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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할 것 같다

道雨 2022. 10. 24. 08:48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할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한 원자력발전 설비업체를 방문해 지난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했다”라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거칠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비난은 두달 남짓 지난 8월30일,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 비중은 높이고, 재생에너지는 낮추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보름 뒤, 9월15일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아르이(RE)100 선언을 한다.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상황은 삼성전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매우 열악하다. 2020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한 기업이 사용한 전력량이 국내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발전량이 형편없었다.

 

누가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일까?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바보 같은 짓”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공공연히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마이클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은 이런 상황이 북·미가 전쟁 직전까지 갔던 2017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미친개에게는 몽둥이”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국민의힘의 당권 주자들도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한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급기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집권 여당을 비판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경제는 어떤가.

인플레이션이 환율 폭등, 수출 감소 등 경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미국에 유리한 산업정책을 노골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 시기를 제2차 대전 이후 케인스주의의 부상과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부상과 비견되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체제 전환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윤석열 정부가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부자 감세가 그 대안인가. 부자 감세를 하면, 투자가 늘어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낙수효과가 정말 실현될 수 있나.

영국 사례를 보면, 감세 정책은 대안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최단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는, 물러나기 전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감세 정책을 철회하면서, 국민에게 감세 정책이 잘못이었다고 사과했다.

반면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 영국과 다르다고 한다. 부자 감세가 성장과 분배를 선순환시키는 신묘한 계책이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생을 지키는 공적 복지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약자 복지”라는 제한적 접근으로는 평범한 국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더욱이 저소득 노인을 위한 공공형 일자리 6만1천개를 줄이고, 치매 돌봄 예산 등을 삭감하는 것을 보면, 이 정부의 “약자 복지”라는 것이 약자를 위한 복지는 아닌 것 같다.

 

가장 “바보 같은 짓”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를 통해 위기 대응을 주도해야 할 대통령이, 도리어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 총살감”이라는 망언을 쏟아내자, 대통령은 그런 경사노위 위원장을 “노동 현장을 잘 아는 분”이라고 화답했다.

여당 당협위원장들과 한 식사 자리에서는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라는 속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감사원은 표적 감사라는 의심을 받고, 검찰은 민주당사를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나라와 민생의 안위가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 윤석열식 정치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할 것 같다.

5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가 되어 있을까?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서는데 100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무너지는 것은 5년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소셜코리아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