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정권 역주행에 브레이크 거는 방법

道雨 2023. 5. 19. 09:20

정권 역주행에 브레이크 거는 방법

 

 

 

윤석열 대통령 1년이 생생하게 깨우쳐준 한 가지가 있다.

‘대통령 잘못 뽑으면 국운이 흔들릴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숙명이다.

수출 감소, 세수 부족, 치솟는 물가 등 경제와 민생은 악화일로다. 일방통행과 독주로 국민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외교에선 간·쓸개 내주고 뺨 맞는 ‘마이너스의 손’을 구현하고 있다.

 

애초 대선 때도 윤 대통령의 국정 비전과 능력엔 의구심이 컸다. 강경 보수층의 ‘묻지마’ 정권탈환 욕망과 전 정부의 집값 폭등, 내로남불에 성난 민심에 올라탄 결과가 준비 안 된 ‘어통령’(어쩌다 대통령)의 탄생이었다.

 

‘대통령이 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했지만 헛된 기대였다. 초반 두어차례 통합·협치를 언급했지만, 립서비스였다. 벌써 두번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했다.

검찰권력을 앞세워 전 정부와 야당 대표만 전방위로 수사했다. 김건희 여사와 처가 비리 혐의엔 줄줄이 면죄부가 발부됐다. 권력기관 사병화다. 이명박을 필두로 한 자기 진영 부패 사범들에겐 사면과 벌금 면제 은사를 베풀었다.

 

반면, 최대 주 69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려 했고, 노조와 시민단체를 비리 온상인 양 몰아가고 있다. ‘이 ××’ 같은 욕설을 쓰고서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를 보도한 언론을 부당하게 탄압했다.

 

민주주의, 공정, 균형감…. 우리 사회가 어렵사리 세워온 가치의 기둥들이 위협받고 있다.

17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선 “군부통치 이후 민주화된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모든 퇴행이 불과 1년 만에 벌어졌다.

 

그나마 아직까진 우리 사회가 힘겹게나마 버텨내고 있다. 5·18과 6월항쟁, 촛불을 만들어낸 우리 국민의 저력이 정권의 역주행을 일정 선에서 저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30% 안팎 국정지지율로 정권의 폭주에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도 ‘이상민 탄핵소추’, ‘대장동 50억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등 견제구를 넣고 있다.

 

11개월도 채 남지 않은 다음 총선에서 ‘정권 견제’를 택하겠다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37%)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9%)가 12%포인트 더 높았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내년 총선은 정권 중간평가의 의미를 지닌다. 퇴행이 가속화할지, 저지될지가 판가름 난다.

 

다만 이런 흐름이 불가역적이진 않다. ‘정권 견제’ 민심이 더 높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가령,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긍정 33%, 부정 57%였다. 국정을 부정 평가하면서도 총선에서 야당을 찍지는 않겠다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얘기다. 야당 역시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불신 대상임을 말해준다.

 

여론 흐름은 여권 또는 야권이 바뀔 경우, 돌발적 내·외부 충격이 가해질 경우 모두 달라질 수 있다. 여권, 특히 대통령이 기조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돌발 변수를 논외로 한다면, 야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얼마나 출렁이느냐에 따라 국정 부정 평가층이 실제로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을 것인지가 좌우될 것이다.

 

‘김남국 의혹’을 다루는 민주당의 태도,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에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자체는 검찰의 부실한 대장동 공소장 공개로 상당히 감소했다.

 

반면, 김남국 의혹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한 미온적 태도가 민주당에 대한 도덕적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가난 코스프레, 오락가락 해명, 무책임한 탈당, 1억5천만원 세비를 받으면서 코인 거래 사익 추구에 몰두한 점…. 김 의원의 행태는 하나같이 공정의 가치를 건드린다.

현대 뇌과학에선 공정성을 호모 사피엔스 분노의 감정선과 직결되는 본능적 ‘감각’ 기제로 본다. 유전자 수준에서 분노를 유발하는 인물을 찍기는 어렵다. 이런 인물조차 단칼에 도려내지 못하는 정당을 정치적 대안으로 지지하기는 더 어렵다. 유권자들은 썩은 사과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현대 정치가 공정과 도덕적 분노에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야당의 실패로 정권에 역주행 면허를 내준다면, 크나큰 역사적 과오가 될 것이다. 담대하고 신속한 윤리적 쇄신으로 응답해야 한다.

 

 

 

손원제 l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