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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마녀사냥 3년…누가, 왜 화형대에 불을 질렀나

道雨 2023. 2. 13. 17:06

윤미향 마녀사냥 3년…누가, 왜 화형대에 불을 질렀나

 

 

20개 혐의 중 19.8개가 증발한 수사‧재판 결과

윤미향의 국회 활동을 반드시 막고 싶던 세력들

수구보수언론과 검찰, 일본 우익, 그리고 곽상도

한겨레‧경향, 민주‧정의당, 좌파진영까지 가세해

윤미향 모진 고통 속 국회서 인권‧반전평화 최선

쉼터 소장 비극…반성과 사과, 피해 복구 있어야

 

* 윤미향 의원(가운데)이 10일 서부지법에서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강민정 의원(왼쪽)과 함께 나오고 있다. 2023.2.10. 연합뉴스

 

 

 

 

"윤미향은 지난 30년 동안 인적·물적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대협의 활동가로 근무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회복 등을 위해 기여해 왔다."

 

 

엊그제 나온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렇게 썼다. 2년 반의 재판 동안 모든 증거와 증인을 통해서 거듭 확인된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 8가지 중 7가지를 무죄로 판결했다.

이미 경찰 조사와 검찰 기소 단계에서 무혐의 처리와 불기소가 된 12개 혐의까지 합치면, 윤미향 의원에게 검찰과 언론이 뒤집어씌운 20여 개의 혐의 중 단 1개만 법적 잣대 위에 '가까스로' 남은 셈이다.

이 1개의 '횡령' 혐의도 1억 원 중에 1700만 원만 인정됐으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19.8개가 날아가고 0.2개가 인정됐다고 할 수 있다.

 

이것마저 자세히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윤 의원이 10년 동안 1만~4만 원씩 217차례에 걸쳐 1억 원을 인출해 유용했다는 것인데, 그중에 8300만 원이 'OOO 할머니 점심', 'OOO 할머니 선물', '000 할머니 해외 로밍' 등의 사진과 영수증을 찾아내 증빙이 됐다. 일단 윤 의원의 사비로 지출하고 나중에 돌려받은 것이다.

워낙 오래전이라서 영수증 등을 아직 찾지 못한 게 1700만 원이고, 만약 찾아낸다면 2심에서 그 부분까지 무죄는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번 재판 과정에서 윤 의원이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정의연에 1억 원 넘게 기부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처럼 검찰의 완벽한 '개망신'만 피해 준, 무죄에 가까운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봤다면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검찰과 언론이 윤 의원에게 들씌운 혐의들이 너무 무리하고 억지스러운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2년 전에 최호윤 회계사는 "정의연 회계를 둘러싼 논란 대부분은 영리회계와 비영리회계의 차이, 비영리단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국세청 결산 양식, 이러한 차이와 형식에 대해 부족한 이해로 촉발된 오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 윤미향 의원은 왜 지난 3년 동안 '마녀'가 돼서 화형대로 올라가야 했을까?

 

그 조짐은 3년 전 총선을 앞두고 윤 의원이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나타났다. 보수적 족벌언론들은 "반미 외치던 시민당 비례 윤미향, 딸은 미국 유학, 남편은 보안법 기소자" 등의 기사를 내며 공격을 시작했다. 일본의 우익과 언론들도 공개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윤미향은 정대협/정의연 활동을 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어, 일본의 우익뿐 아니라 한국의 보수적 권력자들에게도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이 같은 내용은 2년 전 MBC <PD수첩>이 방영한 '부당거래 – 국정원과 일본 극우' 편에도 나온다. 이런 사람이 국회로 진출해 일본의 전쟁범죄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동맹 구축 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명백했다.

 

이들에게 윤미향의 국회 진입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윤미향 의원과 이용수 할머니 사이의 갈등과 오해는 사태의 본질이 아니었다.

'이용수 기자회견'이 있기 몇 달 전에도 이미 일부 극우단체는 비슷한 논리로 윤미향 활동가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용수 기자회견'은 이들에게 사냥과 몰이를 시작할 좋은 빌미와 신호탄이 됐을 뿐이다.

 

이후 <조선일보> 1면은 매일같이 "술집서 하루 3300만 원" 같은 자극적 제목들로 도배했다. "후원금으로 갈비 사 먹고 마사지도 받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미국까지 기자를 보내서 윤 의원의 딸이 어떤 차를 타고 다니는지 조사했다. "조국스럽다" "여자 조국"이라고 낙인찍었다.

 

그 전까지는 그토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목소리를 외면하더니, 갑자기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요양원과 멀리 지방까지 찾아가 '윤미향의 범죄'에 대한 증언을 요구했다. 김경율, 서민, 진중권, 전여옥 등이 나서서 '돈미향' '앵벌이' '흡혈귀' '악마' 같은 극단적 표현으로 윤 의원을 공격했다. 안정권 같은 극우 유튜버들은 "윤미향 도둑X" "더러운 X" "X어 죽여야 한다"며 살기 어린 혐오 방송을 하고 수요집회를 방해했다.

 

당시 국민의힘의 '윤미향 TF' 위원장은 곽상도였다. 5년 근무한 아들이 50억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중에 드러난 곽상도가, 정대협에서 37년 활동하고 겨우 3700만 원 퇴직금을 받은 윤미향 의원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가는 데 앞장섰던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윤미향 마녀사냥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아니다.

족벌언론과 국민의힘과 관심을 쫓는 소란꾼들의 그러한 공격은 새삼스럽지 않은 상수이기 때문이다. 개혁언론들과 민주당과 진보정당과 진보적 지식인들 상당수의 침묵과 동조가 덧붙여져야 한다. 그럴 때만 대다수 시민은 '진영과 좌우를 떠나서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 지식인들이 저러는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당시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에는 '윤미향 1인 체제가 문제였다' '말바꾸기 하지 마라' '헌신이 독배가 됐다'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기사들이 계속 실렸다. 민주당에서도 윤 의원을 적극 방어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 나중에는 윤 의원을 당에서 쫓아냈고, 의원직을 박탈하려는 시도까지 나타났다.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과 정치인들도 윤 의원을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급진좌파들도 별다르지 않았다. <노동자연대> 같은 극좌파는 "윤미향 씨가 단체 활동과 재정을 얼마나 독단적으로 운영해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설득력 없는 해명과 오만한 대응이 진보 염원 대중 다수에게도 냉소와 외면을 낳고" 있다며 "운동과 단체를 농단한 사례"라고 했다.

윤미향 의원을 십자가에 함께 매달겠다는 사람들만 여기저기 넘쳐났다.

 

문제는 단지 '표적 수사'와 '별건 수사'하는 정치검찰, '표적 보도'하고 '별건 보도'하는 족벌언론, '받아쓰기'하는 법조 기자단에만 있지 않았다. 그걸 그대로 믿어주며 '받아 말하'고 '표적 비판'하고 '별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침묵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우리는 적들의 말보다 친구들의 침묵을 더 오래 기억한다.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었다고." (마틴 루터 킹 목사)

 

* 윤미향 의원,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왼쪽부터)이 함께 하던 시절. 사진 출처=윤미향 의원

 

 

 

많은 이들의 침묵, 방관, 동조 속에서 마녀사냥은 의도한 효과를 톡톡히 냈다. '내로남불과 위선적 586'은 우파의 강력한 프레임이 됐다.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과 검찰은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최고 권력을 차지했다. 위안부 한일합의를 완전히 파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강제동원 문제에도 비슷한 수법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

 

국회 외통위로 가서 반전 평화와 여성 인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려던 윤 의원의 꿈은 무산됐다.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법안도 '윤미향 셀프보호법'이라는 프레임 속에 물거품이 됐다. 할머니들 곁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은 위축됐고, 정의연 수요집회와 활동은 극심한 방해에 시달렸다.

여성가족부 해체 시도와 함께 '윤미향 방지법'이라는 시민단체 통제 시도까지 등장했다.

 

결국, 어차피 실체적 진실보다는 정치적 효과가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검언카르텔은 3년 동안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다만 이번 판결 결과가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1500만 원 벌금' 부분만 강조하는 제목들이 쏟아진다.

아마도 검찰권력과 족벌언론들은 지금 윤미향 재판부가 조국 재판부처럼 좀 더 '엄격한' 판단을 내려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조국 재판부는 부모가 자식의 자소서를 손봐 준 것, 부모가 자식의 숙제와 시험을 도운 것, 자식이 부모의 학교일을 도운 것, 자식의 체험학습과 인턴활동 이유 및 기간이 정확하지 않은 것 등에 '업무방해'와 '문서위조'라는 거창한 죄목을 달아서 유죄와 실형을 내렸다. 덕분에 검찰과 언론과 그 동조자들은 '그것 봐라, 우리가 옳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마녀사냥의 결과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상대적 차이는, 검언카르텔이 좀 더 집중한 곳이 어디였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검찰은 조국 수사에 거의 특수부 전체를 올인하면서, 7000페이지에 달하는 조국 가족단톡방과 부모-자식간 대화까지 샅샅이 뒤지고, 재판부 기피신청과 교체 압박까지도 불사했다.

 

얼마 전 조국 교수 딸 조민 씨의 언론 인터뷰 장면을 자세히 보면, 짐짓 강해 보이려는 모습 뒤에 커다란 압박과 고통을 눈치챌 수 있다. 조민 씨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구속되면 내가 가장이라는 생각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했다. 물론, 윤미향 의원과 그 가족들이 겪은 압박과 고통도 결코 그에 못지않았다.

 

마녀사냥이 한창일 때 윤 의원은 자신을 겨누는 카메라들이 '번뜩이는 총구'처럼 보인다고 했다. 욕설과 비난 문자들이 계속 쏟아져서 윤 의원의 휴대폰은 저절로 배터리가 소모됐다.

3년 전 윤 의원의 해명 기자회견 장면도 기억해보자.

당시 윤 의원은 사색이 된 얼굴로 40여 분간 진땀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했다. 그것은 마치 온몸에서 흐르는 피눈물처럼 보였다.

지인이 SNS에 올린 위로의 글에 윤 의원은 이렇게 답을 달았다.

 

"쉽지 않다. 눈물이 마르지 않고, 너덜거리는 심장을 한 결 한 결 붙이는 작업을 매일 매일 반복하느라, 육신의 세포 줄기 줄기가 다 흩어져버리고, 그냥 영혼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기도 해. 그런데도 쉽게 포기 못 하는 것은…. 여기서 포기하고 그냥 주저앉으면, 지난 30년 함께 한 소중한 동지들, 내 58년 동안에 녹아 있는 내 사랑하는 가족들의 삶까지 다 무너뜨리는 거니까…."

 

그러면서도 윤 의원은 "할머니에 대한 비난을 중단해 달라. 할머니들은 일본군 성범죄 피해자라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다른 곳으로 날아갈 화살을 걱정했다.

원하던 국회 외통위로 가지 못하고 환노위로, 농해수위로 돌려졌지만 어디서든 최선을 다했다. 언론의 외면 속에서도, 지난 3년 동안 윤 의원은 국회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여성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와 비인간 동물 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최선을 다했다.

 

 

이번 판결 이후에 이제라도 민주당 등에서 반성과 사과의 목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참으로 반갑고 평가할 일이다. 마녀사냥에 침묵, 방관, 동조했던 모든 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손을 내밀어야 한다. 책임 있는 단위들의 공식 사과와 윤미향 의원이 그동안 감내했던 수많은 억울한 피해들에 대한 복구와 보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

윤 의원이 애초에 소망했던 것처럼 국회에서 반전 평화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윤미향 의원과 그 주변 사람들이 가장 떠올리며 보고 싶은 사람 중 하나는, 정의연 마포쉼터 손영미 소장이 아닐까 싶다. 손영미 소장은 윤 의원과 함께 정의연의 역사를 만들어 왔고, 24시간 할머니들 곁을 지켜준 위대한 돌봄인이었다. 받은 임금을 모아서 다시 기부할 정도로 정의연을 사랑한 활동가였다.

 

이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검찰과 언론은 손영미 소장을 횡령범으로 몰았고, 목숨을 끊게 만들었다. 위의 사진에서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윤미향, 김복동, 길원옥, 손영미 네 분 중에, 이미 두 분은 돌아가시고, 두 분은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 언론은 반드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래도 손영미 소장님은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없겠지만.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misotolen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