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디바이드 앤드 룰’과 이준석

道雨 2022. 3. 14. 09:11

‘디바이드 앤드 룰’과 이준석

 

 

 

 

‘디바이드 앤드 룰’(divide and rule)은 분할해 통치하는 것을 뜻한다. ‘분할 지배’라고도 한다. 로마제국 때부터 있었다. 지배층이 피지배층의 민족·종교·경제적 이해 등을 이용해 내부 분열을 일으켜 지배를 쉽게 하는 전략이다.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지배에서 많이 활용됐다.

디바이드앤드룰의 잔재는 상처를 낳는다. 영국이 종교를 이용해 인도와 파키스탄을 분할 통치한 뒤, 두 나라는 전쟁과 핵무기 경쟁으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아랍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끝없는 전쟁, 르완다에서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대학살도 마찬가지다.

 

식민 지배를 겪은 우리나라 역시 그랬다.

3·1운동을 계기로 ‘무단 통치’의 한계를 알게 된 일제가, 1920년대 내놓은 ‘문화 통치’ 역시 디바이드앤드룰의 전형이다. 가혹한 식민 지배를 은폐하고, 친일 세력을 만들어 우리 민족을 이간하고 분열시키기 위한 수법이었다.

해방 뒤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한 결과, 친일 세력은 군사독재 세력으로 살아남아 민주화에 걸림돌이 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희생됐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디바이드앤드룰을 활용한 갈라치기 수법이 쓰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기획자였다. 일자리 등에서 힘들어하는 2030세대의 남녀를 갈라놓는 공약과 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처음엔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를 영입하며 중도 확장을 꾀하려 했다. 하지만 20대 남성 지지율이 떨어지자,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달랑 일곱 글자를 올려놓으며 갈라치기 전략에 편승했다.

대선 기간, 정책은 사라지고 배제·혐오·차별이 논쟁거리가 됐다. 윤 후보가 당선됐지만, 디바이드앤드룰을 변형한 젠더 갈라치기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냈다.

 

물론 디바이드앤드룰에 기반을 둔 갈라치기 수법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노동자 분열을 유도하는 등의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쉬쉬하며 진행됐다. 이번처럼 당대표가 노골적으로 국민 분열을 획책한 경우는 드물다.

국민을 이간질하고 분열시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자정작용을 통해 퇴출해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투표를 통해 다시는 정치권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잔재를 끊어내지 못하면 갈라치기 수법을 대놓고 시도하려는 정치인이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