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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보다 ‘돼지머리 시위’가 더 위험하다

道雨 2023. 1. 3. 09:30

대구 이슬람사원보다 ‘돼지머리 시위’가 더 위험하다

 

 

 

* ‘대현동 이슬람사원 반대 비상대책위’는 지난 12월15일 낮 12시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장 앞에서 통돼지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김규현 기자

 

 

 

지난 2022년 9월16일, 대법원은 대구 대현동 주민들의 이슬람사원 건축 중단 요구를 기각했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만으로 종교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 판결은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종교적, 인종적 타자에 대한 혐오와 괴롭힘이 확산되는 현실 속에서 종교 자유와 차별 금지에 관한 헌법적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판결 이후로도 일부 지역민들과 반대 세력들은 기이한 형태의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는 사원 공사장 앞에서의 돼지고기 잔치다. 이슬람에서 돼지고기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이용한 이 시위는,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 나라라면 처벌받을 수 있는 명백한 혐오행위다.

이런 행동은 대법원 판결 직후에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공사 현장 인근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냄새와 연기를 피우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근래에는 바비큐 전문 업체를 불러 숯불로 50㎏ 무게 통돼지를 구워 먹기도 했다.

형태적으로는 과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이뤄진 극우세력의 ‘폭식시위’와도 유사하다.

 

참가자들 인터뷰에 따르면, 이 행위의 의도는 무슬림들이 모여서 양고기를 구워 먹을 때 나는 악취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한다. 양꼬치를 즐겨 먹는 필자로서는 전국 식당가에서 성업 중인 양고기 전문점들에서 종일 풍기는 냄새가 왜 ‘악취’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의도는 무슬림 괴롭히기다. 당사자들의 생활 양식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음식을 활용해,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는 위협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엽기적인 시위 방식은 삶은 돼지의 머리나 다리, 꼬리 등을 공사장 주변에 걸어놓는 것이다. 방치된 돼지 사체는 부패해서 썩은 냄새를 풍기고 파리가 들끓고 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를 처음 시작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건축주들이 다 같이 어울려서 살자고 말하고 있는데, 돼지고기는 우리의 문화이니 존중해야 한다”, “한국의 문화가 맞지 않는다면 (이슬람사원을) 이전해야 한다.” 필자가 아는 한, 삶은 돼지고기를 집 앞에 걸어두고 썩게 하는 것은 한국 문화가 아니다. 이 또한 무슬림들을 협박하고 그들의 문화를 조롱하는 폭력일 뿐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 이런 시위 방식에 동조하며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한 바 있고, 필자 또한 이 지면을 통해 두어번 발언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새삼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슬람사원 건축에 이런 방식으로 반대하는 것이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우리가 어떤 사안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가치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한 윤리적 전제만으로는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 갈등은 법적 판단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된다.

 

윤리적이거나 법적인 기준 이외에 경제적 득실이라는 차원도 있다. 이슬람사원 건립이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주리라는 예측은 아마도 지역민들을 가장 불안에 빠트리는 요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피부색, 국적,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격리되지 않은 채 평화롭게 공존하는 지역의 집값은 폭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방인들을 거부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 번영할 가능성은 명백히 낮다.

 

유학생이든 난민이든 테러리스트든 이슬람 신자는 본질에서 다르지 않으니 한국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선동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한 실질적인 위험성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무슬림 혐오와 괴롭힘이 심각해지는 상황이야말로 테러리스트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테러리스트들의 동기는 신앙이 아니다.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를 주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다. 어느 지역에서 무슬림들이 억압받고 있다는 것은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돼지머리와 폭식시위라는 ‘상징적’ 테러는, ‘물리적’ 테러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한승훈 | 종교학자·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