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검통령’ 정권의 ‘약강 강약’ 본색

道雨 2022. 12. 30. 09:17

‘검통령’ 정권의 ‘약강 강약’ 본색

 

 

 

현 정권의 ‘약강 강약’ 본색이 만개하고 있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한 모습이다. 애초 큰소리치던 공정과 상식은 물 건너간 지 꽤 됐다. 최소한의 균형감조차 망실한 듯하다.

 
 

연말 특별사면은 온갖 거물급 ‘적폐’ 인사들에 대한 은혜로운 죄 사함의 잔치판이었다. ‘통합과 화합’을 내걸었지만, 살판난 건 온통 여권 비리 사범들이다.

뇌물·횡령 등 개인 비리로 징역 17년이 확정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잔여 형기 14년6개월과 미납 벌금 82억원을 면제받는 횡재를 누렸다.

원세훈·배득식·김태효 등 이 전 대통령 측근들도 대거 사면·감형·복권됐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관련자는 김기춘·최경환·조윤선·우병우에 안봉근·이재만·정호성 ‘문고리 3인방’까지 싹 다 사면·복권됐다. 민간인 최서원씨만 빼고 공직에 있던 범죄자들은 모두 죄 사함을 받았다. 최씨만 홀로 남겨놓기 미안했는지 형집행정지로 풀어준 것도 기막힐 노릇이다.

 

야권에선 잔형을 5개월 남긴 김경수 정도를 끼워 넣었다. 본인은 사면 불원서까지 냈지만, 강제로 들러리를 세웠다.

정작 사면이 절실할 생계형 민생 사범 사면은 전체 1373명 중 8명에 그쳤다.

이게 통합이고 화합이라면, 이제 똥파리도 새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자기 진영의 일등칸 탑승자들에겐 아낌없는 성은을 내리면서, 꼬리칸 국민들은 아예 열차 밖으로 내쫓을 기세다.

 

화물연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경 진압하더니, 애초 자신들이 내걸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안도 백지화했다.

노동자들이 내는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 재정을 감시하겠다며 뜬금없이 노조에 ‘부패 세력’ 딱지를 붙이더니, 국고보조금을 핑계 삼아 시민단체 회계마저 손보겠다고 나섰다.

 

반대 진영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워 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심보다. 폭주 기관차에 혼비백산한 시민들이 뿔뿔이 쫓기는 만평 ‘윤석열차’의 풍자를 실사 다큐로 구현하고 있다.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는 진영 내부라고 봐주지 않는다.

집권여당은 18년 동안 유지해온 민심 대 당심 ‘3 대 7’ 반영 룰까지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갈아치우며, ‘비윤’ 축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이루며 공존할 때 정당의 생명력도 강해진다. 이 단순한 사실을 무시한 채 당내 경쟁 세력의 씨를 말리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원조든 신입이든 윤심만 떠받드는 ‘윤핵관’들로 당을 장악하면 정권 기반이 단단해질 것이라는 계산이라면, 착각이고 오산이다. 민심과 유리된 윤핵관 도당 정치로의 퇴행은 정권의 말로를 재촉할 뿐이다. 박근혜 정권 ‘진박 감별’이 남긴 교훈이다.

 

‘약강 강약’ 야누스의 민낯은 검찰 활용법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야권 수사엔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8개 부서가 달라붙어 전임 정권의 정책 결정부터 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의혹까지 샅샅이 캐고 있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의혹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최근엔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마저 야권 수사에 투입했다.

 

그사이에도 김 여사 개입 정황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일 재판에선 김 여사가 핵심 공범들과의 연락 구조 안에서 직접 8만주 통정거래를 실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사가 증인 신문 도중 밝힌 내용이다.

지난 4월8일 재판에선 검사가 주가조작 공범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김건희 파일’을 공개했다.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등을 자세히 기록한 엑셀 파일이다.

검찰의 조직적 침묵에 맞서 개별 검사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뭐가 됐든 이 정도의 극과 극 수사 행태는 민주화 이후론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개다. 정권이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는 한 검사의 자조적 발언이 나왔던 게 1995년이다. 그 시절에도 야권 수사가 8이면, 여권 수사에도 2 정도는 할애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은 맞추려고 했다.

대통령 부인의 의혹에 눈감고 귀 막은 검찰의 행태는, 지금이야말로 정권과 검찰이 혼연일체가 된 ‘검통령’의 치하임을 말해준다.

 

평형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으면 선박은 복원력을 잃는다. 젠가 게임을 할 때도 서너개만 한쪽을 집중해 빼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정권도 검찰도 균형을 잃으면 언제고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 것이다.

 

 

 

손원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