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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과 기자들 '거짓말 공생관계'가 띄운 '조국 흑서'

道雨 2023. 5. 16. 11:01

필진과 기자들 '거짓말 공생관계'가 띄운 '조국 흑서'

 

 

 

조범동 판결문서 '의사결정권자' 대목만 내세워

실제 의미 '조범동은 공동 의사결정권자 중 하나'

'조범동이 5촌이니 코링크PE 돈은 조국 일가 돈'?

판결에도 없는 '조국 일가 돈' 주장을 꺼내든 속내

판결 수용도, 정면 반박도 회피하고 비겁한 왜곡

법조기자들과 권경애·김경율의 거짓말 공생관계

 

 

[조국 사태의 재구성] 17. '조국흑서', 판결 수용도 비판도 아닌 판결 왜곡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이 ‘조국흑서’는 조범동 1심 판결이 나온 후 두 달이나 지나서 출간됐다. 그런데 그 판결이 권경애와 김경율의 주장들을 완전히 짓밟는 수준으로 상반되게 나오자, 이 필진은 기존 대담 원고에 몇 페이지를 추가하며 나름의 대응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시도란 것이, 판결문의 여러 중요 판시 사항들 중에서 딱 한 대목만 거론하고, 나머지 중요한 판시 사항들 모두를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못 본 체한 것이었다. 게다가 ‘조국흑서’ 필진은 그 유일한 판결문 대목마저 결정적인 단서를 의도적으로 누락하면서, 결국 판결문의 취지를 완전히 왜곡했다.

 

‘조국흑서’ 필진, 왼쪽부터 김경율, 강양구, 진중권, 권경애, 서민.

 

 

판결의 '의사결정권자' 대목만 내세운 ‘조국흑서’

 

이들 ‘조국흑서’ 필진은 조범동 1심 판결이 나온 후 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에 “문제 사모펀드 관련 1심 재판에서 저나 제 가족이 이 펀드의 소유자, 운영자가 전혀 아님이 확인되었다”라고 쓴 글에 대해 반박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조범동 판결문을 언급했다. ☞ 조국 전 장관 해당 페이스북 글 즉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글을 문제 삼는 모양새를 취해 판결문에서 유리할 것 같은 딱 한 대목만 언급하고 넘어간 것이다.

 

 

조범동 1심 판결 후 조국 전 장관의 페이스북 글

 

 

‘조국흑서’ 필진들이 인용한 판결문 부분은, “조범동은 코링크PE와 WFM의 사실상의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라는 판단 대목이다. 적어도 이 부분만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봤던 모양이다.

“그러나 조범동 1심 판결문에는 '조범동은 코링크PE와 WFM의 사실상의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라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이들이 슬쩍 눙쳐버린 진짜 핵심은, 재판부는 조범동이 ‘단독’ 의사결정권자라거나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국흑서’ 필진은 위와 같이 선언하고는, 그 근거라면서 판결문의 해당 판단 부분을 자의적으로 요약해 게재했는데, 그 요약문에서 원래 판결문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누락했다.

 

아래는 실제 판결문에서 해당 판시 내용의 마지막 결론 부분이다.

“(조범동은) 위 회사들(코링크PE와 WFM)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공동으로 또는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위 회사들의 의사결정권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조국흑서’ 필진은 판결문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면서도 판결문의 “공동으로 또는 단독으로 참여”라는 문구를 슬그머니 빼버린 것이다. 당장 이 부분만 봐도 코링크PE와 WFM의 의사결정 상당부분에 조범동 단독이 아닌 다른 공범들과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한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또 얼마나 많이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일까.

 

판결문은 그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실제 의미는 ‘조범동은 공동 의사결정권자 중 하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르기 전에, 10페이지 이상에 걸쳐 조범동과 다른 공범들의 의사결정 관여 사실들을 살폈다. 그 결과로서 재판부는 익성 일당이 코링크PE와 WFM의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했던 사실들을 조목조목 나열했는데, 그 사실들이 너무 많다 보니 그 요약 부분만도 1페이지 분량을 꽉 채워, 1번부터 15번까지 번호를 매기까지 했다. 그 하나하나 각각만도 익성 일당의 의사결정 사실을 가리키는 근거들인데, 그게 무려 15가지나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조범동이 코링크PE 설립 전부터 익성과 이봉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 점, 코링크PE 설립 준비에도 이창권이 깊이 협력한 점, 최대주주 명의의 김윤ㅇ이 이창권의 오랜 지인인 점, 이봉직과 이창권이 코링크PE 사무실에 입주하고 각각 회장과 대표로 호칭되며 코링크PE 법인카드도 사용한 점, 익성이 코링크PE와 조범동에게 재정 지원을 하고 이봉직의 아들이 코링크PE에 입사 재직한 점, 이창권이 코링크PE와 WFM의 의사결정에 참여한 점, 코링크PE의 레드펀드가 익성 상장에 도움이 될 아큐픽스에 투자하고 이봉직의 다른 아들을 입사시킨 점, 레드펀드가 이봉직의 이해관계에 맞춰 이봉직 동업자의 익성 주식을 매입한 점, 블루펀드가 익성 이봉직이 설립한 IFM에 투자한 점, 코링크PE 직원들이 IFM 업무도 수행하고 IFM 사무실도 코링크PE에 입주한 점, 코링크PE의 WFM 인수가 익성의 음극재 사업을 위한 것인 점, WFM 인수협상에 익성 일당이 직접 개입한 점, WFM 인수 시 익성이 인수대금 일부를 무담보로 빌려준 점, 익성 직원들이 WFM 업무를 겸직하거나 전직한 점 등등이 포함되었다.

 

 

코링크PE는 익성의 IR, 상장 업무를 했고 이봉직 아들이 담당했다 (MBC PD수첩).

 

 

요컨대 레드펀드 자금 운용, 블루펀드 자금 운용, WFM과 아큐픽스 인수, 인수 자금 동원 등, 코링크PE의 주된 목적인 펀드 운용은 물론이고, 익성과 코링크PE, WFM의 직원 인사와 업무 분장에 이르기까지 익성 일당이 깊이 관여한 것이다.

 

더 쉽게 말하자면, 코링크PE의 의사결정 중 중요한 것들은 모두 익성 일당과 공동의 결정이었고, 익성 일당의 이해 관계가 없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회사 내부의 통상적인 업무 정도만 조범동의 단독 결정 사항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재판부는 이같이 15가지나 되는 익성 일당의 의사결정 관여 사실들을 일일이 나열한 직후, 다음과 같이 직설적으로 판시했다.

 

“종합하면, 코링크PE의 설립과 운영이나 WFM의 인수와 운영이, 피고인과 이봉직, 이창권 사이의 또는 코링크PE나 WFM과 익성 사이의, 음극재 사업의 성공 내지 익성의 상장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독립된 주체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넘어, 이봉직, 익성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위 회사들의 의사결정 역시 상당 부분 이봉직, 이창권 내지 익성의 관여하에 이루어져 왔다고 판단된다.”

 

코링크PE의 네 주역, 이봉직 회장과 조범동 대표/이상훈 대표/이창권 대표 (MBC PD수첩)

 

 

이렇게 익성 일당이 코링크PE와 WFM의 의사결정에 깊이 개입한 근거들을 15가지나 일일이 제시하고, 다시 익성 일당이 의사결정 사실이 많았다고 적시한 후에야, 조범동을 ‘공동으로 또는 단독으로 의사결정’했다고 판시한 것은, 당연하게도 조범동은 ‘단독’이 아닌 ‘공동 의사결정권자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조범동의 감경된 형량, 공범들을 기다리는 법원

 

결국,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해 공범들의 의사결정 참여 사실을 살피고 조목조목 정리하고도, 유무죄 판단 부분에서는 조범동에 대해서만 ‘의사결정권자’라고 판시한 것은, 단지 여러 공범들 중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이 오직 조범동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재판부는 이 같은 ‘의사결정권자’ 판단으로 유죄라는 판단을 내린 후에, 양형 판단 부분에서도 조범동 외의 공범들의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했다.

 

“이 사건 각 횡령·배임 범행으로 취득한 이득 중 일부가 차입금 변제에 사용되거나 공범에게 귀속되는 등 범행이득 전부가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귀속되지는 않은 점, 이 사건 횡령·배임범행 중에는 이봉직, 이창권 등 공범들과의 범행이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는 피고인의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한 범행들도 있는 점”

 

즉 재판부는 조범동이 유죄라는 판단을 내린 후에도, 해당 범행들이 조범동의 단독 범행이 아닌 익성 일당과의 공모 범행이라는 점을 들어 조범동의 형량을 감경하기까지 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코링크PE 관련 범죄들에 대한 처벌에 있어, 조범동에게는 1/N만큼의 처벌만 내린다는 의미가 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나머지 대부분에 해당하는 (N-1)/N만큼의 처벌은 아직까지도 전혀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그 몫은 전적으로 공범들인 익성 일당을 지금까지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책임이다.

 

즉 권경애, 김경율 등 ‘조국흑서’ 필진은 공범들의 범행이 정면으로 적시된 수많은 부분을 모조리 못 본 체하고, 조범동 1인만에 대한 유무죄 판단 딱 한 군데만을 내세우면서, 마치 법원이 공범들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한 것처럼 독자들을 호도한 것이다.

 

심지어 김경율은 이 같은 1심 판결이 대법원 판결로 최종 확정된 후에도 ‘WFM 인수 후에는 익성은 코링크PE에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엉터리 주장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 ‘조국흑서’에서도 김경율은 “우국환이 레드펀드가 보유한 익성 지분을 사주면서 레드펀드와 익성의 관계는 끝납니다” 라고 단언했다.

 

김경율과 권경애는 ‘WFM 인수와 운영이 이봉직, 이창권 등 익성 일당의 관여하에 이루어졌다’라고 정면으로 적시된 판결문을 아예 안 본 것인가, 아니면 보고도 못 본 체하기로 작정한 것인가? 필자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조범동은 대주주’ 판단의 아쉬움

 

한편, 재판부가 조범동을 코링크PE의 ‘대주주’라고 판단한 부분은 당연하게도, 초기 자본금 1억 원과 유상증자 자금 1억 5000만 원의 출처가 조범동이 빌려온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판결문에서 나열한 사실관계들을 살펴보면 재판부가 이런 판단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설립 당시 코링크PE의 차명 주주로 동원된 사람은 총 4명인데, 그중 2명은 익성 이창권의 지인, 나머지 2명은 조범동의 지인이었다. 그런데 설립 당시 자본금 1억 원에서 김윤ㅇ 등 이창권의 지인 2명이 8500만 원의 지분을 차지했고, 반면 조범동의 지인 2명은 고작 1500만 원의 지분만 가졌다. 특히 이창권 지인 김윤ㅇ 한 사람이 8000만 원의 지분을 차지했다. 한 달 후 1억 5000만 원 유상증자 후에도 이런 지분 구성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재판부의 판단대로 이 총 2억 5000만 원이 정경심 교수에게서 온 것이라는 점을 그대로 인정하면, 이런 지분 구조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조범동은 자본금을 ‘전액’ 자신이 빌려온 돈으로 마련했으면서도, 회사 전체를 마음대로 뒤흔들 수 있는 80%라는 절대적인 최대 지분을, 자신의 지인이 아닌 이창권 지인 김윤ㅇ에게 배분했다. 조범동이 챙긴 것은 겨우 설립 시점에서 주주의 인적 구성을 자기 측과 이창권 측 사이에 2:2 구조로 구성한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증자과정에서 추가로 자신의 지인(현종화 등)을 더 데려와 주주로 추가 등재시켰지만, 그럼에도 김윤ㅇ 한 사람의 지분이 75%가 넘었다.

 

재판부 판단대로 모든 주주가 차명 주주이고 그게 실제로는 모두 조범동의 지분이라면, 자신의 지인이 아닌 이창권의 지인을 압도적 최대주주로 등재했다는 것은 전혀 어불성설이다. 차명 지분인 만큼 더욱 믿을 수 있는 오랜 지인에게 최대 지분을 배분하는 것이 조범동으로선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자신은 가깝지도 않은 이창권의 지인에게 최대 지분을 준 것이다.

이로 인해 이창권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조범동을 회사에서 들어내고, 자기 마음대로 회사를 굴릴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런 이상한 지분 구조는, 조국 사태가 발발하기까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2018년 12월 18일에야 바로(?) 잡힌다. 이 시점에 김윤ㅇ이 회사를 떠나며, 당시 공식 대표 이상훈에게 차명 지분 전량을 넘긴 것이다. 이상훈은 조범동의 교회 지인이었다.

 

더욱이 압도적 대주주 김윤ㅇ은 주주명부에 이름만 올려준 단순 차명 명의의 인물이 아니었다. 김윤ㅇ은 코링크PE 설립 전부터 이창권, 조범동 등과 사모펀드사 설립을 함께 준비했고, 코링크PE 공식 대표 직도 맡았던 바 있으며, 그 전후로도 코링크PE에 계속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또 김윤ㅇ이 익성의 자회사 IFM 설립 당시 그 지분 3%도 차명으로 보유한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IFM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 가운데 대부분인 익성 관계자들과 조범동을 제외하면 김윤ㅇ이 유일한 외부인 주주다.

 

이렇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사유는, 재판부가 정리한 판시만으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이창권 등 익성 일당이 코링크PE를 압도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있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조범동이 빌려왔다는 2억 5000만 원의 자본금을 압도하는 요인이거나, 바로 그 2억 5000만 원이라는 자본금 자체에 숨겨진 다른 사정이 있었거나 말이다. 적어도 ‘조범동이 실질적 대주주’라고 판단하고 덮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한 것이다.

 

실제로 조범동 판결문에서 조목조목 명시된 재판부의 판단 과정을 되짚어봐도 그렇다. 재판부는 최대주주 김윤ㅇ이 이창권의 지인인 점은 익성 일당이 코링크PE의 의사결정에 참여했다는 판단의 근거들 중 하나로 삼았고, 반대로 그 김윤ㅇ의 지분 자금 출처가 조범동이 빌려온 돈이라는 점은 조범동이 의사결정권자라고 판단한 근거들 중 하나로 삼았다.

 

보다시피 판결문의 이 구도만 봐도 두 명제가 서로 충돌한다. ‘조범동의 돈인데 왜 이창권의 지인에게 최대 지분을 줬지?’ 라는 의문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재판부의 심리가 이 의문을 해결하는 데까지 더 나아갔다면, ‘조범동은 대주주’라는 판단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특히 조범동과 함께 이봉직, 이창권 등 익성 일당도 기소되었더라면, 이 의문의 대주주 부분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이 더 나아갔을 여지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조범동이 5촌이니 코링크PE 돈은 조국일가 돈’?

 

한편, ‘조국흑서’는 위의 ‘의사결정권자’ 판결문 인용에 바로 이어서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주장을 내놓는다.

 

“조범동은 조국의 5촌 조카이고, 코링크PE의 총 자본금은 2억 5000만 원이며, 조국 가족은 코링크PE에 10억 원에 대한 출자증명서를 작성했고, 월 860만 원가량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수령했다. 코링크PE의 모든 자금은 조국 일가 자금인 것이다.”

 

조국흑서, ‘조범동은 조국의 5촌 조카이므로 코링크PE의 모든 자금은 조국 일가 자금이다’?

 

 

언뜻 봐서는 이 문장들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운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여기서 중간의 명제들은 모두 사족이고, 권경애와 김경율이 실제 말하려는 의도는 ‘조범동이 5촌 조카이니 코링크PE 돈은 곧 조국 돈’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주장 직전에 ‘조범동은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라는 판결 일부를 강조했는데, 바로 이어서 ‘코링크PE 돈은 곧 조국 돈’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법원 판결에서 조국 일가가 코링크PE의 주인이라고 판단한 셈이다’라고 규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범동은 조국 5촌’이라는 근거만으로 ‘코링크PE 돈은 조국 돈’이라고 규정하려니 너무 옹색하자, 추가 근거랍시고 억지스럽게 ‘코링크PE 자본금’, ‘출자증명서’, ‘컨설팅비’ 등을 더 우겨넣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끼워 넣은 명제들이 내세우려는 결론과 별 관련이 없다 보니, 역으로 이런 사족 명제들을 빼버려야만 그 앞의 판결문 일부 인용 부분과 의미상 연결되면서 전체 문맥이 이해가 된다.

 

 

판결에도 없는 ‘조국 일가 돈’ 주장을 꺼내든 속내

 

이들이 이런 억지 주장을 지면에 실으면서 이렇게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은, 물론 조범동 1심 판결 때문에 그간 자신들의 주장이 모두 허위사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단한 집필 노력 없이 편하게 대담을 나눈 내용만을 녹취해 출판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출간을 목전에 둔 2020년 6월에 덜컥 조범동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책 내용에 판결문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게 됐는데, 하필 그 판결의 내용이 이들의 사모펀드 관련 주장들을 정면으로 뒤집은 결론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들을 전면적으로 뒤집어버린 조범동 판결문을, 일단 차 떼고 포 떼고 마 떼고 상 떼고 왕까지도 떼버리고는 졸 하나만으로 축소시켰다. 방대한 판시 내용들 중에서 오직 ‘조범동은 대주주이자 의사결정권자’ 대목 하나만을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가 명백하게 명시한 익성 일당 등 공범들의 문제를 제쳐놓고서라도, 조범동이 대주주이든 의사결정권자이든 그걸로 조국 부부를 비난할 개연성이 없다. ‘왜 5촌 조카가 범죄자냐’ 라고 비난할 것인가?

 

그래서 어떻게든 ‘코링크PE의 돈은 조국의 돈’이라는 논리를 더 갖다 붙여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조범동 판결문 전반에 걸쳐 재판부는 ‘조국 부부는 코링크PE 범죄와 무관하다‘라는 점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5촌 조카의 돈은 조국 일가의 돈’이라는 논리적 ‘퀀텀 점프’를 감행하고, 아무래도 어색하니 억지스럽고 문맥 파악조차 어려운 글을 만들어내 사모펀드 부분의 마무리에 끼워 넣은 것이다.

판결문 왜곡에 들인 고민과 노력이 적지 않아 보이는데, 그런 노력의 결과가 이렇게 어설프다.

 

 

판결 수용도 비판도 회피하고 판결 왜곡

 

돌아보면, 자신들의 주장들을 완전히 뒤집는 판결문을 접한 후, 권경애와 김경율에겐 다른 선택지들도 있었다. 당연히 최선은 판결에서 밝혀진 진실들을 인정하고, 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 수 없었다면, 이들이 선택했어야 했던 길은 자신들이 옳고 법원의 판결이 틀렸다고 당당하게 판결을 비판하는 것이다. 필자가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들을 조목조목 끈질기게 비판해온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가장 비겁한 제3의 길을 택했다. 법원의 판결문이라는 ‘현실’을 왜곡하는 내용으로 책을 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조범동 판결문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억지로라도 끌어다 붙일 여지가 보이는 유일한 대목만을 골라서 인용하고 나머지는 몽땅 외면한 모습을 보면, 이들도 내심으로는 판결을 부인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인 설명보다 앞뒤 없는 욕설이 앞서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 김경율은 제쳐놓더라도, 권경애는 피의자와 피고인을 위해 검찰의 주장에 맞서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변호사’다. 인권 옹호를 주요 기치로 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임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데도 권경애는 검찰의 공소장만을 만능 부적처럼 앞세우며 ‘유죄추정’과 ‘유죄확신’을 남발한 것은 물론, 자신의 주장을 다 뒤엎은 판결문 내용을 보고도 정면으로 맞서거나 혹은 수용하는 대신, 판결문 내용을 엉터리로 왜곡해 퍼뜨린 것이다. ‘변호사’로서는 너무나 기막히고 실망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법조기자들과 권경애 김경율의 공생관계

 

그런데 언론들은 왜 이런 부실한 내용에다 구성마저 기만적인 책을 그토록 열심히 홍보해주고 치켜세웠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국 사태 관련으로 법조기자들의 이해관계가 권경애, 김경율과 같기 때문이다.

조범동 판결로 인해 그간 법조기자들이 제기해온 ‘조국 사모펀드’ 의혹들이 최종적으로 무너졌는데, 가도 너무 멀리 간 탓에 이 기자들 스스로 그간 퍼뜨린 음모론들을 되돌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당초 조국 사태의 ‘메인 스피커’는 검찰이 흘린 대로 무턱대고 받아쓴 법조기자들이었다. 권경애와 김경율은 이미 나온 언론 보도들을 확언으로 부풀린 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조국흑서’라는 호칭이 어울리려면, 권경애와 김경율이 아닌 이들 법조기자들이 썼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모든 면에서 어이 없을 정도로 함량이 미달한 권경애, 김경율의 ‘조국흑서’보다 적어도 형식과 구성 면에서는 그럴 듯한 책이 나왔을 것이다.

 

 

주류 언론들의 홍보 행렬이 줄을 이었던 ‘조국흑서’. (조선일보)

 

 

예를 들자면 헤럴드경제 좌영길, 경향신문 유희곤, 서울경제 조권형, SBS 임찬종, 한국일보 이상무 같은 기자들이 ‘조국흑서’의 필진으로서 ‘드림팀’이었을 것이라 본다. 그랬더라면 필자도 그에 대한 반박에서 좀더 알찬 보람을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들 법조기자 역시도, 재판 과정에서 자신들의 보도와 상반된 진실들이 드러나고 판결들이 줄줄이 나오는 상황에서, 판결을 비판하고 기존의 보도를 고수할 용기도, 뒤늦게나마 제대로 보도함으로써 너무 멀리까지 가버린 자신들의 오보들을 바로잡을 용기도, 그 어느 것도 없었다.

 

그래서 법조기자들이 선택한 길은, 어설픈 잡담과 음모론으로 가득 채워진 ‘조국흑서’를 열심히 홍보해줌으로써, 자신들을 대신 방어할 방패로 쳐든 것이다. 동시에 이렇게 법조기자들의 연이은 ‘조국흑서’ 홍보 합창은, 역으로 권경애와 김경율에게도 든든한 방어 장치가 됐다.

 

이렇게 법조기자들과 권경애, 김경율은 ‘거짓말의 공생관계’에 있다. 외견상 서로 독립적인 주체들이 일치된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19년 9월 이래 같은 이해관계로 서로의 거짓 주장을 뒷받침해온 묵시적 카르텔 관계인 것이다.

 

 

‘조국 펀드’ 의혹 연재를 마무리하며

 

이로써 ‘조국사태의 재구성’ 기획에서 17회에 걸친 ‘조국 펀드’ 의혹에 대한 연재를 마친다. 돌아보니 연재를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훨씬 방대한 양의 원고를 쓰게 되었다.

사실은 여기까지 쓴 것도 필자가 써야 할 내용 전부를 쓴 것도 아니다. 지면의 문제 혹은 시간의 문제로 아쉬워하며 제외한 주제들이 더 있고, 더 써놓고도 송고 원고에서는 빼놓은 내용들도 많다.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반드시 제대로 재구성해낼 것이다. 막연한 ‘언젠가’가 아닌 머지 않은 ‘언젠가’다.

 

 

이어지는 18회부터는 필자가 직접 분석에 참여했던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새로 연재를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조국 펀드’ 의혹에 대해서는 필자는 외부인으로서 관찰자의 입장이었지만,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 필자는 변호인측 포렌식 전문가로서, 재판의 법정 증인으로서 주요한 직접 관여자들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더 생생하고 절절하게 전달해드리겠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다만, 다수의 폭력으로 억지로 수면 아래로 밀어 넣었던 진실은 저절로 떠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어렵고 복잡하며 배배 꼬인 내용의 글들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지켜보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 덕에, 수면 아래에 가려진 진실들은 차례 차례로 떠오를 것을 확신한다.

 

주류 언론들 같은 시끄러운 스피커가 아닌, 조용히 진실을 전파하는 수없이 많은 민초들과의 연대와 동행이, 필자를 끝의 끝까지 멈춤 없이 달리게 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조국 사태’가 발발한 지 만으로 4년이 가까워오지만, 4년이 아니라 40년을 더 달릴 각오를 다지면서, 이 파트를 마무리한다.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