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가치와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가치외교

道雨 2023. 7. 14. 09:48

가치와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가치외교

 

 

 

한 중견국가 정치 지도자가 노골적으로 군사 무기와 원자력발전소를 팔겠다고 공언하며 외국에 나가 정상외교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로지 돈만 아는 냉혈한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방산이나 원전 시장은 일종의 블랙마켓, 즉 암시장과 같은 논리로 작동한다. 이 시장에서는 거래를 하더라도 조용히 해야 한다. 성과를 거뒀다고 정부가 나서서 대놓고 자랑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런 품목들은 분쟁을 조장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정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게 정상이다. 마케팅은 업체가 담당하고 정부는 뒤에서 조용히 지원만 한다.

 

‘영업사원 1호’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 외교는 방산, 원전, 인프라라는 국익 외교로 포장돼 있다. 출국 전부터 분쟁지역인 폴란드로 달려가 무기와 원전을 팔겠다고 떠들어댔다.

이미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방위산업 세계 4대국으로 도약”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연설 이후 방산과 원전, 인프라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도 정부 매체들은 이를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전세계에 이런 이상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낯뜨거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세계가 힘들고 피로해하는 상황에서, 평화와 협력의 비전은커녕 무기와 원전을 팔겠다니.

이런 게 어떻게 나토 국가들 정서에 맞겠는가. 대통령 자신이 무기중개상이고 원전 영업사원이라니 누가 호감을 갖겠는가. 이런 비호감적인 태도는 부산엑스포 유치전에서 대한민국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서방 지도자들을 가장 짜증 나게 하는 것은, 한국이 그 탁월한 무기 생산능력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은 적당히 회피하면서 오직 파는 데만 관심을 보인다는 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나토 가입국 국방장관 회의에서, 폴란드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무기 지원을 회피하며 무기 판매에만 관심 있다며 독일을 규탄했다.

재정이 어렵고 안보 위협이 절박한 동유럽 국가들은, 겉으로는 러시아를 규탄하면서, 속으로 이익을 셈하는 독일의 이중성에 분노했다.

 

그랬던 폴란드와 양자회담에서 방산과 원전 영업을 하겠다는 한국 대통령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미국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한국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그게 바로 그들의 본심이다.

 

원전에 대한 종교적 신앙을 숨기지 않는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서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생태와 안전 우려를 전달하지 않았다. 우리 대통령에게는 원전 건설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 위험과 비용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러니 어떻게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우리 국민의 우려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태평양 도서국들을 가장 짜증 나게 하는 것은, ‘21세기 최대 노상 방뇨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지는 못할망정, 찬성하는 듯한 한국 대통령의 태도다.

더군다나 수산물시장을 방문해 수조의 물을 떠먹는 한국 여당 국회의원은 기가 막혔을 거다.

이런 낮은 품격으로 어떻게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겠다는 것일까.

 

대통령과 정부는 항상 가치외교, 이념외교를 말한다.

이익보다 가치를 우선한다는 말을, 다른 나라에서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노동을 존중하며 소수자와 여성을 배려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테다. 그게 국제정치의 문법이다.

 

실제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 전략지침과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기후위기’와 ‘안전’, 그리고 ‘협력’이었다. 나토 회의에 참석해 국격을 높였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정작 대부분 외면하는 가치다.

 

이 정부의 정상외교는 말로는 가치외교라지만, 실제는 진영으로 세계를 가르고 장벽을 세운다. 세계의 보편적인 가치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윤 대통령이 정작 자신이 초청받은 회의에서 논의된 의제와 문헌을 읽어보긴 했는지 의문인 이유다. 그 문서를 한번이라도 정독했다면 민주주의, 법치, 인권이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가치외교라는 말을 왜 엄밀하고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는지 깨닫게 될 텐데.

 

 

 

김종대 |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