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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한·미·일 안보협력인가

道雨 2022. 10. 14. 09:41

왜 지금 한·미·일 안보협력인가

 

 

 

 

대통령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절박하다고 말한다. 그 안보협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일본과의 안보협력은 그 목적과 수준, 수단이 정의돼야 하며, 우리가 도모할 수 있는 안보이익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한-일 간에는 안보협의체도 없고, 대화조차 정례화돼 있지 않으니, 뭘 협력하겠다는 건지 내용도, 원칙도 없다.

 

우리에게 일본은 어떤 존재인가.

임진왜란 때 일본은 조선이 아니라 중국을 정벌하겠다며 조선에 길을 비키라고 했다. 이런 논리는 청일전쟁과 만주사변 때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일본은 2018년 방위백서부터 주된 위협을 북한이 아니라 중국으로 명시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지도국을 자처하는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 정치를 추구한다. 국지적이고 지엽적인 한반도 문제는 뒤로 제치고, 대륙을 견제하는 동아시아 차원의 대국 전략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일본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조우하게 된다.

반면 북한을 주적으로 한 우리가 중국과 관계를 희생시키면서 일본의 뒤를 따를 이유가 무엇인지 딱히 발견하기 어렵다.

 

일본은 통일 한국이 중국화할 것이며,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레 우려한다. 이 때문에 남한과 북한은 별개의 주권국가이며, 휴전선 이북에 한국의 주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단 한번도 한국 주도 한반도 통일에 동의한 적이 없다. 이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 전략가들은 남북한이 체제는 다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 민족이니, 언젠가 힘을 합쳐 일본을 견제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 같다.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 전쟁할 때 당나라는 동맹이었지만, 통일 이후에는 오히려 적이 됐다. 북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점에서는 일본이 우리에게 일시적 협력국일 수 있으나, 남북한 통합이나 연합 과정에서 일본은 당나라가 될 것이다.

과거 6자회담 때도 일본은 남북한 협력을 줄곧 방해했다. 그러니 일본과의 협력은 임시적이고 전술적인 차원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전략적 차원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동북아시아 지정학의 판 위에서 두 나라는 다른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이 한반도 위기관리 체계 안으로 진입할 경우 우리 안보는 한층 복잡해진다. 지금껏 한·미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원칙 아래 목적과 지향을 공유해왔다. 양자가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한반도 위기에 일본이라는 이질적 요소가 끼어들면, 위기관리는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은 느려진다.

게다가 일본은 오래전부터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해 잘못된 정보분석을 남발하고, 경보시스템 오작동으로 자국 안에서도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위기관리에서 착오나 오인은 치명적이기 때문에 일본의 개입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일본은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변변한 미사일도 없고, 상륙작전을 할 수 있는 군대도 없다. 자신들은 피를 흘리지 않으면서 한반도 문제에 감 놔라, 배 놔라 간섭만 할 경우, 우리에겐 안보자산이 확충되기는커녕 되레 짐이 된다. 무엇보다 굴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본에 신세 지자는 의존적 심리는 한국은 스스로 지킬 줄 모르는 나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줄 모르는 나약한 나라라는 인식만 강화한다. 미국 뉴욕에서의 굴욕적인 한·일 정상 회동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이런 모든 부작용을 계산하면서 한-일 간에 진정성 있는 전략대화라도 하고 난 뒤에 안보협력을 모색해도 늦지 않다. 우리가 모르는 한-일 간 밀약이라도 있는 것인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혼이 빠져나갔는지 “오직 한·미·일 협력”만 외치는 윤석열 정부의 과속행보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내용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불안을 조성하면서 야당을 반일, 반미로 낙인찍고 윽박지르는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야당 대표가 “극단적 친일”이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데서 정쟁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은 원래 망한 나라”라며 식민의 망령을 불러낸 여당 대표의 수준도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렇듯 정쟁에만 몰입하는 저들에게 안보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다.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