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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년…다시 전쟁 위험에 맞닥뜨린 대한민국

道雨 2023. 7. 19. 11:44

정전 70년…다시 전쟁 위험에 맞닥뜨린 대한민국

 

 

평화 준비 대신 전쟁 향한 추락의 시간으로

 

 

 

정전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를 보면, 정전 70년은 평화를 준비하는 도약의 시기가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는 추락의 시간이다.

 

한반도의 집권 세력이 평화체제를 구축할 생각이 없다면, 최소한 정전체제의 안정이라도 도모해야 할 터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붕괴를 전제로 한 체제통일이라든가, 압도적이고 우월한 전쟁을 다짐하는 인사들이 외교와 안보의 전면에 배치된 지금은 정전협정의 유지와도 거리가 멀다.

군사적으로 북한을 점령하거나 정복하겠다는 의도를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나 남북연합에 대한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도 사실상 파산 상태다.

 

이 정도라면 국가 안전과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정신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 정부는 전쟁친화적인 극우정권을 지향한다.

군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한국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2023.7.13 합참 제공 연합뉴스

 

 

 

동해상에서 고조되고 있는 군사 긴장상태

북한은 7월 12일에 화성-18형으로 알려진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제껏 북한이 보여준 모든 미사일 중에 가장 진화된 미사일이다. 지난 4월의 1차 발사가 3000km 고도에 미치지 못한 데 반해, 이번에는 6600km 상공에 도달했다. 중력의 한계를 돌파하고 목표로 한 비행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이 미사일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은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입증된다”며, 정상이 아닌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전에 배치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은 이곳 빌뉴스는 물론이거니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말을 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점은 이해하겠다. 그런데 아직 실전 배치되지도 않은 북한 미사일이 유럽을 타격하는 실질적 위협이라는 표현은 나가도 한참 나갔다.

북한이 아니더라도 유럽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은 이미 러시아에 수천 기가 있다. 아무리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다지만,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로한 유럽 국가들에게 북한 미사일까지 영업을 해야 할 이유란 무엇인가.

자신이 보유한 미사일의 성능을 과장하여 서구로부터 관심을 끌어내려는 북한의 인정투쟁에, 우리 대통령이 굳이 힘을 보태야 할 이유가 뭐냐는 거다.

7월 들어 한미는 동해상에서 군용기를 동원한 위력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미국 정찰기들이 자신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서 정탐 활동을 했다며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합참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하자, 재차 미국 정찰기의 구체적인 기종과 비행구역, 비행시간을 밝히고 나섰다.



안보라인에 늘어선 병역면제자들, 위기 통제할 수 있나

북한이 밝힌 비행 정보에 대해 합참은 추가로 반박하지 않았다.

여기서 충격적인 점은, 북한이 낙후된 정보체계로 어떻게 미국의 정찰기 제원과 기동로를 파악할 수 있었냐는 거다. 심지어 북한이 밝힌 미국 정찰기 중에는 잘 탐지되지 않는 RQ-4 무인정찰기도 포함돼 있다.

무언가 북한이 동해에서 새로운 전투준비에 착수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 여파일까.

최근 미국의 폭격기와 한미의 첨단 전투기가 참여하는 공중훈련이 진행될 거라는 소식이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의 무력 대응 경고에 보란 듯이 힘으로 맞서겠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동해 일원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양측의 의지가 충돌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서해에서 벌어졌던 국지적 충돌과는 전혀 양상이 다른, 고강도 분쟁을 발생시키는 치명적 위험이다.

막상 우발적 충돌이 벌어지면 과연 누가 위기를 통제하고 전쟁을 억제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전쟁에 관한 한 누구보다 강경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안보 정책 결정라인의 병역면제자들이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그리고 작년 무인기 출몰 사건을 통해 여러 번 드러났다. 위기관리는커녕 기본도 되어 있지 않다.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엘리트 패닉 현상, 즉 시민보다 국가 엘리트들이 먼저 혼란에 빠져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데 가깝다.

불완전하지만 정전체제는 대규모 전쟁을 억제하는데 있어 성공한 체제였다. 2차 대전 이후 총 22건의 정전협정, 또는 종전이나 평화협정 체결 이후 대규모 전쟁이 발발하지 않은 사례는 한반도 정전협정과 독일의 기본조약 2건 정도다. 정전협정은 비무장지대와 중립 수역이라는 완충구역을 정하고,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 감시위원회를 설치하는 탁월한 제도적 장치로, 그나마 대규모 전쟁을 막아왔다.

2018년 9월의 남북군사합의서는 정전협정의 완충구역이라는 요인을 평화수역, 훈련금지구역, 비행금지구역으로 더 확대하여 정전협정의 성공 요인을 더 강화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200건을 상회하는 정전협정 위반 사례가 단 두 건으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 평화 프로세스는 ‘정전의 확장’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정착시킨 데 이르지 못한 데 반해, 정전협정의 탁월한 요소를 더욱 확장했다는 데 실질적 의미가 있다.

정전의 성공요인이 계속 확장되다보면, 언젠가 평화 체제라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평화 만들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전쟁 불사론자들은 이런 성과마저도 못마땅했는지, 군사합의서 백지화를 거론하며, 압도적인 전쟁론으로 기울고 있다.

군사합의서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면서도, 정작 이 합의서를 백지화하지도 못한다. 완충구역이 우리의 군사 활동을 제한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면, 정전협정 역시 동일한 효과가 있으므로 백지화해야 한다는 논리적인 모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종전이나 평화라는 단어 자체에 반사적인 불편함을 가누지 못한 나머지, 실질적 평화의 토대인 정전 70년도 기념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당장 북한과 전쟁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을 상대로 ‘전체주의’ ‘반국가세력’이라며 내전을 선택했다. 사실상 결정장애 상황이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 직전 단계인 지금이 북한을 굴복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중견 강국인 대한민국은, 여차하면 정전체제를 끝장낼 각오로 북한을 굴복시키고 체제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 인식에는 대한민국의 국가 자율성을 제한하는 치명적인 세 가지 결함이 있다.

첫째, 한국은 정전협정 서명국이 아니다.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고 해도, 한반도 위기관리의 사법적 주체는 유엔사령부다. 우리나라는 헌법 위에 정전협정이 있다. 당연히 한국 대통령의 자율적 결정력은 제한된다.

둘째, 전시작전권이 한국 대통령에게는 절반밖에 없다. 미국의 동의 없이 단독 작전은 불가능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세 번째 이유는, 한국은 1951년 동아시아 전후 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코 조약의 초청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당시 한국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강화조약에서는, 한반도 역사와 영토에 관한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 독도 문제, 위안부와 강제 징용자 문제에 있어 한국이 일본에 밀리게 된 이유다.

위 세 가지 이유로 한국은 정상 국가이자 독립된 행위자로서 주변 정세를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법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러한 취약성이 동맹 질서에 의존한다는 절박성으로 연결되었다.

따라서 동맹에 의존한다는 관점과 전쟁 불사 강경정책의 불일치, 또는 불안정을 현 정부는 관리할 능력이 없다.

역사와 영토 문제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밀리면서도, 한국이 주변 정세를 주도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당당한 품격을 과연 보여줄 수 있겠는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전쟁 불사’로 더 고립되고 취약해지는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가 목표는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평화 프로세스는 정전의 현상을 변경하려는 도전이자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국가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정상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국가 자존의 문제에, 우리는 더 이상 작아지거나 회피적 태도에 안주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국가 상황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전쟁으로 이를 변경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전쟁을 선동하는 윤석열 정부보다 미국이나 일본을 직접 상대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작 윤석열 정부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앞으로 전개될 동북아 평화협상과 막후 대화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당장 북한과 전쟁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당연히 상황을 관리하려는 외교적 수단을 모색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대화로 이어진다면, 한국은 사실상 고립될 위험이 크다.

이는 한국의 국가 취약성을 더욱 강화하는데, 그로 인한 국가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더욱 고조된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한국 국민의 경제와 문화의 생활권이 대폭 축소된다. 탈냉전의 시대에 부응하여 중국, 러시아 같은 과거의 적성국과 연결되면서, 우리는 정전체제를 초월하는 확장된 공간에서 생활권을 확보했다. 이것이 불안한 정전체제를 밖으로부터 에워싸는 평화 질서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다시 대륙과 단절되고 장벽이 세워지는 현상 변경을 초래해, 가장 비극적이며 불행한 미래를 부르고 있다.

한국은 외부로 확장되던 지난 30년에 종언을 고하고, 다시 내부로 회귀하는 고립 지향적 국가로 정체성이 변질되는 상황이다.

지리적으로 한국은 대륙과 해양의 연결점이라는 특성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 항상 전쟁의 불안감에 포획되고, 낙후된 삶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경쟁과 대결의 시대에는 시민의 자유가 제한되고, 시민이 서로 갈라져 싸우는 분열의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불안이 엄습할수록, 지금의 평화질서를 결연하게 수호해 나아가야만 국가의 추락을 막을 수 있다.

 

 

 

김종대 매의 눈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