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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문건'에, 시민단체 "접촉한 것처럼 거짓보고서 작성"

道雨 2022. 11. 3. 09:52

'경찰청 문건'에, 시민단체 "접촉한 것처럼 거짓보고서 작성"

세월호 '박근혜 7시간' 논란 언급... 촛불행동 "경찰 중립 의무 위반한 불법 문건"

 

 

 

  경찰청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0월 31일 주요 시민단체의 동향과 언론 보도 추이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한 '경찰청 정책 참고 자료'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문건은 특별취급으로 분류돼 대통령실 등 상급 관계기관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의 정치적 선동과 날조, 위법한 정보 수집에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한국여성단체연합)

경찰청 정보국이 이태원 참사 직후 시민단체 및 여론 동향을 수집한 내부 문건을 작성, 사고 수습보다 정부 비판 방어에 주력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보고서에 언급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악의적 프레임"

SBS가 지난 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은 이태원 압사 참사 직후인 지난 10월 30일 '정책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생산했다. 해당 자료에는 압사 참사 수습을 위한 정책적 제언 대신, "정부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한 각종 비판점들을 총망라해 정리했다. 

세월호 참사를 거론한 대목도 자주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처럼 '대통령 보고시각, 지시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굵은 글씨 처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과 같은 추측 뿐 아니라, 유경근 전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공유한 전국민중행동의 글을 두고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해석했다. 
 


시민단체 동향을 정보 수집한 것처럼 "정부 책임론이 확대될 경우 정권 퇴진 운동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관련 대형 이슈라며 내부 긴급 회의 개최 등 대응 계획 논의 중"이라고 작성한 대목도 있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거론한 내용에는 "여성 안전 문제를 본격 꺼내들긴 어렵지만 추후 여가부 폐지 등 정부의 반 여성 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중이라 함"이라며 실제 정보를 취득한 것처럼 서술한 부분도 등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아래 여성연합)은 이에 2일 성명을 내고 "경찰청은 마치 여성연합 관계자와 접촉해 내부 정보를 알아낸 것처럼 거짓보고서를 작성했다"면서 "여성연합은 경찰과 접촉한 사실이 없으며, 위와 같은 내용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햇다. 

경찰청이 시민단체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악의적 프레임을 씌웠다"는 지적이다. 여성연합은 "진보적 시민단체와 정부 책임을 거론하는 시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정부 책임을 모면하려는 듯 여러 동향을 담고 있는데, 정보 경찰이 치안 정보 수집을 빌미로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관 정보 수집 규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아래 촛불행동)에 대한 동향도 언급돼 있다. 보고서에선 해당 단체가 "이번 참사를 현 정권의 대표적 실정으로 내세워 향후 촛불집회 동력으로 삼겠다며 여론추이를 예의주시 중"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안진걸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집회를 하는 것은 국민 추모 분위기를 반영해 하는 것인데, 자기들 예상을 지레짐작으로 덧붙여 쓰는 것"이라면서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경찰도 정치중립 의무가 있는데, 정권 비호용 문건을 만들어 중립 의무를 위반한 불법 문건이다"라고 지적했다



"부적절 언행과 처신 철저 차단" 강조했지만
 

 
보고서엔 언론의 비판적 보도 방향에 대한 상황을 언급한 대목도 있다. "점차 비판 보도를 늘리는 경향"을 언급하면서 MBC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을 거론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어서 정부 책임론 부각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는 논란을 예상이라도 한듯, "단골 비난 소재인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부분을 굵을 글씨로 강조해놓기도 했다. "정부 등 관계자가 원칙적 언급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듯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대목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폭탄주 회식 등 부적절한 처신도 그 예로 제시됐다. 

하지만 뒤늦은 우려는 경찰의 최종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실언으로 이미 보고서가 관계 기관에 전달되기 전날 현실화 됐었다(관련 기사 : 이상민 "특별히 우려할 정도 인파 아니었다" http://omn.kr/21e2f). 이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관계부처 장관 브리핑에서 "그전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 "경찰병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는 발언으로 뭇매, 결국 참사 사흘 만에 사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