한 〈신라젠 사건 정관계 로비 의혹 취재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월25일 1차 만남, 3월13일 2차 만남, 3월22일 3차 만남까지 3차례 만났지만, 지○○의 이름을 포함한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해 4월3일 고발장은 지○○씨의 신원을 정확히 특정했다. MBC에 제보한 A가 ‘제보자 X’이며 사기와 횡령 등으로 실형을 산 지○○씨라고 알려진 건 지난해 4월3일 당일이다. 4월3일자 〈조선일보〉가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9일 뒤 MBC ‘檢·言 유착’ 보도”라는 보도로 지○○씨의 신원을 특정했기 때문이다(이 기사는 고발장에도 포함되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검찰과 법원을 출입하는 〈조선일보〉 법조기자들이었다.

문제의 고발장이 이 〈조선일보〉 보도 당일 작성될 수 있었던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작성자가 해당 기사를 본 직후 고발장을 썼을 수 있다. 아니면 지○○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검찰이 고발장의 작성자이거나 밖으로 알렸을 경우다.

 

고발 사주 의혹의 3차 전환점은, 공수처와 검찰이 복원한 통화 내용 일부가 언론을 통해 나온 10월6일이다. 검찰과 공수처 등은 지난해 4월3일 이뤄진 김웅-조성은 통화 녹음 파일을 복원했다.

지난해 4월3일 오전 10시3분,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사IN〉 취재를 종합해보면, 첫 번째 통화는 7분58초 동안 이어졌다. 주요 내용은 “우리가 만들어서 고발장을 보내주겠다. 서울남부지검에 접수하라”라는 것이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4시45분 김웅 후보가 조성은씨에게 두 번째 전화를 걸어 “대검에 접수시켜라. 나는 빼고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색을 빼야 한다”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고) 얘기해놓겠다”라는 김웅 당시 후보의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통화 중에 김웅 후보는 채널A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문제의 4월3일 고발장에도 채널A 사건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전체적으로 고발장은 지○○씨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지씨가 ‘특정 정당의 골수 지지자로서 검찰에 대한 적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검찰을 흠집 내는 기삿거리를 제보하여, 보도되게 하려는 악의적 의도’를 가졌고, ‘MBC 장○○ 기자 등은 (지씨가) 신뢰성이 떨어진 취재원이라는 사실 및 지○○의 제보 배경에는 최강욱·황희석·유시민 등 여권의 실세들이 제보 행위를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지○○의 제보에 대해 정확한 사실 확인도 마치지 아니한 채 보도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고발장은 채널A 사건은 ‘검·언 유착’이 아니라 ‘정·언 유착’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 10월6일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관들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 고발장은 검·언 유착 사건을 정·언 유착 사건으로 재구성하려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검·언 유착 사건과 정·언 유착 사건은 구도가 비슷하다. ‘이○○ 채널A 기자-한동훈 검사장(검·언 유착)’과 마찬가지로 ‘장○○ MBC 기자-제보자 X인 지○○(정·언 유착)’ 공모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언 유착 고발장이 실제로 접수되어 수사가 이뤄졌다면 검찰은 MBC 장○○ 기자와 제보자 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에 나섰을 것이다. 그랬다면 ‘채널A 사건’이 아니라 ‘MBC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검·언 유착’ 아니라 ‘정·언 유착’ 사건 될 뻔

 

지난해 3월31일 MBC의 채널A 사건 보도 이후 대검찰청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공개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 등에 따르면, 이 보도 이후 3월31일 저녁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 등은 단체 대화방에서 53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MBC 보도 이후 검찰 입장을 조율해 발표하기 위한 협의일 수 있다. 고발 사주 의혹과 연관해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주임검사를 여운국 공수처 차장으로 바꾸고, 검사들을 추가로 투입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속도에 따라 고발 사주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검찰이 지휘계통에 따라 정보를 취합하고 고발장에 담아 전달한 게 확인되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월6일 오전 9시50분, 공수처 수사3부는 ‘최강욱 고발장' 전달에 관여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국회의원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건, 지난 9월1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정점식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을 향해 “고발 사주라는 사건은 (실체가) 없다. 문제될 것은 전혀 없지만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짓을 공수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김웅-조성은 통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김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고발 사주라는 사건은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  나경희·고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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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기가 막힌 고발 사주 의혹 ‘말말말’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은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정치공작, 제보 사주,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라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말말말’을 팩트체크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이날부터 윤석열 캠프나 국민의힘은 ‘정치공작이다’ ‘고발 사주가 아니라 국정원의 제보 사주다’ ‘국정원 정치 개입이다’라고 주장했다.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말말말’을 팩트체크했다.

 

 

“어떤 페이퍼, 종이 문건이든지 디지털 문건이든지 간에 그 출처와 작성자가 나와야, 그게 확인돼야 그것이 어떠한 신빙성 있는 근거로서, 그걸 가지고 의혹도 제기하고 문제도 삼을 수 있는 건데, 그런 게 없는 문서는 소위 괴문서라고 하는 거다. 이런 괴문서를 가지고 국민들을 혼동에 빠뜨리고.”

- 9월8일, 윤석열 후보 기자회견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첫 공식 기자회견. 윤 전 총장은 이 사건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면서 고발장 등을 출처와 작성자가 불분명한 ‘괴문서’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이후 대검찰청(대검) 감찰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3부는 디지털 증거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과 공수처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 제보자 조성은씨(당시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가 지난해 4월3일 오전 10시12분(지○○ 페이스북 캡처 사진), 오후 1시47분(지○○ 판결문 3건), 오후 4시19분(고발장)에 각각 내려받은 파일 생성 기록을 확인했다.  ‘손준성 보냄’ 사진 파일(고발장·페이스북 캡처·판결문)이 사후 조작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또 검찰과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과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검찰과 공수처는 4월3일 김웅 의원이 텔레그램으로 전한 ‘손준성 보냄’ 파일을 조성은씨가 받은 것은 ‘팩트’라고 확인한 것이다.

 

공수처는 9월28일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밑에서 일했던 성 아무개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연구관이었던 임 아무개 검사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괴문서라는 말과 달리,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가 검사들로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정당과 국회의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공익 제보를 마치 청부 고발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공익 제보를 위축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다.”

- 9월2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 입장문

 

10월7일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든 당시 상황에서 보든, 설득력이 전혀 없는 입장문.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파일이 건네진 2020년 4월3일과 4월8일 당시, 손준성씨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검사였다. 김웅 의원도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의원 후보 신분이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는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행위다. 여기서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란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상대방의 범죄 혐의를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형식인 고발장 내용은 공익신고가 될 수 없다(김웅 의원 논리대로라면 모든 고발장은 공익신고다). 즉,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은 공익신고로 간주하기 어렵다.

오히려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검사가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위를 한 정황을 보고, 이를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식해 신고한 조성은씨의 제보가 공익신고의 일반적 정의에 해당된다. 10월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씨가 부패·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발장을 전달한 김웅 당시 후보와 조성은씨 사이의 통화 내용(지난해 4월3일)이 복구되었다. 10월6일 언론들을 통해 공개된 김웅 의원의 당시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만들어서 보내줄게요” “(고발장을) 그냥 내지 말고, 왜 인지수사 안 하냐고 항의를 해서,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세요”.

 

9월2일 김웅 의원의 입장문은 ‘의도적인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결과적으로 김웅 후보의 말(복구된 통화 내용)이 김웅 의원의 말(9월2일 입장문)을 팩트체크한 셈이다.

 

 

“발신자의 텔레그램 메신저상의 이름을 손준성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실체가 누가 됐든지 손준성이 보낸 것처럼 찍히게 된다.”

- 9월3일, 김경진 윤석열 캠프 대외협력특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0월7일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검사 출신 김경진 특보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확정되었다. 검찰과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과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윤석열 캠프는 해당 자료들의 ‘발신자’가 손준성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해왔다.

윤석열 캠프나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정치공작의 유일한 근거는,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의 만남 정도. 윤석열 캠프 측은 박지원 원장과 조성은씨가 서로 공모해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했다며,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우리 방 보좌관이 보고를 받아서 당무감사실에 넘겼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 9월9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8일 ‘손준성 보냄’으로 조성은씨가 전달받은 사진 파일은, 최강욱 의원(열린민주당)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이었다.

이 고발장은 4개월여 뒤인 8월25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명의로 검찰에 접수된 고발장의 문구와 내용이 똑같다. 심지어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에 기록된 최강욱 의원의 잘못된 주민등록번호 및 최 의원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매불쇼’ 조회수(4월8일 현재)가 4개월 뒤 미래통합당의 고발장에 기록된 내용과 일치한다.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을 ‘팥빵’으로 잘못 쓴 오기도 똑같다.

미래통합당 법률자문위원인 조 아무개 변호사는, 당무감사실에서 초안을 받아 문장만 손봐서 검찰에 접수시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무감사실에 고발장 초안을 넘긴 장본인은 정점식 의원이었다.

 

지난 9월3일 윤석열 후보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맡은 장제원 의원은 “윤 후보가 진짜 야당 고발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그 당시에 이 법률 지원과 관련된 책임자가 정점식 의원이다. 정 의원이 책임자이고 윤 후보와 정 의원은 가장 가깝다. 그분에게 전달해서 바로 고발하는 게 맞지, 왜 건너건너서 이런 짓을 하느냐”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의 가정(‘정점식에게 고발장을 전달했을 것이다’)이 일주일 후 (주장이 합리적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실제 있었던 사건으로 밝혀진 셈이다.

 

조성은씨는 ‘손준성 보냄’의 파일을 당에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4월8일 김웅→조성은씨 경로와는 다른 통로로 당에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역시 검찰과 공수처 수사가 밝혀야 할 부분이다.  

 

 

“손준성이가 보냈다, 그리고 김웅 의원이 그걸 받았다, 그게 뭔 문제가 되죠? 그런 걸 찾아내면 표창장을 줘야지, 그게 뭐가 문제가 돼요?”

 

- 9월14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 인천·경기 예산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연히 문제가 된다. 검사 직분을 이용해서 제3자의 판결문을 타인에게 전달하고, 고발장을 전달했으며,(검사의 직분은 고발장을 받는 것이지 작성하거나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의심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발 사주라는 사건은 없다. 얼토당토않은 터무니없는 짓을 공수처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 10월6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정점식 의원실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기자들을 향해

 

디지털 증거가 조작이 아니었다고 확인되었지만, 김기현 원내대표는 여전히 ‘고발 사주’는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국민의힘은 이 사건을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꾸민 ‘제보 사주’라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공명선거추진단을 꾸렸지만, 개점 휴업 상태로 알려졌다.

 

나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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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진 사건, 경찰은 파헤쳤고 검찰은 덮었다

 

누가, 왜, 어떻게 윤우진 사건을 덮었을까? 〈시사IN〉은 두 가지 핵심 자료를 입수했다. 경찰의 불구속 기소 송치 의견서와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문서들이다.

 

 

10월2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최측근 최 아무개씨가 구속됐다. 최씨는 사업가 ㄱ씨로부터 2016~2018년 인천 영종도 일대 부동산 개발 관련 로비 자금 명목으로 4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ㄱ씨는 지난해 11월 “윤우진씨가 전현직 검사, 고위 공무원들을 만나는 자리에 불려 다니며, 밥값과 골프비 등을 내는 등 스폰서 노릇을 했다”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윤우진 사건’ 수사를 맡았다.

지난 8월12일 〈뉴스타파〉는 윤우진씨가 ㄱ씨를 회유하며 수표 1억원을 건네는 장면을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면서 검찰은 형사13부가 맡았던 ㄱ씨 진정 사건을 분리해 반부패강력수사1부에 배당했다.

 

윤우진씨는 윤대진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형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특수통 검사들과 인맥을 바탕으로 재직 시절 ‘너른발’ ‘정보통’으로 통했다.

 

현재 윤우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와 형사13부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서울동부지검에서도 윤우진씨의 또 다른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는 윤우진 사건의 수사 방향은 세 갈래다. 첫째, 윤우진씨 뇌물수수 의혹이다. 둘째는, 2012년 검찰의 경찰 수사 방해, 2015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등 ‘봐주기’ 의혹. 셋째는 윤우진씨한테 접대를 받은 검찰이나 경찰 등 고위 인사들의 뇌물수수 의혹이다.

윤 전 서장의 측근인 최씨는 이 세 갈래 수사와 무관치 않다. 그는 윤우진씨와 사업을 함께 했으며, 윤씨의 로비 행보를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2년 2월 말 윤우진 용산세무서장과 육류 수입업체 ㅌ 트레이드 김 아무개 대표 사이 수상한 돈거래를 포착했다. 3년 뒤인 2015년 2월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윤우진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사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잇달아 벌어졌다. 경찰 수사를 피해 도피성 해외 출국을 감행한 윤우진씨가, 인터폴 수배로 국내에 강제송환되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해 풀어줬다.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윤우진씨는 행정소송을 통해 국세청에 복직해 정년퇴직을 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고위직 공무원이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주해놓고도 구속되지 않았을뿐더러,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복직해서 정년퇴직까지 마친 첫 사례였다(‘윤우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기사 참조).

 

이 윤우진 사건 처리 과정에 윤석열·윤대진 검사 등 특수통 검사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래서 윤우진 사건은 대통령 후보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하기도 한다.

 

누가, 왜, 어떻게 윤우진 사건을 덮었을까? 〈시사IN〉은 이와 관련해 두 가지 핵심 자료를 입수했다. 윤우진 사건의 ‘암장(暗葬)’ 흔적이 담긴 문서들이다. 2013년 8월7일 경찰의 불구속 기소 송치 의견서(이하 경찰 송치 의견서)와 2015년 2월23일 검찰의 불기소(무혐의) 결정서(이하 검찰 결정서)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문서들이다.

 

“기소할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의 송치 의견서는 표지와 목록을 포함해서 모두 67쪽 분량이다. 1쪽부터 29쪽까지 피의자들의 범행과 적용 법조를 나열하며, ‘기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30쪽부터 67쪽까지 피의자·제보자·참고인 등의 진술, 계좌 추적, 통화 기록,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의 업무 달력 같은 증거를 제시했다.

경찰 송치 의견서에 담긴 윤우진씨의 뇌물수수, 알선뇌물 수수 혐의는 8가지로, 총액수는 1억3900여만 원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19년 1월, 법무부 시무식에 참석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연합뉴스

 

 

①2010년 3~4월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수수

②2010년 7월 중순경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수수

③2010년 11월21일~2011년 12월18일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21회 4000여만 원 골프 접대

④2004년 10월31일~2012년 3월30일 세무법인 ㄷ사 안 아무개 대표한테 86회에 걸쳐 809만원 휴대전화 요금 대납받음 ⑤2010년 2월1일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상당 갈비 100세트 수수

⑥2011년 9월20일 내연녀 이 아무개씨 계좌로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씨한테 5000만원 수수

⑦2011년 10월7일 내연녀 이 아무개씨 계좌로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1000만원 수수

⑧2012년 3~7월 자동차 부품업체 송 아무개 대표한테 4회에 걸쳐 58만원 휴대전화 요금 대납받음.

 

경찰은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와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상대적으로 휴대전화 요금 대납액이 적었던 송 아무개 대표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 결정서는 표지를 포함해 11쪽 분량이다. 검찰은 윤우진씨,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 등 세 사람 모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제보자이자 뇌물 전달자(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의 직원 남 아무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우진씨가 금품을 받긴 했지만, 이 행위에는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다고 썼다. 즉, 윤씨가 금품을 받은 대가로 금품 제공자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검찰 결정서를 보면 제보자의 진술을 배척한 다음, 윤우진씨와 육류 수입업자 김씨,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 등의 해명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 같은 검찰 결정서 내용대로라면, 굳이 윤우진씨가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아래 표 참조).

 

 

경찰 송치 의견서와 검찰 결정서는 이렇게 같은 사안을 두고 180° 다르게 판단했다. 〈시사IN〉은 경찰 송치 의견서와 검찰 결정서 전문을 검사 출신 변호사 3명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의뢰했다. 전문성을 고려해 형사부 출신,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이,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을 선정했다. 모두 검찰 재직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변호사이다.

 

먼저 변호사들은 “기소할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형사부 출신 변호사는 “경찰은 어떻게든 기소하려고 조사를 했고, 검찰은 어떻게든 죄가 안 되게 조사를 했다”라고 평가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한 객관적인 증거를 검찰이 무시했다. 이 정도면 (윤우진씨를)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게 옳았다”라고 말했다. 뇌물 사건을 주로 수사했던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불기소 결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에 맞춰 증거관계를 나열했다. 또 무혐의 처리를 하기 위해, 일부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아예 누락시키거나 외면했다”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골프 접대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우진씨는 골프장 비용을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의 회사 법인카드로 선납하거나 대납했다. 같은 시기 육류 수입업자 김씨에 대한 증여세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윤우진 당시 서장과 (김씨에 대한) 세무조사 담당자 사이의 통화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40억원 정도로 예상되었던 추징액이 2억92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변호사들은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볼 때, (윤 전 서장이 김씨에게 받은 금품의) 직무 연관성과 대가관계가 입증됐다고 보았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골프장 선납금을 윤우진 서장이 배타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도 곤란하다는 검찰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뇌물 사건에서 ‘배타적 사용’을 구성요건으로 보는 이론이나 판례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경찰 송치 의견서의 ‘수사 결과 및 의견’ 항목에 담긴 내용을 보면, 경찰은 ㅅ골프장 오 아무개 총지배인의 구체적인 진술을 다음과 같이 확보했다. “윤우진은 한 달 평균 두 번 이상 골프장에 왔고, 윤우진이 김 아무개의 법인카드를 제시하면 프런트 직원이 윤우진 대신 서명을 했다.” “300만원처럼 끝자리가 떨어지는 금액은 윤우진의 골프 대금 선납금을 김 아무개의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이다.”

 

압수수색 영장 일곱 번 중 6차례 기각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무혐의 결정에 맞지 않으니까, 오 지배인의 진술 자체를 검찰 결정서에서 누락시켰다. 다른 이의 진술로 오 지배인의 진술을 탄핵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아예 빼버렸다”라고 판단했다.

형사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결정서에서도 윤우진 서장이 세무조사 업무와 관련된 국세청 인사와 골프를 친 것은 사실로 인정했다. 골프 접대가 아니라면 김 아무개 대표 법인카드가 아닌 다른 돈, 본인 돈으로 골프를 쳤는지 소명이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아예 없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윤우진 서장은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친 건가?”라고 말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골프 라운딩 날짜, 경찰이 압수한 김 아무개 달력 기재 내용, 윤우진 서장과 세무조사 관련 결재권자 사이의 통화기록, 세무조사 담당자 직책별 통화기록 등이 나온다. 실제로 징수액이 40억원에서 2억9200만원으로 줄었다. 이 정도면 윤우진 서장이 골프 접대를 받고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해서 법원에 판단을 구해볼 만하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너무 아깝다”라고 말했다.

 

윤우진 서장이 이용한 인천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경찰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일곱 번이나 신청했는데, 검찰이 여섯 번을 기각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이 기를 쓰고 기각한 게 윤우진 서장이 검사들을 데리고 그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게임비 주고 그런 거였다”라고 말했다.

 

잇달아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윤우진 핸드폰(차명 전화 포함) 기지국 분석 자료, ㅅ골프장에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신공항하이웨이 톨게이트 통과 내역 자료, 압수한 김 아무개씨 달력에 기재된 골프 약속 날짜를 통해, 윤우진 서장의 골프 라운딩 날짜를 특정했다(〈시사IN〉 제727호 ‘윤석열 아킬레스건인 윤우진의 전성시대’ 기사 참조).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을 6회나 반려했던 검찰은, 결국 결정서에서 윤우진 서장에 대한 골프 접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우진 서장이 내연녀 통장을 통해 세무법인 ㄷ 안 아무개 대표한테 받은 5000만원,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한테 받은 1000만원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일제히 비판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윤우진 서장과 안 아무개 관계를 선후배 사이 친분 관계로 보고 빌린 돈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인데 기소한 사건이 있다”라고 말했다.

 

2016년 9월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이 불거졌다. 김 부장검사가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스폰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진경준 검사장 주식 뇌물 의혹 사건이 불거진 직후라 비난 여론이 거셌다. 대검은 특별감찰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당시 김 부장검사도 고교 친구에게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김 부장검사를 ‘내연녀 오피스텔 보증금 및 생활비 2800만원 등 5800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1심에서 대부분 유죄가 인정됐다. 2심에서는 문제가 된 돈 가운데 1500만원을 ‘빌린 돈’으로 인정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김형준-내연녀-고등학교 친구’와 ‘윤우진-내연녀-후배’라는 금품 전달 방식이나 등장인물들의 관계로 볼 때, 김형준 사건과 윤우진 사건은 상당히 유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선택적으로 한쪽은 기소하고, 다른 쪽은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형사부 출신 변호사는 “윤우진 서장이 안 아무개씨나 김 아무개씨한테 전부 빌렸다고 하는데, 차용증도 없고 이자도 내지 않았다. 당시 윤씨와 이씨(내연녀) 계좌에 1억원 넘게 현금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급하게 빌릴 처지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돈을 돌려줬다. 수사 의지가 있었다면 더 수사를 해서 뇌물로 기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윤우진 서장이 안 아무개 대표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대납비를 무혐의 결정한 점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휴대폰 비용이 월 10만원대로 적다는 이유로 대가성이 없다고 봤는데, 장기간의 대납이란 점을 감안할 때, 윤우진 서장이 안씨로부터 청탁을 받으면 거절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가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검찰은 윤우진씨가 선배로서 후배인 안씨를 위해 지출한 밥값이나 술값이 휴대전화 요금 대납액에 비해 적지 않다는 주장을 수용했는데, 이거야말로 윤우진씨 진술 이외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검찰이 말이 안 되는 판단으로 범죄 혐의를 눈감은 것이다.”

 

 

윤우진 전 서장이 육류 수입업자 김씨한테 받은 갈비 세트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서도,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경찰 송치 의견서에 보면, 윤우진 서장이 부하 직원에게 ‘갈비 세트 값을 김 대표에게 건넨 것으로 하라’며,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담겨 있다. 정당하게 샀다면 왜 허위 진술을 지시했겠나”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검찰이 윤우진 사건 제보자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아 불기소 논리를 전개했다고 분석했다. 제보자는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부하 직원 남 아무개씨다. 남씨는 김씨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받아 윤우진 서장의 부하 직원에게 건넨 전달자이다. 윤우진 서장의 부하 직원들에게 갈비 세트 100개를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남씨가 퇴직금 문제로 김 아무개 대표와 갈등관계였다는 점을 문제 삼아 진술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남씨가 남들보다 먼저 진술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거의 없다. 오히려 김 대표나 윤우진 서장 부하 직원에게 무고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의 진술에 신빙성을 두고 증거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우진 사건에 대한 두 의견, 즉 경찰 송치 의견서(2013년 8월7일)와 검찰 결정서(2015년 2월23일) 간의 차이에서 주목할 것은 내용뿐만이 아니다. 그 ‘시기’도 봐야 한다.

 

2012년 8월30일 경찰 수사를 피해 출국한 윤우진씨는, 2013년 4월19일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해 4월25일 국내로 압송됐다. 경찰은 인천공항에서 윤우진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체포 48시간 이내인 4월26일 경찰은 검찰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4월27일 검찰은 구속영장을 반려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인터폴 수배로 강제송환된 윤우진씨를 풀어준 것이다.

 

이후 경찰은 보강수사 끝에 2013년 7월22일 윤우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다시 신청했다. 그해 7월25일 검찰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는 의견과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7월29일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수사 진행 상황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2013년 8월7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긴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워낙 복잡한 사건이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될 줄 알았는데, 그 뒤에 담당 검사가 바뀌었다. 그나마 바뀌기 전의 검사가 수사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라고 귀띔했다.

 

취재진은 2013년 7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당시 윤우진 사건을 지휘한 검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수도권 소재 검찰청의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었다. 이 부장검사는 “윤우진 사건 때 내가 구속영장을 친 건 맞지만, 그 이후 무혐의 처분을 낸 건 내가 아니다. 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만일 다른 세무서장이었다면?

 

그 뒤 윤우진 사건은 추가 수사도, 종결 처리도 하지 않은 채 검찰이 18개월 동안이나 틀어쥐고 있었다. 2015년 2월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조기룡 부장검사 명의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었다며 검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을, 18개월 뒤에 무혐의 처분한 사례가 있는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매우, 그리고 아주 이례적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범죄 소명이 되었다고 판단한 건데, 18개월 뒤에 무혐의 처리한다는 건 이상하다.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사건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형사부와 외사부를 거친 변호사는 “수사 시간이 촉박한 경우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보강 조사를 하고, 그래도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무혐의 처분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윤우진 사건처럼 18개월간 수사도 하지 않은 채 검찰이 갖고 있다가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일부러 처리를 안 한 것이다. 언론이나 시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게 사건을 묵힌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무혐의 처분 결과는 언론에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무혐의 처리 보름 뒤에야 한 일간지가 관련 기사를 보도해서 이 상황을 세간에 알렸다.

 

* 골프 접대 의혹을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이용한 인천 영종도 소재 ㅅ골프장.ⓒ시사IN 신선영

 

조기룡 부장검사는 지난해 검찰을 떠나 현재 ㄱ생명 법무기획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취재진은 조 변호사에게 수차례 연락하고 메모를 남겼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형사부와 외사부 출신 변호사는 “만일 윤우진 서장이 아닌 다른 세무서장이라면 이렇게 사건을 묵혔다가 처리했을까? 다른 공무원이었다면?”이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윤우진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 한 달 전인 2015년 1월, 조기룡 부장검사 재직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정부세종청사 이전 과정에서 사무기구 납품 편의를 봐주겠다며 700만원을 받은 공정거래위원회 7급 공무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도 〈시사IN〉이 입수한 경찰 송치 의견서와 검찰 결정서를 근거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윤우진 사건의 본질은 누가 왜 어떻게 덮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2012~2015년 당시 윤우진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었다면, 2016~2018년 사업가 ㄱ씨 등의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우진 사건 재수사는 2019년 7월5일 주광덕 의원(당시 자유한국당)이 윤우진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되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곳에는 범죄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 국민의 보편적인 시각이고, 수사하는 사람들의 기본 원칙 아니겠습니까? (중략) 국민들이 이 사건(윤우진 사건) 내용의 전모를 알게 될 때, 과연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 사건이겠습니까?”

 

2019년 7월8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청문위원이었던 주광덕 의원의 말이다. 검사 출신인 그는 현재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있다.

 

 

  • 고제규·나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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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시사IN〉은 2013년 8월7일 윤우진 사건을 검찰로 넘기며 경찰이 작성한 송치 의견서를 입수했다. 관계·법조계·언론계 등에 인맥을 쌓은 그의 ‘너른발’ 행태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윤우진씨는 1955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2남4녀의 장남으로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만 19세였던 1974년 12월, 국세청 9급 일반 공채에 합격했다. 자신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다. 동생 가운데 한 명(윤대진 검사장)을 서울대 법대에 진학시켰다.

 

그는 가장 낮은 세무서기보 직급부터 시작해, 2006년 서기관(4급)에 올랐다. 서기관은 국세청 전체 직원 가운데 상위 2%에 해당하는 간부급이다. 행정고시 출신이나 세무대학 출신도 아닌 일반직 9급에서 사무관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윤씨는 관계·법조계·언론계 등에 인맥을 쌓으며 ‘너른발’로 통했다.

 

특유의 친화력뿐 아니라, 동생 윤대진 검사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검찰 인맥이 그의 인맥 쌓기에 도움이 되었다고 국세청 동료들은 증언한다. 그는 재직 시절 “경찰이나 검찰에 일이 있으면 나한테 얘기하라”며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닌 걸로 알려졌다. 윤씨는 서울국세청 조사국, 국세청 정책홍보담당관실, 국제세원정보 태스크포스팀(TF) 등 요직을 거쳤다.

 

             * 2013년 4월, 해외 도피 중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어 국내로 압송된 윤우진씨.ⓒ연합뉴스

 

〈시사IN〉은 2013년 8월7일 윤우진 사건을 검찰로 넘기며 경찰이 작성한 송치 의견서를 입수했다. 윤씨가 육류 수입업자 김 아무개씨로부터 뇌물 등을 받은 혐의를 수사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의 기록이다. 이 송치 의견서에도 윤우진씨의 너른발 행태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경찰은 윤우진씨가 서기관으로 특별 승진한 뒤 파견되었던 기관에 주목했다. 윤씨는 2006년 12월부터 2008년 4월까지 2년4개월 동안 국무조정실 기획차장실 조사심의관실에 파견되어, 경제조사1팀을 이끌었다. 당시 조사심의관실은 ‘암행감찰반’으로 불릴 만큼 모든 정부 부처 공직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경찰은 송치 의견서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 조직(조사심의관실)의 감찰 내용이 공무원들의 인사 자료로 활용된다는 사실은 공무원들에게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 조직의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윤우진도 이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국세청 등의 고위 간부 및 핵심 인물들과 교류하고, 각종 영향력을 행사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윤우진씨는 국무조정실 파견이 끝난 뒤, 곧바로 경기 안산세무서 서장(2008년 4월~2009년 7월)으로 발령이 난다. 이어 중부지방국세청 소득재산세과장 자리를 거쳐, 서울 성동세무서 서장(2010년 1월~2010년 12월), 영등포세무서 서장(2010년 12월~2011년 12월), 용산세무서 서장(2011년 11월~2012년 8월)을 지냈다. 경찰은 송치 의견서에서 “국세청 창립 이후 이례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의 세무서장을 4회나 역임하는 등, 국세청 내에서 실질적이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라고 밝혔다.

 

경찰 송치 의견서에 따르면, 윤우진씨의 뇌물 수수액은 1억3900여만 원이다. 윤우진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2년 3월 차명 전화(대포폰)를 새로 만들었다. 이 차명 전화의 개설 과정을 보면 윤씨의 광범위한 인맥 활용을 짐작할 수 있다.

 

차명 전화를 개설해준 이는 경북 울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ㅌ사 송 아무개 대표.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였다. 송 대표는 윤우진씨에게 자신 명의로 010-7×××-×××× 휴대전화를 만들어주고, 2012년 7월분 요금까지 58만원을 내주었다. 당시 용산세무서장이었던 윤우진씨는 송 대표에게 이렇게 약속한다. “현대자동차 이 아무개 부사장에게 하청업체 ㅌ사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로 유지할 수 있도록 청탁하겠다(경찰 송치 의견서).”

 

윤우진씨가 현대자동차의 하청 관계까지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씨가 현대자동차 청탁 대상자로 언급한 이 아무개 부사장은, 현재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대표로 있다. 이 아무개 대표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2012년이면 현대자동차 ○○본부에서 근무할 때였기 때문에, 세무서장이던 윤우진씨를 업무상 몇 번 만난 적은 있다. 하지만 ㅌ 하청업체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우진씨는 이 휴대전화로 윤석열 검사 등 10여 명의 검사와 통화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 대비해 송씨 명의로 만든 차명폰으로, 윤우진씨가 해외 도피 직전까지 윤석열 검사 등과 통화한 기록이 있다”라고 말했다.

 

윤우진씨의 너른발 영향력은 복직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2012년 8월30일 윤씨는 현직 세무서장 신분인데도 경찰 수사를 피해 도피성 출국을 했다. 국세청은 윤씨가 무단결근하자, 2012년 9월부터 3차례나 근무 명령을 내렸다. 2013년 2월13일 안전행정부 중앙징계위원회는 윤씨를 파면 의결한다. 2013년 3월5일 국세청은 무단결근과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해외 도피 등을 이유로 윤씨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2013년 4월5일 해외 도피 중이던 윤우진씨는 파면 처분에 불복해, 당시 안전행정부 소청심사위원회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4월19일 윤씨는 타이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어 4월25일 국내로 압송됐다.

 

패소하고도 항소하지 않은 국세청

 

2014년 2월14일 윤씨는 국세청을 상대로 파면 취소 처분 행정소송을 냈다.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도 처리를 미루던 때였다. 윤씨가 행정소송을 낸 1년 뒤인 2015년 2월2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검사 조기룡)는 윤우진씨를 무혐의 처분한다. 윤씨는 파면 취소 행정소송에서 검찰의 무혐의 결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논거로 삼았다.

 

* 윤우진씨가 한 사업가에게 1억원 수표를 건네는 장면이 〈뉴스타파〉에 보도됐다.ⓒ뉴스타파 제공

 

2015년 4월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검찰의 무혐의 결정과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파면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윤씨 복직의 길이 열린 것이다. 1심 판결인데도 국세청은 항소하지 않아 확정판결이 되었다. 국세청 안팎에서 윤우진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주요 간부들을 움직였다는 말이 돌았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세청을 상대로 한 소송이었고, 정부법무공단이 소송을 대리했는데, (국세청이) 패소하고도 항소를 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처음 듣는 사례 같다”라고 말했다.

 

이 판결로 윤우진씨는 복직했다. 2015년 6월25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그는 직원 1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이런 퇴임사를 남겼다. “젊음과 열정을 불태우며 혼신을 다해 일해왔던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을 크나큰 영광과 기쁨으로 생각한다.”

 

2015년 6월30일자로 윤씨는 정년퇴직을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해외로 출국해 8개월을 떠돌다 강제소환되었지만, 복직해 정년퇴임까지 마친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윤우진을 통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소문을 낳았다. 퇴직 뒤 그가 몸담은 세무법인 사무실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윤우진씨 스폰서 노릇을 했다가 피해를 당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던 사업가 ㄱ씨도 이 가운데 한 명이었다.

 

 

  • 나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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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향하는 윤석열의 칼

 

‘고발 사주 의혹’,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윤우진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은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에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이다. ‘권력과 맞서는 칼잡이’ 이미지와는 멀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임금 왕(王)’자를 손바닥에 쓴 채 TV 토론에 참여해 주술 논란이 일고 있다.ⓒMBN 유튜브 갈무리

 

‘강골 검사’ 이미지는 정치인 윤석열의 자산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로 정권과 맞부딪쳤다. ‘권력에 맞서는 칼잡이’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정치권에 등장해, 단박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자리를 꿰찼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면서 ‘반(反)문재인’ 정서를 일거에 규합했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부터 그에 대한 검증 보도가 늘었다. 지난 9월2일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여당은 윤석열 검찰의 총선 개입이라고 규정했고, 야당은 ‘제보 사주’라고 맞섰다. 정치적 공방이 오갔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 사건 관련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김웅 의원과 조성은씨의 통화 녹취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주겠다’와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디지털 증거 검찰 가리킨다’ 기사 참조).

 

지난해 3월 대검에서 ‘윤석열 장모 의혹 대응 문건’, ‘윤석열 장모 변호 문건’을 만들었다는 〈세계일보〉의 보도도 나왔다. 당시는 윤 전 총장이 검찰 수장이었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 아무개씨는 돈 문제로 여러 법적 분쟁을 겪었다. 최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지난 7월2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이 검찰 조직을 사유화했다는 의심을 샀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최측근도 검찰에 붙잡혔다. 윤우진 전 서장은 윤석열 전 총장의 측근 윤대진 검사장의 형이다. 검찰이 이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봐주는 데 윤 전 총장도 관여했다는 의혹이다(‘경찰은 파헤쳤고 검찰은 덮었다’ 기사 참조). 현재 이 사건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을 산다. 관련자 3명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는데, 10월6일 영장실질심사 당일 두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10월6일에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한 명만 구속됐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2010~2011년 벌어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씨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씨는 2013년 윤 전 총장과 결혼했다. 같은 해 경찰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갔다가 중단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금감원이 경찰의 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해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 못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이 검찰에 고발해 이 사건도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각각은 개별 사건이지만 윤 전 총장의 강점(‘권력에 맞서는 칼잡이’)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윤석열의 정치적 자산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고발 사주 의혹’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윤우진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은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에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이다. 윤 전 총장 자신이나 그의 가족·측근이 연루된 사건을, 직위를 이용해 수사하게 하거나, 혹은 못하게 했다는 의혹 등이 사안의 핵심이다.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에 휘지 않던 ‘윤석열의 칼’이 자기 자신과 검찰 조직을 향할 때 구부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석열 캠프도 긴장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런 의혹들이 그의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가 말해준다(위 표 참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국지표조사(NBS: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회사가 자체적으로 시행·공표하는 정기 전화 면접조사)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다섯째 주에 윤 전 총장은 자체 최고 기록(25%)을 세웠다(10월7일 현재 기준). 그가 검찰총장 임기를 4개월 남겨놓고 자진 사퇴한 3월4일 이후 야권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당시 그가 내세운 사퇴의 명분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반대’였지만, 대권 도전에 선을 긋지 않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후 6월29일 정치참여 선언, 7월30일 국민의힘 입당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가랑비에 옷 젖듯 브랜드 망가진다”

 

9월 둘째 주 같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자체 최저 기록(17%)을 보였다(10월7일 현재 기준). 9월2일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된 직후 여론조사다. 추석 연휴 직전에 잠시 20%로 반등했지만, 9월 다섯째 주와 10월 첫째 주 17%로 다시 내려앉았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좋아했던 윤석열의 모습은 기성 정치권과 다른 공정하고 정의로운 모습이었다. 현재 불거진 의혹은 정치공작 성격이 강한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런 이미지에 노출이 되면, 윤 전 총장의 핵심 브랜드가 망가진다. 빨리 이런 이슈에서 탈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점이 약해지는 가운데 약점은 계속 노출된다. 연이은 설화는 애초부터 정치인 윤석열의 취약점으로 지목되어온 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평생 검사로 살았기에, 정치와 정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TV 토론에서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했다”라고 말하거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발언이나 작전계획 5015에 대해 잘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세 차례에 걸쳐 ‘임금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TV 토론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주술 논란까지 일고 있다.

 

그사이 당내 경쟁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NBS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3%에서 시작한 홍준표 의원은 10월 첫째 주 15%까지 올라왔다. 9월 내내 오름세다. 10월 첫째 주 기준으로 윤 전 총장(17%)과 2%포인트 차이다.

 

10월8일 국민의힘 2차 컷오프(8명→4명) 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 명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변수 중 하나는 윤석열 자체다. 윤석열 전 총장은 그때까지 강점을 회복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