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클로즈드 숍’을 아시는지요?

道雨 2023. 2. 8. 09:26

‘클로즈드 숍’을 아시는지요?

 

 

 

*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 앞에서 경찰수사관들이 들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 10분부터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관련해 양대노총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자녀를 캐나다에 조기유학 보낸 조종사가 조종사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국 사회에서는 조종사라 할지라도 노동조합 간부를 맡는다는 것은 승진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뜻과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언론이 민주노총의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기득권의 상징처럼 비난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조직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라 해도 노동조합 간부를 맡는다는 것은 “정년퇴직할 때까지 승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거의 같은 뜻이다.

노동조합 간부를 맡기로 약속한 조합원이 “가족들이 울고불고 말리는 바람에” 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며칠 동안 식사도 하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노라고 하소연하는 장면들은, 아직도 많은 민주노총 사업장에서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흔히 겪는 일이다.

 

캐나다 중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방학에 귀국한 아들에게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빠가 이번에 조종사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그 말을 들은 아들이 아빠에게 대뜸 묻더란다.

“노동조합 형태가 ‘오픈 숍’(open shop)이야, ‘유니언 숍’(union shop)이야?”

아빠가 놀라서 물었다.

“네가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

아들은 “학교에서 다 배웠지”라고 답했고, ‘오픈 숍’이라고 하던 아빠에게 “가입률은 얼마나 되냐?”고 걱정스럽게 묻더란다.

 

지금까지 입이 닳도록 말해왔지만, 다른 나라들의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노동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교 노동교육과 교과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내가 하는 강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며칠 전, 방학 기간 진행하는 교사연수에서 “프랑스 초·중등학교에서는 노동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을 때, 한 연수생이 재빨리 대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들었으면 ‘고등학교에서는 안 가르칩니까?’라고 물어봤겠네요.” 모두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크게 웃느라고 잠시 강의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의 형태는 흔히 세가지로 구분한다. ‘오픈 숍’, ‘유니언 숍’, ‘클로즈드 숍’(closed shop)이다.

 

간단히 쉽게 설명하면, ‘오픈 숍’은 가입하고 싶은 사람만 가입하는 노동조합이다. 가입 대상자 중 소수만 가입한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힘이 약할 뿐 아니라, 소수의 조합원이 경영진에게 쉽게 표적이 돼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조종사노조 위원장 아들이 노동조합 형태가 ‘오픈 숍’이라는 아빠의 답을 듣고 “가입률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본 이유는, 가입률이 낮을수록 아빠가 고생을 많이 하게 될 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아들의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그 몇년 뒤 그 조종사노조 간부에게 전임 위원장의 안부를 물었을 때 “그 선배님 고생고생하시다가 결국 다른 저가 항공사로 옮기셨어요”라는 답을 들었으니까….

 

‘유니언 숍’은 가입 대상인 모든 직원이 취업과 동시에 자동으로 가입하는 노동조합이다. 개인의 의지로 노조 가입을 선택한 것이 아니니, 경영진으로부터 “너 노동조합이 좋아서 가입한 놈이지?”라고 미움을 살 가능성이 작아진다. 당연히 노동조합의 힘은 ‘오픈 숍’보다 매우 강해진다. 노동조합과 회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하면 ‘유니언 숍’ 형태를 가질 수 있다.

 

‘클로즈드 숍’은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가장 발전된 형태로서, 해당 노동조합 조합원만 취업할 수 있도록 회사와 노조가 약속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유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힘도 매우 강해진다.

 

‘유니언 숍’과 ‘클로즈드 숍’ 모두 노사 합의에 따라 결정될 사항이지 법률적으로 강제하거나 금지할 수는 없다.

 

건설노조가 다른 노동조합들보다 회사에 일종의 ‘클로즈드 숍’ 형태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건설 현장의 고용이 수차례 하도급 과정을 거치는 동안 고용이 불안해지고 노임 단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등 불이익이 현저히 크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건설 현장에 노동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담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회사와 ‘클로즈드 숍’ 형태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노조 간부들은 회사에 조합원들의 고용을 강도 높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때로 작업을 저지하는 행위를 벌일 수도 있다.

정부는 그것들을 채용강요, 공동협박,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클로즈드 숍’을 아느냐고….

 

 

 

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