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 모두 나오세요, 함께 갑시다
저는 1964년생입니다. 올해 58살이지요.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 모두 나오세요. 함께 갑시다.
어디로 가느냐고요?
북쪽으로 갑시다.
왜 북쪽으로 가냐고요?
지금 갑자기 5초간 올라갔다가 3초간 떨어지는 파상음의 사이렌이 울리면 공습경보예요. 2분30초 안에 지하 깊숙한 대피소로 가야지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한의 240핵출력(kt) 미사일 1개만 용산에 떨어져도 즉시 약 37만명이 죽고, 120만명 사상자가 발생한답니다.
남한이 공격받으면 북한은 온전할까요?
전면전이 되면 남북한 전부 초토화돼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어지겠지요. 그럴 땐 사드 뭐 이런 것 다 소용없는 거 아시지요? 그러니 전쟁만은 막아야지요.
남북관계를 들여다본 지 어언 20년, 전문가 친구들도 많아 좀 아는데, 지금 한반도는 누가 총이라도 한발 잘못 쏘면 전쟁으로 번질 일촉즉발 상황이에요.
막아야지요.
자기 살자고 해묵은 적대적 공존 전략으로 공안몰이나 하고 있는 남북한 정치인, 자기네 이익만 된다면 우리 땅에서 전쟁을 일으켜도 된다고 생각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정치인 다 믿을 수 없으니 우리가 나서야지요.
허락도 없이 우리 땅에 세균전 실험실 들여오고, 우리 들판과 하늘에 남의 나라 전차와 전략폭격기가 굉음을 내고 내달리며 살아온 70여년, 그런 나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죽기 전에 끝냅시다.
4·19혁명 직후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하느냐”란 구호를 치기 어린 감상주의라 비판하고, 심지어 감옥에 가뒀던 이들, 하지만 지난 60여년 그들이 이뤄낸 것이 뭐가 있나요?
그러니 나오세요.
전쟁 나도 좋다는, 몇십만명 어린이가 굶어 죽어도 좋다는 사람들만 빼고,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나오세요.
평생 고향을 그리다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꿈에도 그리던 양지바른 고향 땅, 그리도 보고 싶던 아들, 딸 곁에 넋이라도 묻어드려야 하잖아요.
왜 나이 든 우리냐고요?
젊은이들은 돈 벌고 아이 키우느라 바쁘고 힘드니 우리가 갑시다. 껍질이 단단해진 늙은 개미가 전쟁에서 제일 앞자리에 선다잖아요.
“바리케이드 위에 깃발을 다시 꽂을 사람이 없는가?”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혁명군의 붉은 깃대가 진압군의 총격으로 꺾이고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평범한 마뵈프 노인이 청년의 손에서 깃발을 빼앗아 바리케이드 계단을 올랐지요. 빗발치듯 날아오는 1200개 탄환을 온몸에 맞으면서도 붉은 깃발을 흔들며 외쳤어요.
“프랑스 대혁명 만세! 공화국 만세! 사랑! 평등! 그리고 죽음!”
이런 마지막 너무 부럽지 않나요?
한번 상상해 보세요.
머리가 흰 사람들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를 만큼 긴 평화의 띠를 만들어 행진하는 모습을!
등짐에는 북쪽 어린이 줄 약이랑 영양제랑 장난감 넣고, 옆에는 애들 키우고 식당일 하느라 손마디가 굵어진 이씨 아주머니, 쇳밥만 30년 먹었다 자랑하던 오씨 아저씨, 늘 말만 하다 정년을 맞은 김 교수, 얼굴은 몰라도 동무가 되어 손잡고 걸어 나갈 때, 정말 오랜만에 청춘의 피가 차올라 심장이 콩당콩당 뛰겠지요?
또 상상해 보세요.
우리가 철조망을 넘어설 때, 저 위에서도 남쪽을 향해 내려오는 또 한무리 사람 띠를!
와! 장관이겠지요?
가게 해주겠냐고요?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 (…) 넋만은 살아 자유의 깃발로 드높이/ 나부끼는 일이라고 (…)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
(문익환 ‘잠꼬대 아닌 잠꼬대’)
혹시 총을 맞거나 감옥에 갈 건 걱정 마세요. 우선 저와 제 동료들이 맨 앞에 설게요. 그리고 죽어도 좀 어떻습니까? 우리 한평생 그럭저럭 잘 살았잖아요.
평양 가는 기차표 팔지 않으면, 걸어서라도 갑시다. 임진강을 헤엄쳐서라도 갑시다.
“그러다가 총에라도 맞아 죽는 날이면. 그야 하는 수 없지.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으로 가는 거지”
조만간 출발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드릴게요. 제일 먼저 손든 장형, 고마워요. 강형도 갈 거죠? 최 교수님, 이형, 최형, 엄형, 같이 가시죠.
하여튼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 모두 나오세요.
함께 갑시다.
전쟁 막으러, 한반도 평화 지키러.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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