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배당으로 더 많이 버는 나라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외 교역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수출로 번 돈보다 기업과 기관·개인 투자자가 국외 투자에서 배당으로 번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역전 현상은 1998년 이후 처음 발생했다.
이걸 경제학 용어로 다시 풀어보면, 경상수지 항목 중에서 상품수지보다 본원소득수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수출입과 임금·투자 소득 등 모든 실물부문의 거래 결과, 벌어들인 수입에서 지출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한 나라의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중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며 외환위기 발발의 배경이 됐던 만큼, 지금도 많은 이들이 민감해한다.
경상수지는 구체적으로 상품수지·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상품·서비스수지는 각각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 거래 결과를 말한다. 본원소득수지는 생산요소(노동·자본)의 이용 대가인 임금·배당 등의 유출입 결과를 보여준다. 기업의 국외 직접투자와 기관·개인의 증권투자에서 발생한 배당이 대표적이며, 이른바 ‘서학개미’의 국외 주식 시세차익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전소득수지는 무상원조처럼 아무런 대가 없이 자금이 이동하는 걸 말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경상 흑자국이 되었는데, 흑자의 대부분을 상품수지가 도맡다시피 했다. 사상 최대의 경상 흑자를 달성했던 2015년(1051억달러)의 경우 상품수지 흑자는 1203억달러였다. 서비스·이전수지에서 적자가 났음에도 상품수지 흑자로 경상 흑자 1천억달러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
그런데 지난해 이런 구조가 깨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98억달러 흑자를 보였으나, 2011년 이후 규모가 가장 적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급증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쪼그라든 탓이다. 상품수지 흑자는 151억달러로, 본원소득수지 흑자(229억달러)보다도 적었다. 본원소득수지는 직접투자에서 118억달러, 증권투자에서 54억달러 흑자를 봤다. 직접투자는 기업, 증권투자는 기관·개인이 주로 한다.
우리나라가 2014년 대외 순채권국이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아니냐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낙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국내 기업의 국외 투자 확대는 국내 산업 기반 약화를 초래하며, 상품수지 악화가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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