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가경제 대신 지구살림을

道雨 2023. 7. 14. 10:04

국가경제 대신 지구살림을

 

 

 

 

                                                      게티이미지뱅크

 

 

 

경제성장률이 1%대다.

정권의 문제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를 넘기고 사실상 성장이 멈췄다.

인구도 마찬가지다.

출생률이 0으로 수렴하고 급격히 고령화된다. 빈집이 넘쳐난다.

지방 소멸, 인구 소멸 위기다.

이대로 가면 경제와 인구 모두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가?

기후생태위기의 제1원인은 인구과잉이다.

지구의 생태 용량은 유한하다. 현 인류의 생태 발자국을 고려했을 때, 지구가 수용 가능한 인구는 40억명이다. 만약 전인류가 한국인처럼 산다면 그 수는 20억명으로 준다. 대한민국의 자원 낭비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것 아닌가?

0.78이라는 세계 최저 출생률이, 어쩌면 가장 선진적인 기후생태위기 대응일 수도 있다.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환경이 안 좋고 불안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생명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할 때는 재생산을 멈추는 것이 현명하다.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원래 모든 생명은 어느 정도 성장하다 멈춘다. 인간도 청소년기에 폭발적으로 크다가 성장판이 닫힌다.

그때부터는 성장보다 성숙이 중요하다. 물리적 확장, 신체적 팽창보다 정신의 성숙, 영혼의 숙성이 요구된다. 인간이 서른, 마흔이 돼서도 계속 성장하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건강을 위해서도 적정 규모가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나라, 문명도 적당히 크다가 멈추는 게 자연스럽다.

 

국가경제라는 패러다임을 재고할 때다. 근대 민족국가는 전쟁 속에서 탄생했다.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전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집권과 상비군이 만들어졌다. 부국강병, 즉 부자 나라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산업문명의 기본 단위는 민족국가였고, 성과 지표는 국내총생산이었다. 국가 안보와 경제성장을 위해 전국민이 동원됐다. 나의 부모님 세대가 이러한 근대화, 산업화의 주역이었다.

 

인류세를 사는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한다.

앞으로 제일 큰 안보 위협은 기후생태위기다. 타살보다 자살이, 청년보다 노인이 많은 시대, 경찰의 치안 유지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적 돌봄이다. 기후재앙과 공동체 붕괴를 겪으면서도 몸과 마음을 지키고 서로를 살려야 한다.

동학혁명의 기치였던 ‘보국안민’이 다시 호출된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한다. 부국강병이 산업문명의 성장을 위한 구호였다면, 보국안민은 생태문명의 성숙을 위한 구호다. 돈 벌고 키우는 것보다 지키고 돌보는 것이 중요한 때가 왔다.

 

인류 문명이 근대라고 하는 청소년기를 지나 성년기로 접어들고 있다. 무한 성장을 위해 서로 경쟁하고 정복하고 착취하던 시기를 뒤로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 모두의 건강을 걱정한다.

부분의 확장과 팽창이 아닌 전체의 조화와 순환을 고민한다. 국가경제의 틀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부국강병으로는 턱도 없다. 민족국가라는 단위, 성장률이라는 기준을 벗어나야 한다.

 

우선 글로벌이자 로컬, 지구적인 동시에 지역적인 단위로 본다. 기후생태위기는 뭇 생명 공동의 처지이기 때문에 행성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낱 생명의 안위는 마을과 도시, 씨족과 부족 같은 생활공동체 단위에서 보장한다. 보국을 위해서는 지구 살림, 안민을 위해서는 지역 살림을 생각한다.

 

원래 ‘경제’와 ‘살림’은 같은 말이다. 경제를 뜻하는 영어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은 집안 관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노모스(oikonomos)다. 그러나 경제는 다분히 서양적, 근대적, 가부장적인 어감이 있다. 무엇보다 그 뒤에 반드시 성장이 붙어야 할 것 같다. 경제의 목적은 자본 증식이다.

반대로 살림이라는 아름다운 말 뒤에는 성장이 붙을 수 없다. 바깥양반이나 무한 성장을 운운하지 살림꾼은 그렇지 않다. 살림이란 식구를 지키고 돌보는 일이다. 조화와 순환이 전부다. 깨끗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살림의 목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디지털문명의 최첨단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고 있다.

경제성장과 출산 장려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국가경제가 아닌 지구살림, 지역살림을 생각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부자 나라 강한 군대보다는,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성숙한 살림 공동체를 나는 꿈꾼다.

 

 

 

전범선 |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