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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최고법관 인사검증’은 사법부 독립 침해다

道雨 2022. 5. 31. 08:59

법무부의 ‘최고법관 인사검증’은 사법부 독립 침해다

 

윤석열 정부가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몰아주는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안을, 이르면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동훈 장관의 권한 비대화, 수집된 정보가 검찰 수사에 활용될 가능성, 부처 업무를 규정한 정부조직법 위반 소지 등 많은 비판에 귀를 닫은 듯하다. 여기에 더해,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 최고법관들의 인사검증까지 법무부가 담당하면,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검찰은 형사재판에서 피고인과 함께 법관의 판단을 받는 한쪽 당사자이다. 그런 검찰을 휘하에 둔 법무부가 대법관 인사검증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구도다. 헌재 역시 검찰의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등을 다룬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축소 위헌 소송이 진행될 경우에도 헌재의 판단을 받게 된다.

이처럼 각종 재판의 이해당사자인 법무부가 검찰에 우호적이지 않은 인물을 배제하거나 수집된 정보를 ‘약점 잡기’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자체로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외관상 신뢰는 훼손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관 13명과 헌재 재판관 9명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이는 중대한 문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주요 사건 재판부 성향 등을 담은 문건을 만들어 징계까지 당했다. 법원은 사법부 독립성 침해라며 중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런 전력을 고려한다면 사법부 인사검증을 법무부에 맡기는 것은 더욱 피해야 한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엉뚱한 말로 사안을 호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대통령 비서실에서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위나 정보를 캐는 것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직 적합성을 검토하는 인사검증을 사찰·사정 활동과 혼동한 것이다. 윤 대통령 말대로라면 ‘비위나 정보를 캐는 일’을 법무부가 해서도 안 된다.

또 한 장관은 30일 “과거 정치권력의 내밀한 비밀 업무라는 영역에서 감시받는 업무로 전환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인사검증은 어차피 세세히 공개하기 어려운데, 감시 강화를 정당화 논리로 내세우는 것 역시 궁색하다. 정작 자신에게 권한이 쏠리는 문제에 대해선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논의를 중단하고 쏟아지는 우려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다.

 

[ 2022. 5. 31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