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검사들이 다스리는 대한민국

道雨 2022. 10. 25. 08:54

검사들이 다스리는 대한민국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절 검찰의 위상은 초라했다. 경찰, 중앙정보부, 보안사보다 힘이 없었다.

정권 내부의 법률 서비스 기관 비슷했다. 정권이 저지른 불법을 합법으로 포장해주는 역할도 했다.

 

1987년 시민혁명으로 6공화국이 들어서자 검찰에 기회가 왔다. 노태우 대통령은 대구·경북 출신 검사들을 발탁했다. 정해창 비서실장, 서동권 안기부장이 탄생했다.

 

검찰은 1989년 공안정국,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거치며, 다른 권력 기관들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섰다. 강력부를 신설해 마약과 조직폭력을 직접 수사했다. 민생 침해 사범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경찰이나 행정부 영역까지 침범했다. 검사실에 물가안정 저해 사범 신고센터를 뒀다.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무리한 수사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업용 우지를 식품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라면 회사 사장들을 무더기로 구속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는 지난 정권을 때려잡는 데 앞장섰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정책 당국자들을 수사했다. ‘정권의 시녀’, ‘정권의 사냥개’라는 비난을 들으며 궂은일을 마다치 않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검찰은 정치권력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대통령의 아들들을 구속했다.

“정권은 유한하고 검찰은 무한하다”는 건배사가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을 떴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는 다시 ‘정권의 사냥개’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니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잡아넣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다. 검찰이었다.

 

1987년 이후 벌어진 권력 쟁투에서 최후의 승자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었다. 검찰이었다. 괴물로 자란 검찰이 정권을 집어삼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존재 자체가 그 증거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구속했다. 수사의 칼날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향할 것이다. 북한 어민 북송 사건 수사도 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조금 더 지켜봐야 실체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돈이 오간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재명 대표가 받은 대선자금인지는 불분명하다. 대선자금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북한 어민 북송 사건 수사는 과거 공안부 검사들이 하던 수사다. 이재명 대표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과거 특수부 검사들이 하던 수사다. 공안과 특수는 오래전부터 정치 검찰의 두 축이었다.

 

그래서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검사들이 다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검사, 한동훈 검사,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통치자들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검찰이 무엇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야당 수사는 야당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여당 수사는 물타기나 정계개편을 위한 정지 작업이라고 의심받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나 대통령실 참모들 수사는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칼을 쥔 사람이 자기를 베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찰 통치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한가지 이상한 게 있다.

형사처벌이 필요하면 불구속 기소로 충분하다.

고위 공직자들을 지금 검찰의 직권남용 법리로 구속하면, 모든 정부 모든 고위 공직자들이 다 구속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 장관들은 물론이고, 재임 기간에 공소시효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계속 밀어붙인다.

 

왜 그럴까?

본능인 것 같다. 사냥개의 본능은 사냥감의 목줄을 물어 숨통을 끊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풀어놓으면 위험하다. 목줄과 입마개로 통제해야 한다. 지금 검찰은 누가 통제하는 것일까? 아무도 안 하는 것 같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인이다. 사정이 아니라 국정의 최종 책임자다. 국정은 법률과 예산으로 하는 것이다. 법률과 예산은 국회의 권한이다.

 

2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지난 5월 임시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이번에는 뭐라고 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사 윤석열이 아니라 정치인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이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