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21세기 황제’ 시진핑이 예고한 3가지 미래

道雨 2022. 10. 26. 08:42

‘21세기 황제’ 시진핑이 예고한 3가지 미래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세기 황제’로 등극했다. 중국 차기 최고지도부 상무위원 7명 모두가 시 주석에 충성하는 심복들로 채워졌다. 중국공산당 내에서 시 주석의 결정에 비판적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들은 모두 밀려났다. 시 주석의 종신집권을 견제할 제도와 세력도 사라졌다.

 

시진핑 주석의 결정에 따라 일사불란 움직이게 될 중국은 어떤 길로 향하게 될까. 시 주석은 지난 16일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업무보고 연설에서 중국이 가야 할 새 방향을 공개했는데, ‘중국식 현대화’와 마르크스주의, 안보 불안을 3개의 열쇳말로 꼽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며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현대화이며, 자국 상황에 맞는 중국특색에 기초한다”고 정의했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 규모에 맞게, 공동부유, 전과정 민주주의, 인류운명공동체 등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기존에 서구가 제시한 민주와 인권, 자유의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북한, 러시아 등) 중국과 제도가 맞는 국가들을 모아 중국 중심의 진영을 만들고, 중국식 발전 모델을 외부에 확산시키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중국 통치이념과 전략을 만들어온 이데올로그인 왕후닝이 시진핑 3연임에 맞춰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이 개념은, 중국이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본격적으로 대항하겠다는 ‘도전장’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을 이끌 이념으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시대화’가 강조되었다. 최근 중국공산당 문서에서 시 주석을 “위대한 마르크스주의 정치가, 사상가, 전략가”로 호칭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21세기 마르크스’인 시 주석은 마오쩌둥을 뛰어넘는 위대한 지도자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한편으로, 중국이 빅테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사회주의’를 실현해, 빈부격차를 줄이고 공동부유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으로도 볼 수 있다. 20세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는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제 중국공산당은 첨단기술을 이용해 개개인의 경제·금융 정보를 빠짐 없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국유기업 중심의 국가자본주의의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은 5년 전 19차 당대회에서 54번 언급했던 안보를 이번에는 91번이나 언급했다. 그만큼 안보 불안이 크기도 하고, 불안을 강조할 정치적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공세가 강할 뿐 아니라, 특히 미국과 동맹들이 러시아에 대해 예상보다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의 불안감이 커졌다. 한편으로 이 불안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완전히 단결해야만 미국을 넘어서 승리할 수 있고 대만 통일도 완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떠받치는 핵심 공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외교 소식통은 “지금 중국인 대부분은 대만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시진핑 주석은 마오쩌둥도 넘어서는 위대한 지도자로 남고 싶어하기 때문에, 대만 통일을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당대회에서 ‘무력통일 방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홍콩(시위 강경진압과 국가보안법) 사태 이후 대만을 설득할 일국양제 통일 가능성은 사라졌고, 사실상 무력통일 방안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 주석이 당분간은 제재에 대비한 첨단기술, 식량, 에너지의 자급자족을 최대한 추진할 것이고, 이 준비가 끝나고 외부환경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 대만 통일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의 이런 ‘원대한 계획’들이 외부환경에 대한 냉철한 판단보다는 내부의 정치적 불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거듭될 수 있다.

2010년 이후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고 불평등은 위태로울 정도로 악화되자,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아래로부터 시민들의 변화 요구가 분출하고, 여기에 외부 세력이 개입해 공산당 권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 문제의 해결사로 나선 시진핑 주석의 권력 집중과 공포정치, 첨단기술 감시와 애국주의 선동이 중국을 외부 세계와의 ‘투쟁’의 길로 이끌고 왔다.

 

한중수교 이후 30년간 한국이 익숙하게 여겼던 그 중국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중관계의 두 기둥이었던 긴밀한 경제관계와 북핵 해결을 위한 협력이란 전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발 디커플링뿐 아니라, 첨단기술 자립을 강조하는 중국발 디커플링도 빨라지면서 거대한 격랑이 닥쳐오고 있다.

‘북-중-러’ 진영화를 시도하는 중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해도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

 

한편으로, 중국이 외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독일 등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위기를 막고 협력을 유지할 외교의 공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변화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이 하루아침에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 아니다. 노동운동가들, 위구르인들, 홍콩인들의 고통이 커지는 것은, ‘중국의 내정이니 눈을 감자’고 하는 동안 중국은 이렇게 변했다.

이제 눈을 크게 떠야 할 때다.

 

 

 

박민희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