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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25. 대놓고 사법 인질극 벌이는 검찰, 인두겁마저 벗어 던지나

道雨 2023. 7. 28. 17:22

[조국 사태의 재구성] 25. 대놓고 사법 인질극 벌이는 검찰, 인두겁마저 벗어 던지나

 

조민 기소 여부 결정에 부모 입장 확인하겠다?

법적 근거, 상식·도덕마저 없는 공개 패륜행위

'정경심의 공범' 법원 판단은 증명되지 않았다

구체적 범죄 적시 넘치는 익성 일당은 왜 덮었나

검찰, 이성은 잃었어도 인성까지 내버리진 말라

 

 

 

13일 오후, 검찰 발로 조민 씨의 기소 여부를 운운하는 기사들이 여러 언론사에서 일제히 나왔다. 조민 씨의 기소 여부 결정에 조민 씨 본인은 물론 부모인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입장도 확인해 참고하겠다는 것이다.

익명의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조민 씨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앞서 조민 씨 본인의 입장 변화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이라며 조사 방침을 밝힌 후, “조민 씨 입장뿐 아니라 공범인 조 전 장관, 정경심 전 교수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검찰의 입장 공표는 지난 7월 12일 부산고법에서 조민 씨의 항소취하서 제출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후 바로 다음날에 이루어진 것이다. 앞서 조민 씨는 7월 7일에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라며, 부산대 및 고려대에 대한 입학취소 관련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7월 10일에는 조국 부부의 아들 조 모씨도 연세대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반납한다고 알렸다. 재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연세대 대학원 입학 관련 인턴확인서 서류 문제의 다툼에서 물러선 것이다. 이로써 조국 부부의 두 자녀는 검찰의 기소로 불거진 학력 문제에서 모두 물러선 결과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조민 씨의 기소 여부를 거론하면서 그 부모인 조국 부부의 태도 변화까지 보겠다며, 사실상의 강압 혹은 협박에 나선 것이다.

 



자식을 인질로 삼은 공개적 사법 인질극

그런데 검찰이 이 같이 ‘자식의 기소 여부에 부모의 태도를 보겠다’라는 입장을 내세운 것은, 국가기관의 행위로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자 상상으로조차 상정하기 힘든 기막힌 일이다.

당장 법리적 근거조차 없는 무법한 행위이자 무도한 행위가 아닐 수 없고, 나아가 건전한 사회적 상식과 도덕률, 인륜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패륜적 행위가 아닌가.

조민 씨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혐의 제기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본인이 반성하면 본인을 선처할 수 있다’는 정도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법체계 어디에 ‘공범 A가 반성하면 공범 B를 선처할 수 있다’라는 식의 법리나 상식, 혹은 관행이나 전례라도 있었던가.

검찰은 이런 행위를 일종의 ‘플리 바기닝(Plea Bargaining)’ 기법의 하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전혀 비슷하지도 않다. 플리 바기닝이 합법 수사 행위인 미국에서도 공범의 범죄를 진술해주는 대가로 본인의 형량을 낮춰주는 정도다.

반면 이번에 검찰이 공표한 내용은, 타인이 혐의를 인정하면 공범 혐의가 걸린 당신을 선처해주겠다는 식으로,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것이다. 플리 바기닝에서의 공범 범죄 진술이 기본적으로 자백이자 신고의 성격인 것과 달리, 이번 일은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사람이 타인에 대해 갖고 있는 애틋한 마음을 이용해 법정 다툼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협상이 혈육인 부모와 자식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데서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되는 반인륜적인 ‘법기술 인질극’으로서, 그 효과는 전쟁범죄자들에게도 해서는 안될 극한의 심리적 고문에 가깝다. 더 나아가서 자식이 받을 고통을 눈앞에서 흔들어댐으로써, 헌법 제27조에서 선언한 ‘재판받을 권리’까지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위헌적인 행위이기까지 하다.

미국에서 인정되는 일정 수준의 ‘플리 바기닝’조차도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는 법적으로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 플리 바기닝의 순기능은 검찰의 수사 편의에만 그칠 뿐인 반면, 그 반대급부로 검사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사건이 조작되어 사법 피해자가 양산되고 실체적 진실마저 왜곡, 조작되는 ‘검찰권 남용’의 폐해가 크게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번에 내세운 입장은,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금지된 ‘플리 바기닝’보다도 한참이나 더 나아간 무법, 무도한 행위인 것이다. 그것도 언론들에 대대적으로 내세우면서까지 말이다.

 
‘조민 공범’ 주장은 재판에서 증명되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월 언론에 ‘조민 기소 가능성’을 처음 흘리면서, ‘법원이 이미 조민을 공범으로 판단’했다며 피치 못할 조치라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판결이 확정된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 조민 씨가 공범으로 기재된 것은 제대로 된 심리와 판단을 거친 것이 전혀 아니었다.

정경심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차례 “조민과 피고인의 공모관계에 관한 판단” 항목으로 조민 씨의 공범 여부에 대한 판단을 서술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 제하에서 다룬 것은 모두 ‘정경심이 위조했고 조민은 제출했다’라는 서술만 줄줄이 반복했을 뿐이고, 조민 씨가 구체적으로 위조사문서 행사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전혀 따지지 않았다. 관련 증거를 검토하거나 하는 등의 절차도 전혀 없었다.

이렇게 실질적 혐의 증명 없이도 1심 재판부가 ‘공모’라고 명시할 수 있었던 것은, ‘공모관계 인정에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부인할 경우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및 정황만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라는 과거 대법원 판례에 기댄 것이다.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그런데 이 2011년 대법원 판례가 이에 그치면 이는 공범 판단에 있어 법관의 자유 재량의 범위가 턱도 없이 지나치게 넓어지게 된다. 실제로 해당 판례에서는 그 뒤를 이어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라며, 법관의 재량을 분명하게 제한했다.

요컨대 ‘정상적 경험칙’,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몇 겹이나 둘러쳐 엄격한 판단을 주문한 것이다. 정황만 가지고 자유롭게 판단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증명’에 준할 정도로 ‘엄격한 합리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경심 1심 판결 중 조민 씨를 공범으로 판단한 부분에서는, 오직 ‘정경심이 위조한 것을 조민이 제출했다’라는 서술들만 반복했을 뿐이다. ‘치밀한 관찰력, 분석력’으로 합리적 판단을 보여주기는커녕, 조민의 공모 여부에 대해 실질적 판단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 살펴보기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서 이런 1심에 이은 2심 판결에서는 1심 판결의 ‘조민 공모’ 판단을 사실상 그대로 인용만 했을 뿐, 자체적 판단을 하지도 않았다.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오직 법리적용의 적절성만 검토한 3심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말해, 조민 씨가 공범이라는 정경심 1심의 판단은, 1심 판결의 해당 부분 서두에서 스스로 근거로서 인용한 대법원 판례의 엄중한 취지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판단이었다.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조민 씨의 공모 사실을 적극 주장하지도 않았던 검찰이 이런 문제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법원이 공범으로 판단했으니 기소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라며 ‘기소 필요성’ 공표에서 법원 핑계를 댄 것이다.

 
판결에서 범죄 적시된 ‘공범’ 익성 일당은?

더욱이, ‘법원이 공범이랬으니 기소해야 마땅’하다는 검찰의 입장은,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무한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고 있다. 바로 같은 ‘조국 사태’에서 수사했던 소위 ‘사모펀드’ 관련 혐의들과 비교해서다.

검찰은 사모펀드 혐의와 관련 정경심 교수보다 앞서 ‘5촌 조카’ 조범동 씨를 먼저 기소했는데, 2020년 6월에 나온 이 재판의 1심 판결에서는 기소된 피고인인 조범동 외에도 이봉직, 이창권 등 ‘익성 일당’이 함께 공범으로 적시됐다.

그것도 앞서 살펴본 조민 씨 사례처럼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공범으로 선언한 것이 아니라, 조범동에게 제기된 혐의마다 조목조목 이 공범들의 공모 부분을 일일이 적시한, 매우 구체적이고 세세한 공범 판단이었다.

특히 그중 횡령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익성 일당이 주범이자 수익자로서 조범동은 수동적 조력범에 불과한 혐의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판결에 따르면 조범동이 유죄로 판단된 혐의들 다수에서 익성 일당이 조범동만큼의 범죄 사실이 드러났거나, 최소한 유의미하게 범죄에 관여했다.

조범동 1심 재판부는 또한 판결문의 양형 판단에서도 “이봉직, 이창권 등 공범들과의 범행”들이 있고 또 “조범동의 가담 정도가 경한” 혐의들도 있다는 점 등을 조범동에게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적시했다. 익성 등 공범들이 기소되지 않음으로써, 유일하게 기소된 조범동의 형량을 감해준 정황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 재판이 오직 조범동 1인만을 겨냥하고 그의 혐의만을 선별해 기소함으로써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링크PE와 WFM을 둘러싼 전체 범죄행위에서 익성 일당이 명백한 주범이었음을 짐작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다.

 

                               * WFM 인수 자금 중 ‘자기자본’은 익성의 ‘자기자본’뿐이었다 (MBC PD수첩)

 

 

게다가 이 ‘사모펀드’ 사건에서 공범은 익성 일당들만이 아니다. 법원이 판결문 여러 군데에서 범죄에 관여한 것으로 적시한 우국환은, 검찰이 기소는커녕 아예 수사 착수도 하지 않아 피의자 전환조차 되지 않았다. 또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와 웰스씨앤티 최태식 대표의 경우는 2019년 9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자, 검찰이 영장 재청구도, 불구속 기소도 하지 않고 그냥 덮어버렸다.

그런데도 검찰은 2019년 9월부터 진행하던 수차에 걸친 소환조사와 압수수색 등 익성에 대한 강제 수사를 한 달만인 10월에 돌연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2021년 조국 수사팀 감찰을 전후로 재개했다고 공개했던 익성 일당에 대한 재수사도 또다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조국 사태’의 한 축이었던 사모펀드 관련의 재판 결과가 결국 조국 부부가 전면 무죄로 나온 것은, 사모펀드 사태에서 범죄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범죄가 있었으되 그 범인이 조국 부부가 아니었을 뿐이다. 실제로 수백억 원 단위의 자금들이 여러 공범들 사이에서 오가는 과정에서 실제 범죄 사실들이 있었고, 거기에 다수 사채업자들의 불법행위까지 끼어들어 대대적인 규모의 범죄 행위가 벌어진 사실이 일부나마 확인되었다.

하지만 검찰은 그중 단 한 명, 전체의 주범이라고 보기도 힘든 ‘5촌 조카’ 조범동 한 사람만을 기소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덮어버렸다. 확인된 거대한 범죄 사실의 대부분이 검찰의 수사와 기소 단계에서 덮인 셈이다.

검찰에 묻고 싶다. 법원이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공범이라 주장했던 조민 씨는 법원 판단에 따라 공범 기소를 해야 한다면서, 검찰이 이렇게 기소를 회피한 익성 일당 등 나머지 공범들의 구체적이고 명백한 혐의들은 왜 철저하게 침묵하는가. 재수사를 한다던 스스로의 공언마저 이미 오래전에 캐비닛 한 구석에 처박아 놓은 채로 말이다.

 

 

검찰, 인두겁마저 벗어 던지지는 말라

검찰은 조국 수사가 ‘범죄’를 쫓은 수사가 아닌 ‘조국 일가’만을 쫓은 수사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또 한번 증명하려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대놓고 이렇게까지도 할 수 있다’라고 과시하려는 것인가.

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민언론 민들레에 연재해온 ‘조국 사태의 재구성’ 기고를 통해, 그간 ‘조국 사태’에 대해 언론들이 잘못 알린 사실들의 진실을 하나하나 재정리해서 알리고 있다. 복잡하기도 한 데다 다뤄야 할 사실관계들 자체가 워낙에 엄청난 분량이라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필자에게 그런 어려움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은, 한 인간으로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감의 고통이다.

필자로선 이 가족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누명을 쓰고 얼마나 억겁 같은 고통을 당해왔는지, 연재를 진행하면서 매 한 걸음마다 되새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매일같이 또 매 순간마다, 어쩔 수 없이 솟아오르는 인지상정의 안타까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원고를 써나가는 어려움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이다. 감정적 소모가 얼마나 큰지 몇 시간 원고에 집중하고 나면 식사를 걸러야 할 정도다.

그런데 국민의 주권 일부를 이양받아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일 뿐인 검찰청의 관리들은 어쩌면 이토록, 사람의 인두겁을 쓰고 어쩌면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가. 한탄을 하고 분노를 몇 십 번씩 반복해도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아, 인간의 잔인함의 한계를 매번 경신하는 현실의 하루하루가 매일같이 납량특집 같은 나날이다.

부디 당부하건대, 이성은 잃었어도 인성까지 내버리지는 마시라. 비단 조국 가족의 고통에 공감해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이 나라를 얼마나 더 잔인한 나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시는가.

 

 

 

박지훈 IT 전문가jeehoon.imp.park@gmail.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