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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단 특권계급 ‘모피아’ 누가 견제할 것인가

道雨 2022. 5. 11. 09:23

날개 단 특권계급 ‘모피아’ 누가 견제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권부 핵심인 대통령비서실장과 경제사령탑에 ‘모피아’(재정·금융 관료) 출신들을 대거 배치했다.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모피아를 내세웠다. 검찰권력이 경제권력인 모피아를 국정 운영의 핵심 파트너로 삼은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세력을 형성해온 모피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모피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펜대에 대기업·금융회사의 생사가 좌지우지됐다. 1998년 6월 55개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하던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위세는 정말 대단했다.

이후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대형 금융회사의 경영진 자리를 모피아가 꿰차는 사례가 점차 늘었다. 로펌과 회계법인들은 이들을 영입하는 데 혈안이 됐다. 이런 자리는 후배 관료들에게 이어졌다.

이렇게 꿀이 흐르는 자리를 매개로 모피아는 끈끈하게 뭉쳤다. 현직에 있는 후배는 선배가 둥지를 튼 회사의 요구를 뿌리치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졌다. 거대한 ‘이익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이들의 로비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졌다. ‘마피아’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현실을 과장하는 게 결코 아니다. 역대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퇴직 뒤 어디로 갔는지 한번 살펴보라.

이헌재·한덕수 부총리 겸 장관과 윤증현 장관은 모두 김앤장으로, 진동수·김석동·신제윤·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각각 김앤장·지평·태평양·율촌으로 갔다. 이근영·이정재·김용덕·김종창·권혁세·진웅섭 등 역대 금감원장들도 로펌행이었다.

학자 출신들은 대학 등 다른 길을 걸었지만, 관료 출신은 거의 예외 없이 로펌으로 갔다. 차관이나 1급으로 물러난 관료들은 각종 금융협회장, 그 아래 직급은 협회 전무 이런 식으로 ‘낙하산’을 탔다. 대기업·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직급을 막론하고 관료들의 ‘꿀알바’ 자리가 됐다.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된 나라에서 모피아가 갈 곳은 이렇게 차고 넘쳤다.

 

이런 행태가 이어지다 보니 언젠가부터 관료들 스스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퇴직 뒤 로펌·대기업·금융회사로 가 고액 연봉을 받는 걸 당연시했다. 셈이 빠른 관료들은 퇴직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중도에 사표를 던지고 이직했다.

과거 이상적 관료상이었던 ‘청백리’를 말이나마 입에 올리는 관료는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특권의식에 빠져들었다.

윤증현 전 장관이 200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은 상징적이다. “김앤장도 못 가게 하면, 공직자는 어쩌란 말입니까?” 금감위원장 퇴직 뒤 김앤장에서 1년간 6억원을 받고, 다시 기재부 장관이 되려는 그를 야당 의원들이 다그치자, 이렇게 항변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공직을) 그만두면 모랫바닥에 코 박고 죽어야 하냐”고도 했다. 비판의 논점이 공직-로펌-공직이라는 ‘회전문 인사’인데, 이는 교묘히 회피하고, 국가가 정년 보장과 노후 보장(공무원연금)까지 해주는 혜택은 아예 무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한술 더 떴다. 김앤장에서 4년여간 20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그는 “그렇게 지나치게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쯤 되면 ‘특권계급’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모피아는 자신들의 행위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항변한다. 오히려 자신들이 해온 일은 모두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피아가 로펌·대기업·금융회사와 얽힌 유착 관계는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잉태한다.

2019년 6조원대의 손실을 초래한 사모펀드 사태를 보자. 모피아는 2015년 금융 선진화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단행했다. 이 정책으로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사고가 터지자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반면에 이 정책을 추진한 관료들은 그 누구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고, 금융회사 경영진에 대한 징계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모피아 문제의 핵심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관료들이 집단화하면서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인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것이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견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국가권력을 쥔 검찰권력과 손을 잡으면서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마저 열렸다.

 

 

박현 | 논설위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